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송홍지 교수】
요즘 부쩍 주변에서 “살 빼!”라는 말을 많이 듣고, 뱃살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체중계에 올라가기 겁난다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짜증 지대로’인 상태일 것이다. 이때 필요한 건 무거워진 몸에 대한 원망이 아니다. CSI 수사에 버금가는 뱃살 제조 용의자 찾기다. 첫 번째로 수사 선상에 올려야 할 것은 자신의 식습관이다. 특히 빵, 과자처럼 탄수화물 위주 음식, 기름진 패스트푸드, 단 음식을 지나치게 먹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자. 이런 식습관이 최근 증가 중인 ‘연쇄 비만 사건’의 유력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탄수화물, 단 음식, 패스트푸드 탐닉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아본다.
혹시 나 해로운 음식 중독?
중독이란 말은 어쩐지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중독이란 술, 마약처럼 자신의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찾으며 끊고 나서도 금단 증상이 나타날 때 사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빵, 과자, 면, 사탕, 초콜릿, 햄버거, 탄산음료 등을 먹어서 살이 찌거나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그것을 탐닉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입에 쫙쫙 달라붙어도 떼어내야 하면 눈 딱 감고 떼어내야 한다. 입에 맞는 음식만 찾는 영양 불균형은 건강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중독일 때 똑똑한 해결법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주요 에너지원이다.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지만 탄수화물 역시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지난해 7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제5기(2010∼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섭취량에서 차지하는 영양소별 비중은 탄수화물이 76%,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12.7%와 11.3%였다.
이렇게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지는 현상에 힘입어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송홍지 교수는 “아침을 잘 먹었어도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다시 심한 허기를 느낀다든지 빵, 과자, 떡, 떡볶이 등의 음식을 끊기가 어려울 때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탄수화물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서 허기를 잘 느끼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탄수화물 음식을 먹는 일이 반복되기 쉽다. 이러한 경향은 빵, 라면, 과자처럼 정제 탄수화물로 만든 음식을 먹을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 정제 과정을 거친 탄수화물은 먹고 나서 빠른 시간에 몸속에 흡수되어 혈당을 빠른 속도로 올린다. 그래서 급격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더 많이 나와 체지방도 많이 쌓이게 된다.
송홍지 교수는 “채소, 나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는 것이 탄수화물 중독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늘어나게 된다. 이때는 지방 섭취가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름이 적은 흰살 생선, 살코기, 콩, 두부처럼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 반찬을 천천히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눈에서 멀어지면 입에서 멀어진다!
빵, 과자 등을 곁에 두면 자주 먹고 많이 먹을 수밖에 없다. 오래 씹지 않아도 금방 삼킬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점은 입에 달고 맛있다는 것이다.
이런 음식을 끊거나 적게 먹고 싶다면 눈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예 사다 놓지 않는 것이 좋고, 장을 볼 때는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파는 코너 쪽에는 가지 않도록 한다.
매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골고루 들어간 식사를 한다면 다음 식사 때까지는 허기가 지지 않아 탄수화물 음식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손이 가요~손이 가~ ‘단 음식’에만 손이 간다면?
생크림이나 설탕이 듬뿍 든 커피, 탄산음료, 초콜릿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단 음식 탐닉 역시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송홍지 교수는 “설탕, 포도당, 액상과당, 시럽과 같은 단순당 역시 앞서 이야기한 정제 탄수화물이며 혈당을 빠른 속도로 올려 건강에 해롭다.”고 말한다.
단 음식 역시 한 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고, 결국 ‘나는 설탕 커피 없으면 못살아!’라는 생각이 굳어지게 된다. 특히 혈당이 높아도 설탕 커피의 달달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세상에 사람의 의지로 못 끊는 것은 없다.
식사 후에 탄산음료나 설탕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이 개운하지 않고 소화가 안 되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식사 후에 가벼운 운동을 하자. 그리고 운동 뒤에 물을 마시자. 그것이 바로 꿀맛일 것이다. 과식 후에 더욱 설탕 커피나 탄산음료를 찾게 된다면 적당히 먹는 습관을 들이자.
패스트푸드 중독에서 깔끔하게~ 탈출법
고열량 음식의 종결자로 불리는 패스트푸드. 패스트푸드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패스트푸드에 쉽게 넘어가고 마는 것일까?
그것은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 격 햄버거 세트가 지닌 맛과 깊은 연관이 있다. 송홍지 교수는 “패스트푸드는 기름에 조리된 탄수화물(감자튀김), 고기나 베이컨 같은 고지방 음식(햄버거), 탄산음료로 이뤄져 있고 이러한 음식 구성은 패스트푸드 중독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햄버거 세트와 피자 세트에서는 입맛을 자극하는 짭짤한 맛, 씹는 순간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지방의 맛, 그리고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 맛에 정신을 놓는 일이 늘어날수록 몸은 고달파진다. 송홍지 교수는 “패스트푸드의 고열량, 고염분, 고지방 성분은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을 유발한다.”고 우려한다.
기름진 식사를 깔끔한 식사로~
패스트푸드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져 있다면 단번에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송홍지 교수는 “패스트푸드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어린이나 성인은 주로 육식을 좋아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패스트푸드를 끊어야 한다고 바로 샐러드, 나물 같은 채소만 상에 올린다면 다시 패스트푸드가 간절하게 먹고 싶어질 것이다.
이때는 육류 반찬을 하되, 조리 방법이나 먹는 부위를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 좋다. 샐러드에 적당량의 살코기를 넣거나 고기를 삶아서 채소 쌈을 싸서 먹는 방법을 권한다.
또한 패스트푸드 광고나 패스트푸드 판매점에 되도록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몸도 마음도 패스트푸드에서 멀어지는 생활을 해보자.
우울할 때 단맛, 짠맛, 기름진 맛 각별 조심!
송홍지 교수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은 달콤한 음식이나 혈당을 빨리 올릴 수 있는 탄수화물 음식,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찾게 할 수 있다.”며 “우울할 때는 특히 식사나 간식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울할 때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아지는데, 단 음식을 먹으면 잠시 세로토닌 농도가 상승하면서 일시적으로 기분이 나아진다. 하지만 잠시 후에는 더 우울해져서 다시 단 음식에 또 손이 간다. 앞으로는 우울한 마음을 간식으로 달래지 말자. 대신 명상, 스트레칭 등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송홍지 교수는 비만, 영양관리, 건강증진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전문의, 하버드의과대학 교환교수를 거쳤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