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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대한민국은 척추수술공화국…” 이대로 괜찮나?

2014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봄빛호

【건강다이제스트 | 서의규 기자】

척추수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약 15만 명이 척추수술을 받았다. 수술 인원으로 치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제왕절개수술 인원이 한 해 15만 명 남짓, 맹장수술은 10만 명 정도이니까 한국에서 척추수술은 아주 흔한 수술 중 하나다.

연간 척추수술 진료비는 4000억여 원 규모이며, 건강보험 급여로만 3000억 원 가까이 지출된다. 건강보험공단의 ‘2012 주요수술통계’에 따르면 척추수술 의료비는 33개 수술 중 1위를 차지했다. 가히 ‘척추수술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문제는 ‘불필요한 수술’ 즉 과잉수술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척추수술을 받는 환자는 대부분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 혹은 척추협착 등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도 상당수인데 우후죽순 생겨난 척추전문병원이나 일부 대형병원들의 상술 때문에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상의학기술과 척추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척추수술 인원이 가파르게 늘었다지만, 뭔가 꺼림칙하다.

척추수술 과잉인가?

인천의 A척추병원. 이 병원은 척추수술 급여로 7억 2000만 원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청구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4억 6000만 원이 조정됐다. 심평원이 ‘필요 없는 수술’로 판명하고 급여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작년 10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2009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청구된 척추수술 98만 건(청구금액 4027억 원) 중 과잉수술로 인한 조정 건수가 12만 9000건(조정금액은 무려 420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척추수술 10건 가운데 1건(10.4%)은 불필요했다는 얘기다.

특히 척추전문병원의 조정률은 17.8%로 2012년 전체 척추수술 조정률 13% 대비 5%가량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척추전문병원 17곳이 과잉진료로 조정 받은 건수는 2012년 기준 9196건, 조정금액은 32억 원에 달했다.

김정록 의원은 “국가가 지정하여 국민들이 신뢰를 가지고 이용하는 전문병원에서 더 많은 과잉진료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과잉진료로 인해 환자에게는 경제적 부담과 신체적 고통을 주고,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척추수술의 부작용

척추수술이 남발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김 모씨(남, 60대)는 척추수술 후 신경장애가 발생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및 요추 척추협착증 진단으로 추간판제거술 및 후방감압술을 받고 나서 혈종이 발생되어 다시 혈종제거술 및 후방감압술을 받았으나 발이 아래로 처지고 배변, 배뇨조절 불능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은 인천에 사는 남 모씨(여, 50대)는 현미경을 이용한 디스크절제술을 받았으나 요통 등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재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 두 사례처럼 수술 후유증이 남거나 이로 인한 재수술을 받는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척추수술에 따른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접수됨에 따라 ‘척추수술 관련 소비자피해 예방 요령’을 공지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접수된 척추수술 관련 소비자상담은 759건, 피해구제는 96건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추세이다. 피해유형으로는 ▶신경 및 조직 손상이 53건(55.2%)으로 가장 많았고, ▶감염 18건(18.8%), ▶효과 미흡 16건(16.7%) 등의 순이었다.

고가의 척추수술을 받았는데 고질병이었던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실제로 대한통증의학회가 통증클리닉을 찾은 허리통증 환자 607명 중 척추수술 경험이 있는 환자 141명에게 수술 후 통증 정도를 물었다. 그 결과 수술 환자의 28.8%(30명)는 수술 후에도 통증이 그대로 지속된다고 응답했으며, 38%(46명)는 1년 이내 통증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문동언 교수(마취통증의학과)는 “척추수술 전에 일정 기간 보존적 치료를 권장하고 있으나 이때 보존적 치료는 물리치료 정도가 아니라 신경차단술 같은 적극적인 비수술 치료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이런 통증치료 없이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역설했다.

척추병원 어디로 가야 하나?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척추수술의 질 평가가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얼마 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척추 연구팀(정천기, 김치헌 교수)과 심평원이 공동으로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척추 디스크로 처음 수술을 받은 환자 1만 8590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1명의 환자가 5년 내 재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5년 동안 다시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는 13.4%(2485명)였으며, 이중 절반 정도는 1년 이내 재수술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첫 수술 후 1달 이내 재수술 받은 환자는 4.1%(768명), 1년 이내는 7.4%(1384명), 2년 이내는 9%(1678명), 3년 이내는 10.5%(1948명), 4년 이내는 12.1%(2246명), 5년 이내는 13.4%(2485명)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5년 내 재수술률인 13~18%와 유사한 수치다.

결국 재수술률 등을 기준으로 척추병원들의 정기적인 질 평가가 이뤄져야 불필요한 수술이 줄어들 뿐 아니라 환자의 수술 선택권도 보장할 수 있다. 복지부는 2011년 17곳의 척추전문병원을 지정했고, 지난 9월 현재 11곳이 최종 인증된 상태다. 또한 앞으로 ▲재입원율 ▲재수술률 ▲수술 건수 ▲합병증률 ▲MRI촬영횟수 등을 토대로 임상 질 평가를 실시해 2014년부터 재지정 기준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들 병원은 3년마다 재지정된다.

척추수술 선택은 신중히~

전문가들은 디스크 환자들에게 충고한다. 디스크 등에 대한 치료 방법으로 수술이 우선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므로 수술을 성급히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꾸준히 받았음에도 호전이 없거나, 신경을 누르는 증상이 있을 때 수술을 고려하고, 적어도 다른 의사의 소견을 한 번 더 받은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거듭 강조한다.
의사는 본인의 임상경험에 따라 척추질환에 따른 다양한 치료 방법(고전적 수술, 내시경 수술, 보존적 치료 등)을 선택하거나 선호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가 척추수술을 받기 전 의사에게 수술 방법, 수술 효과, 수술 후 부작용, 수술 후 회복 기간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수술 후 다리 저림, 감각 이상, 통증 악화 등 이상 증상이 발생되었을 때는 즉시 담당의사에게 고지하여 조기에 치료 및 수술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디스크 등 척추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허리 통증과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허리를 구부리는 작업을 피하고, 허리에 부담을 주는 무거운 물건을 혼자 옮기는 것을 자제하며, 수영, 자전거, 스트레칭 등 근력 강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척추수술 권고 가이드라인

1. 목디스크일 경우

● 3개월 이상의 비수술적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

● 신경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 근력 약화가 동반되어 있는 경우

● 큰 추간판의 탈출로 중추신경인 척수가 압박 받아 척수증이 있는 경우

2. 척추관협착증일 경우

● 지속적인 허리와 다리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2~3개월 비수술치료가 효과 없는 경우

● 하지 마비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거나 대소변 기능 장애가 나타난 경우

3. 요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환자 유의사항

● 대부분의 환자들(80~90%)은 수술 받지 않아도 저절로 증상 호전됨.

●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은 병이기 때문에 비과학적 혹은 부적절한 치료를 받고도 치료와 상관없이 좋아지는 사례가 있어 이 경우 치료로 인해 호전된 것으로 오인 잦음.

● 수술 목적은 탈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고 자극하여 통증과 근력 약화를 유발한 현상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성공률 90% 상회.

● 척추한방병원에서 받는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 방법은 튀어나온 디스크가 유발한 염증과 자극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는 볼 수 있으나 신경증상이 진행하는 환자나 대소변 장애발생 등 시간을 다투는 응급질환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 수술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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