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태초에 인간은 신(神 God)의 모상(模狀)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후 인간은 진정 신에 더 가까이 닮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신에서 더 멀리 변형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인간들 자신뿐 아니라 모든 생물과 지구 자체를 신의 의사(神話)에 반하도록 자꾸만 더 불가역적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재주는 재화(財貨)인가, 재앙(災殃)인가?
모든 생물체는 자신의 번식과 생존을 조절하는 특유의 물질을 스스로 생산하여 스스로를 조절하고 있다. 이것은 가장 타당하고도 완벽한 자연과 창조주의 섭리이고 희망이다. 이것을 ‘내분비기능’ 또는 ‘호르몬 조절장치’라 한다.
그런데 어떤 생물이 신의 섭리나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전혀 다른 신호에 의해서 작동되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인체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다른 신호에 의해서 작동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이 다른 신호물질을 ‘환경호르몬’이라 하며, 이것들은 대부분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것들이다.
지금 인간들은 자신의 몸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낸 물질들’에 의해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과 발육, 그리고 질병과 번식에 위협을 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물질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이나 오존층 파괴 등과 함께 신세기(21C)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큰 ‘Big 3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란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의 생식기능과 생존기능에 이변을 일으키는 합성 혹은 자연 상태의 화학물질을 말한다. 이것은 생명체의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유지와 발달과정을 조절하는 생체 내 자연 호르몬의 생산과 방출·이동·결합·작용 그리고 대사나 배설 등을 간섭 또는 왜곡시키는 모든 체외물질 즉 ‘내분비 교란물질(內分泌攪亂物質 : Endocrine disrupters)’로 정의되고 있다.
몇 해 전부터인지 남해안에서 굴과 어패류의 생식기능에 교란이 일어나 생산량이 격감되어 어촌 살림이 더 어렵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지금 사방에서 너나없이 쓰고 있는 플라스틱 첨가제와 포장용제 및 페인트의 원료인 TBT(Tributyltin)와 농약 등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에 의한 피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것은 어패류뿐 아니라 생선과 각종 해산물에 포함되어 결국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온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생식기능을 왜곡시키고 악성종양을 유발시킴은 물론 다른 장기의 발암요인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CT, MRI 또는 PET 등으로 촬영 또는 진단되는 물질이 아니다. 오직 이런 미량물질들을 정량할 수 있는 혈액정밀분석법으로만 그 검출이 가능한 것들이다. 저자는 이번호부터 10회에 걸쳐 환경호르몬의 실상과 폐해에 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