【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교수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대 치대 교수)】
빠진 치아는 인공치아가 해법
우리나라 노인들은 치아가 많이 빠져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충치나 잇몸병으로 고생하다 보니 치아를 하나씩 둘씩 뽑아버려 노인이 되어서는 입안에 남아 있는 치아가 몇 개 없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노인의 상은 마치 치아가 많이 빠져 있는 얼굴을 쉽게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노인이라고 왜 이가 빠진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웃 일본에서는 80세에 20개의 자기 치아를 갖고 있으면 틀니를 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음식은 씹을 수 있기에, 노인 구강보건 캠페인 구호로 ‘80·20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치약 회사에서는 이를 본받아 ‘20·80’이라는 치약을 판매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인공치아보다는 자신의 자연치아가 가장 좋다.
그러나 할 수 없이 치아가 빠졌을 경우에는 인공치아로 대신 해 넣어야 한다. 만약 치아를 빠진 상태로 방치하면 인체는 빠진 상태에서 적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빠진 치아 양옆의 치아는 빠진 부위를 향하여 기울어지거나, 양옆의 치아가 빈 공간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면 치아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게 되어 나중에 인공치아를 해 넣기도 어렵게 되는 수가 많다.
또한 상대방 치아, 즉 아랫니가 빠지면 윗니가, 윗니가 빠졌음 아랫니가 솟아 내려오거나 올라간다. 치아는 항상 상하 관계가 잘 맞아 항상 씹힐 수 있도록 적응하기 때문이다. 아래 윗니 치아는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듯이 한 개의 치아는 상대 치아 두 개와 맞물려 있다.
그런데 어느 한 개의 치아가 빠져서 그 균형이 깨지면 그때부터 서서히 가지런한 치열의 질서가 깨지고 간격과 높낮이에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치아를 뽑게 되면 보통 한 달 남짓 후에 인공치아로 대신 해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플란트란?
일반적으로 한 개의 치아가 빠지면 양옆의 치아를 작게 깎아서 조그맣게 만든 후 치열의 본을 떠서 구강 밖에서 구강 모습과 똑같은 석고 모형을 만든다. 그 후 석고 모형 위에서 작업을 하여 양옆의 치아를 주조금속으로 씌우고 가운데 치아를 인공치아로 제작한 후 이 세 치아들을 연결시켜서 한 조각으로 만들어 환자의 구강 내에 끼워 넣는다. 이것은 마치 다리를 놓듯이 양옆의 치아에 기둥을 세우고 가운데 치아를 해 넣는 모습이라 하여 계속가공의치, 즉 ‘Bridge’라고 말한다. 즉 ‘구강 내에 다리 놓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간혹 미용실에서 앞머리에 일부 변색을 해주는 과정을 ‘브릿지’라고도 말하는데 이것은 브릿지가 아니고 블릿칭(Bleaching), 즉 탈색이란 말을 발음을 잘못하여 브릿지로 된 것이다.
치과에서 브릿지라는 말은 한두 개의 치아가 빠졌을 때 양쪽 치아를 갈아 씌워서 기둥치아를 만들고, 다리 놓듯이 가운데에 인공치아를 해 넣는 것을 말한다.
브릿지는 보통 어금니 치아에는 금속재료로, 앞니의 경우에는 도자기 만드는 것과 같은 도재인 일명 포슬레인 재료를 즐겨 쓴다. 근래에는 흰색의 강도가 단단한 지르코니아 재료를 컴퓨터 촬영 삭제 방식으로 인공치아를 깎아 만들어 해 넣기도 한다.
어떤 경우이건 빠진 치아의 양쪽 치아는 이웃을 잘못 만난 죄로 괜히 심하게 깎여서 치관을 덮어 써야 할 억울한 운명이다. 이것이 브릿지의 최대 맹점이다. 특히 맨 마지막 어금니가 빠졌을 경우 다리를 놓을 기둥 치아마저 없어서 브릿지를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치과의사들은 생각해냈다. ‘차라리 빠진 치아 양옆의 치아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빠진 부위만 잇몸 뼈에 나사못을 박아 심어놓고 그 나사못이 잇몸 뼈와 큰 부작용 없이 단단하게 잘 유착이 되면 후일 나사못 머리 부분을 잘 다듬어 거기에다 인공치아 보철물을 얹어 부착시키면 양옆의 치아도 그대로 보존하고 브릿지의 여러 가지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이 인공치아 매식, 즉 임플란트이다.
임플란트는 오래 전부터 구상하고 시도되어 왔지만 그래도 현대적인 개념의 임플란트는 수십 년 전 스웨덴의 치의학자 브렌마크라는 사람으로부터였다. 그는 여러 가지 모양과 여러 가지 재질로 된 나사못을 즉 치아를 뽑은 개에게 심어 보았다. 대다수의 실험동물에서 염증과 부종, 그리고 화농과 더불어 잇몸 뼈가 유실되어 나사못이 빠지고 악골이 괴사되고, 심지어 실험동물이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
연구자들은 그 불쌍한 실험동물들을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고 인류를 위해 희생된 동물을 위령해 주었으며, 또 새로운 부작용 없는 재질을 찾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타이타늄이었다. 티타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인체 친화성, 즉 뼈에 대해서 가장 거부반응이 없는 금속이었다.
타이타늄으로 나사못을 만들어 잇몸 뼛속에 심어 놓았더니 가장 부작용이 적어, 뼈와 잘 융합되어 결합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후부터는 주로 타이타늄 재료를 골자로 한 여러 나사못 제품들이 나왔고, 일부 인공뼈 성분인 수산화인회석 재료로 된 것도 개발되기도 했으며, 이 두 가지 재료를 적절히 배합한 것을 사용해 보기도 하였다.
사실 타이타늄 나사못은 치과 분야에서 먼저 개발되어 인공치아 매식 분야에 이용하지만 실제로는 정형외과 분야에서 골절 시 긴 금속 핀을 부러진 뼛속에 박아 넣어 고정시키는 수술을 할 때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의료 재료 시장으로 보면 정형외과 분야가 더 크단다. 핀의 크기가 치과용 나사못 크기보다 훨씬 커서 재료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공치아 매식용 타이타늄 나사못을 잇몸 뼛속에 심는 수술은 누구에게나 시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사못을 심을 곳에 잇몸 뼈가 두텁고 커야 한다. 그런데 노인이 되면 일반적으로 뼈의 칼슘 성분과 인 성분이 서서히 빠져나가서 흡수되어 뼈가 가늘어지고 골다공증도 생기며 노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잇몸병, 즉 치주병이 있으면 치아를 감싸고 있는 잇몸 뼈는 빨리 흡수되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에 임플란트 나사못을 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인공뼈를 이용하여 그 부위에 뼈를 더욱 보강해 보지만 많은 양은 흡수되어버리고 실제 잇몸 뼈로 결합되어 남아 있는 양은 그리 많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는 잇몸 뼈가 많이 낮아지고 인공뼈를 넣어도 잘 회복되지 못한 경우도 많아서 임플란트를 포기하고 차라리 부분틀니를 권하는 경우도 많다.
타이타늄 나사못을 심어놓고 몇 달 뒤에 나사못이 잇몸 뼈에 잘 고정되어 매식이 잘 되었다고 확인되면 2차 수술을 하여 나사못 머리 부분에 인공치아를 붙여 올릴 조그만 나사못 머리 뚜껑을 부착해 놓고 또 수일 또는 수주가 지나서 큰 부작용이 없으면 그 위에 인공치아 보철물을 만들어 부착해 올림으로써 임플란트가 완성된다.
정기적인 관리가 임플란트 수명 연장
임플란트를 해 넣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치아 매식물 주변의 청결이다. 본래부터 잇몸 뼈가 다소 낮아져 있었고 그 위에 인공치아를 만들었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잘 끼기도 하고, 인공치아 밑과 잇몸 사이에 치면세균막이 잘 부착되어 세균이 번식하고 세균들이 내뿜는 독소로 인해 잇몸에 염증이 잘 생긴다. 잇몸이 붓고 피가 잘 나면 그 다음 순서는 임플란트를 감싸고 있는 잇몸뼈가 더욱 파괴되어 낮아지고 임플란트 치아가 흔들리게 되어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플란트를 장착하고 있는 환자는 치과에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특수 이닦기 법을 실습을 통해 반드시 배우고 더욱 더 이를 잘 닦고, 플라스틱 치간 칫솔 등을 사용하여 이 사이와 임플란트 하방에 묻은 치면세균막을 확실히 씻어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여 매년 한두 번의 스케일링은 필수이고 그때마다 임플란트와 잇몸에 이상이 있는지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깨끗이 관리한 자만이 임플란트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