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알코올클리닉 강웅구 박사】
연말에 이어 새해에는 어느 때보다 술을 마실 일이 많아진다. 브라보! 위하여! 달짝지근하면서도 씁쓸한 술을 쭉~ 넘기면 시름은 저쪽으로 던져두고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쯤 되면 한 잔, 두 잔 쉬지 않고 꺾어대는 술꾼이 하나 둘씩은 등장하기 마련.
이 맛에 술을 마신다면서 매일매일 병나발을 부는 그대! ‘술을 좋아할 뿐이지, 결코 중독은 아니야.’라고 단호하게 고개 젖는 그대에게 경고한다. 지금 손에 들려 있는 술잔을 내려놓지 않으면 ‘알코올 중독’은 피해갈 수 없는 늪이라고….
술~ 술~ 이제는 끊어야 할 때!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K씨. 어떤 술자리든 빠지지 않던 그가 어느 날부터 심하게 속이 쓰리고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는데, 본인이 모를쏘냐. 분명 간염이나 위장염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의외로 췌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종종 손발이 저리고 손이 떨리는 증상도 술 때문이라며, 계속 이런 식으로 생활하다가는 알코올 중독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술은 우리 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신체 장기는 일차적으로 술을 흡수하고 대사하는 소화기관이다. 술은 간에 나쁘다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위, 식도, 췌장 등 소화기관에도 다양하게 독성 작용을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웅구 박사는 “술에 취해서 행동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알코올의 급성 뇌 독성 때문에 판단력과 자제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기능부전이 온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사고, 범죄, 폭행, 자살 등의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라고 설명한다.
만성 음주자에게는 치매가 흔하다. 이 외에도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이 음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음주로 인한 부작용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강웅구 박사는 “알코올 중독인지 알아보려면 일단 술을 끊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이 마음을 먹고 안 마실 수 있으면 중독이 아니지만, 컨트롤하지 못하고 다시 술에 손을 댈 때에는 중독을 의심해봐야 합니다.”라고 경고한다.
절주 NO! 금주 OK!
알코올, 담배 등의 기호품과 마약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자주 하다보면 탐닉하게 되고 그 결과 중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금주가 어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환경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가 있다.
환경적 요소로는 우리 사회의 ‘술 권하는 분위기 및 술에 대한 관대함’ 등이 지적된다. 처음 술을 배울 때부터 ‘술은 당연히 마실 줄 알아야 하는 것’, ‘절대 위험하지 않은 것’이라고 배우면서 술과 친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언제 어디서나 무한정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주위 환경들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 요소로는 유전적인 것이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가족 내력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은 일단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중독에 잘 빠지는 체질을 타고난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금주! 끊는 것은 힘드니 살짝 그 양을 줄이기만 하는 것은 안 될까? 많은 사람들이 금주는 어렵다는 생각에 절주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웅구 박사는 “절주는 절대 술을 끊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와인 몇 잔이 오히려 몸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건강을 위해 몇 잔 마시는 거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오늘도 과하게 술을 들이키는 사람들에게 강웅구 박사는 단호하게 충고한다. “내 몸 건강을 위해 이번 기회에 술을 끊겠다는 결심이 진정으로 섰다면 아예 금주를 하시기 바랍니다. 마시는 양을 크게 줄이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절주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한 번 입에 대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든 것이 술입니다. 금주보다 절주가 더 어렵다는 것을 꼭 명심하세요.”
강웅구 박사가 소개하는 효과적인 금주 방법!
이제부터 소개할 방법들은 알코올 중독이 심한 경우에는 성공하기 힘들다. 아래 방법들을 잘 실천할 수 없다면 중독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받도록 한다.
1. 바쁘게 산다.
술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남는다는 것이다. 음주가 일종의 취미인 셈. 술이 아닌 다른 취미를 갖도록 한다.
2. 스트레스 대비책을 갖는다.
스트레스는 음주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조건이다. 특히 음주 문제로 가족과 갈등이 있는 경우, 스
트레스-음주의 악순환이 반복 되기도 하므로 주의한다. 반드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다.
3. 가까운 곳에 술을 두지 말라.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에서는 당장 술을 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술을 마시지 않으려면 반드시 집에서 술을 치워야 한다. 멀리 차를 타고 나가서라도 술을 사와야 한다면 중독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4. 함께 술 마시는 사람을 잘 골라라.
특히 우리나라처럼 단체로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는 누구의 옆에서 술을 마시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안 마시려고 마음먹더라도 옆 사람이 자꾸 권하면 그 결심을 지키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술을 권할 때 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확실히 마시지 않는 날을 정해두어라.
한 잔만 마시고 그만 마시는 것보다는 한 잔도 마시지 않는 것이 훨씬 지키기가 쉽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마시지 않는 날을 정하고 그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6. 음주 목표를 정하고 주계부를 써라.
가계부를 쓰면 알찬 살림을 꾸릴 수 있듯이, 자신의 음주를 계획하고, 한도 내에서 마시고, 그것을 모니터 하는 것이 음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7. 원샷하지 말고 천천히 마셔라.
알코올이 흡수되어서 뇌로 가려면 수십 분이 걸린다. 통상적인 사람의 경우 소주 2~3잔이면 뇌에 알코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원샷으로 소주 석 잔을 마셨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30분 정도 뒤에는 취기를 느낄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그보다 많이 마셔버리면 결국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심하게 취하게 되며, 음주에 대한 통제를 못하게 될 것이다.
알코올 문제는 전 세계를 막론하고, 인구의 10%가 겪을 정도로 흔하다.
강웅구 박사는 “알코올 관련 환자들은 드라마에서 흔히 보여지는 인간 말종의 비정상적 사람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생활인 가운데 있다.”고 밝히고 “만약 금주를 계획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그것을 숨기거나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