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최형기 성공비뇨기과 최형기 원장】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하려면 걱정부터 앞서는 법. 손에 익숙한 습관적인 일들을 하루 아침에 다 허물고 새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업이 그럴진대 새사람을 맞는 일이야 오죽하겠는가? 말만하게 다 자란 자식들을 앞세우고 새로운 반려자를 맞는 사람들은 보통 고민이 아닐 것이다.
중견 사업가인 C씨(45세)는 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자리를 대신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던 좋은 아빠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좋은 아빠에만 머무르려는 그에게 재혼하길 권했다. 자녀들까지 합세하여 40세 처녀와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혼의 재미를 채 누릴 새도 없이 그는 남성 클리닉의 환자가 되고 말았다. C씨의 속앓이를 잠깐 들어보자.
“7년 전에 정관수술을 받았습니다. 저로선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아내의 생각은 저와 다른 것 같아요. 날이 갈수록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 바람을 단호하게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제게 시집오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아이도 아이지만…”
C씨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제가 영 밤일이 신통치 않아서, 이것 참…. 이것도 안 하다가 하니까 잘 안 되네요. 허허.”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웃었지만 C씨의 속을 안 들여다봐도 알 것 같았다.
그 부부의 표면적인 문제는 일단 출산문제였다. 정관수술을 받은 남자와 엄마가 되고 싶은 마흔 살 여자의 꿈이 부딪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닌 듯 싶었다. 새로 맞이한 아내는 남편 못지않게 자상한 파트너, 멋진 남자를 원했지만 첫 아내와 사별 후 성생활이 없었던 C씨는 발기가 잘 안 되는 ‘약한 남자’일 뿐이었다. 어쩌다 발기가 되더라도 지속이 안 되니 늘 마음이 불안했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성적으로 한창 완숙기에 접어든 40대가 아닌가. 그와 대화를 계속해보니, “아기를 원한다”라는 말 역시 다른 각도에서 파악해볼 필요가 있었다. 혹시라도 성생활의 불만족을 그렇게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들었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내서 하지요. 하지만 아내의 몸이 달아오르지 않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미 내 물건은 힘이 빠졌고, 그래도 계속하지요. 미안하니까. 그러면 아내는 슬그머니 몸을 빼며 이렇게 말합니다. ‘난 했는데 당신 아직 안 했어요?’ 물론 거짓말이지요. 허허.”
그의 웃음이 참으로 공허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재혼을 했는데 C씨는 오히려 좌절감을 맛보고 있었다. 다른 생활에까지 그 영향이 미칠 건 뻔한 일이었다. 같은 남자로서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럴 때 환자로서만 대해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우선 성기능에 대한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해면체 촬영술로 페니스를 검사해본 결과 정맥의 피가 음경 뿌리 쪽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즉 페니스의 발기조직인 해면체를 둘러싼 백막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여 탄력을 잃고 발기가 되지 않는 이른바 ‘정맥기능부전’ 현상이다. 설령 그가 정관 복원 수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생활을 기대하기 힘들고 아기를 갖기란 더욱 요원한 일이었다.
“정관 복원 수술의 성공률은 90% 이상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임신 성공률은 60%를 밑돕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임신 성공 여부를 따질 시점이 아니에요. 발기부전이 더 큰 문제입니다. 특히 정맥 누출에 의해 발생한 장애라면 혈관 수술을 해도 얼마 안 가 또다시 누출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말하자면 C씨는 정관 복원과 발기부전에 대한 두 가지 수술이 모두 필요한 환자였다. 결국 부인을 불러 수술에 따르는 제반 상황을 설명한 후 부부 합의하에 수술에 들어갔다. 보형물을 삽입한 후 정관 복원 수술을 동시에 하는 다소 복잡한 케이스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퇴원하고 한 달 후 자가팽창형 보형물을 작동시켜 발기를 유도한 다음 사정을 통해 정맥검사를 해보았더니 현미경 렌즈 위에 정충들이 활발하게 꼬리치며 움직이고 있었다.
기뻐하는 C씨에게 반드시 보름이 지난 후에 잠자리를 같이 하라고 일러주었더니 마치 새신랑이 첫날밤을 약속받은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병원을 나섰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득달같이 달려온 C씨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파안 대소하더니 자랑이 대단했다.
“성공했어요. 아내가 임신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제가 밤에 펄펄합니다.”
목소리까지 달라진 듯 힘이 넘쳐흘렀다. 남자에게 있어 성생활이란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 또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마흔 다섯을 넘기던 해, C씨는 그토록 바라던 2세를 얻었다.
최형기 님은?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이며 국내 최초로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성기능장애클리닉’을 개설한 주인공이다. 특히 아·태지역 성의학자들과 국제적인 교류를 가지면서 아·태임포텐츠학회 창립 멤버로 활약, 제 2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성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그동안의 치료와 임상실험을 인정받아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시술 및 강의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글은 그의 저서 <아내와 남편이 함께 하는 섹스 코디네이션>(명진출판 刊 ) 중의 일부분을 옮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