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도움말 |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연구원 오순진 교수】
얼마 전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온 세계를 발칵 뒤흔들어놓았다. 탄산음료가 우리 몸의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영국 셰필드대 노화전문가인 피터 파이퍼 교수는 “살아있는 효모균에 대한 벤조산나트륨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 벤조산나트륨이 세포의 발전소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 내를 완전히 비활성화한다는 점에서 DNA의 중요한 부분에 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탄산음료는 하루 아침에 DNA를 손상시키는 주범으로 내몰렸다. 여기서 슬그머니 드는 의문 하나? 분명 우리 몸의 DNA를 손상시키는 것이 탄산음료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자, 이제부터 그 주범들을 알아보자.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 몸의 DNA손상을 막아 노화를 예방하고 건강한 유전형질을 대대손손 대물림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밝혀보자.
PART 1. DNA가 뭐길래?
누구나 한 번쯤 DNA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TV 드라마를 보다보면 심심찮게 DNA 검사가 등장한다. 친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사실로 미뤄볼 때 DNA는 조금 어렵게 말하면 유전형질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아버지를 닮고, 또 어머니를 닮게 만들어주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백과사전적 정의도 “DNA(디옥시리보핵산 : Deoxyribonucleic acid)는 유전자를 이루는 주요 물질”로 규정돼 있다. 좀더 쉽게 생각하자. 우리 속담에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또 있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도 있다. 바로 그것이다.
내가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는 법칙, 콩을 심으면 반드시 콩이 나오는 법칙,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DNA인 것이다.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연구원 오순진 교수는 “DNA란 내가 부모로부터 형태나 성질 등을 이어받는 것이고, 또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는 생명현상”이라고 밝히고 “이러한 DNA에는 우리 생체의 유전 정보가 모두 들어있다.”고 말한다.
PART 2. DNA… 그 신비로운 존재
얼굴은 어떻게 생기고, 또 어떤 병에 잘 걸릴지 하는 우리 생체의 유전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신비한 존재 DNA. DNA를 제대로 알려면 조금 복잡한 생물학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 인체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약 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유전물질 DNA는 바로 이 세포 속에 들어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세포의 핵에 들어있다. 오순진 교수는 “각 세포의 핵에는 1쌍의 성염색체를 포함한 23쌍의 염색체가 존재한다.”고 밝히고 “DNA는 바로 이 염색체 다발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 구조는 사실 간단하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네 종류의 염기와 인, 당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각각 한 개의 염기와 인, 당이 하나로 연결된 단위를 형성하여 긴 사슬을 만들고 있는 것이 DNA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이채로운 점이 있다면 DNA의 4가지 염기 중에서 아데닌은 티민과, 구아닌은 시토신과 화학적으로 결합을 이룬다는 것 정도이다.
오순진 교수는 “DNA는 이런 염기끼리의 결합에 의해 두 가닥이 서로 붙어 나선형으로 꼬여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고 밝히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사람의 경우 대략 30억 개의 염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운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염기의 배열 순서가 바로 그것이다. 염기의 배열 순서? 조금 어렵다. 쉽게 말해 아데닌(A)과 티민(T), 구아닌(G)과 시토신(C)이 결합돼 있는 순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ATGC로 결합돼 있느냐, AAGC로 결합돼 있느냐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합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07년 8월 현재 세계 인구는 약 60억.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다 다르다. 왜 그럴까? 전지전능하신 조물주라 해도 60억이나 되는 사람 하나 하나의 얼굴을 다 다르게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버젓이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오순진 교수는 “그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유전물질 DNA”라고 밝히고 “이는 DNA의 염기 서열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DNA의 4가지 염기의 배열순서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키가 작고, 누구는 얼굴이 둥글고, 또 누구는 얼굴이 길쭉하고…생긴 것도 다르고 성도 다르고 하는 이 모든 것이 바로 DNA 염기 서열의 차이 때문이라는 귀띔이다.
PART 3. DNA 손상 왜 문제가 되나?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신비로운 작용을 하는 DNA. 탄산음료가 DNA 손상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막연히 ‘우리 몸에 안 좋겠지’ 하는 생각만 했다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DNA 손상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순진 교수는 “DNA가 손상되면 우리 몸속의 관리자인 단백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또 이상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단백질을 형성하는 DNA 정보는 일단 DNA와 그 구조가 비슷한 또 다른 유전물질인 RNA로 전달됩니다. 쉽게 말해 DNA가 대감이라면 RNA는 이방쯤 되는 역할이죠. 그러면 RNA는 이 유전정보를 가지고 세포핵 바깥의 리보솜으로 이동하여 이곳에서 단백질을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우리 몸속의 일꾼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호르몬을 만드는 것도 단백질이요, 외부에서 나쁜 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퇴치하는 항원, 항체들도 단백질이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DNA에 발생한 유전자 손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단백질이라고 한다. 만약 유전자의 손상이 감지되면 이 단백질들이 즉시 DNA의 손상을 복구시켜 안전성을 유지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오순진 교수는 “단백질은 비록 수적으로는 적지만 암을 유발시키는 돌연변이나 염색체 재배열을 예방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DNA의 손상이 커지면 이런 단백질의 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우리 몸에 병이 생기고 각종 호르몬 분비에도 이상이 생기며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DNA 손상은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는 게 오순진 교수의 입장이다.
PART 4. 내 몸의 DNA를 손상시키는 주범들
나의 고유 생체 정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DNA. 사실 DNA는 인간의 노화가 진행될수록 그 질은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또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오순진 교수는 “어떤 원인에 의해 DNA의 손상이 가속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일명 ‘DNA를 손상시키는 주범’들의 목록을 알아보자.
▶방사능 물질 ? 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방사능 물질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절단해버리기 때문에 심각한 DNA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담배 ? 해로운 화학물질의 덩어리인 담배. 담배 속에 다량 들어있는 화학물질은 DNA의 염기 구조를 파괴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염기가 유전정보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되면서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
▶화학물질 ? 고무제품에 많이 들어있는 톨루엔이나 벤젠 같은 화학물질 또한 DNA를 손상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들 물질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활성산소(ROS) ? 우리가 산소(O2)를 마시지 않으면 단 5분도 살 수 없다. 그런데 이렇듯 중요한 산소가 활성화되면 O2-가 된다. 즉 활성산소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에 많이 있으면 안 되는 물질이다. 활성산소들이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DNA를 절단시키고 염기 구조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성산소가 많은 물질은 불에 태운 고기, 담배 등이다. 특히 담배는 활성산소의 덩어리이기도 하다. 담배잎과 산소가 반응하면 활성산소가 되기 때문이다.
▶환경오염물질 ?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그리고 기름이 완전 연소가 안 되어 생기는 매연 등도 DNA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센 자외선 ? 태양빛에는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자외선은 에너지가 센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자외선이 우리 피부에 투과되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DNA의 손상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방부제 ? 식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부제들 대부분은 DNA 손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색소제나 안식향산나트륨 등은 특히 문제가 된다. 따라서 방부제가 들어간 음식은 가능한 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PART 5. DNA 손상 막으려면…
얼마 전 호주 국립 과학산업연구원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DNA의 손상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피검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의 개발로 암이나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이 연구를 주도한 연구팀은 “DNA의 손상 정도를 알아내면 의사들은 이를 토대로 식이요법 및 생활습관 개선 등의 처방을 통해 손상된 DNA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이렇게 하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 여기서 중요한 정보 하나를 얻을 수 있다. DNA의 손상을 복구하는 데 식이요법과 생활습관의 개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노하우는 과연 뭘까? 오순진 교수가 소개하는 일명 ‘DNA 손상을 막는 생활실천법 6가지’를 참고해보자. 그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특별한 비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DNA 손상을 막는 생활 실천법 6가지
1. 활성산소 제거하는 영양물질 많이 먹기
키위, 토마토, 녹차, 인삼, 버섯류, 브로콜리, 마늘 등에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DNA의 손상을 복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운동 생활화하기
적절한 운동을 하면 생체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외부의 적을 방어하는 작용을 한다. 걷기나 산책 등이 권장된다.
3. 방사능 물질에 노출되는 것 피하기
4. 가공식품 멀리하기
5. 담배 피우지 않기
6. 자외선에 지나친 노출 피하기
오순진 교수는 “사실 DNA의 손상을 막는 법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방법들”이라고 밝히고 “어떤 특별한 비법이나 요령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절도있게 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