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최준영 교수】
우리는 흔히 “암환자는 생즙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 정석인마냥 ‘암 투병=생즙’을 떠올린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실제로 많은 암환자들은 생즙을 먹는 것이 투병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암환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생즙, 그 녹색 생명체의 비밀을 밝혀보자.
생즙은 채소형태로 먹을 때보다 많은 양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극중 한 배우가 위암을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생즙을 마시는 모습이 방영된 적이 있다.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K 씨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선초, 케일, 당근, 돌미나리 등 여러 가지 채소를 갈아서 마시고 있다.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처럼 암 환자들이 생즙을 음용하는 것은 소화능력이 떨어진 환자가 채소의 풍부한 영양소를 간편하게 대량으로 먹을 수 있고, 또 항암효과에 대한 세간의 믿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즙의 효능, 과신은 금물
암 투병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마시는 생즙.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가 ‘있다·없다’ 단언하기 어렵다. 강남차병원 가정의학과 최준영 교수에 의하면 “동물실험 결과 생즙에는 항산화 효과, DNA손상 억제 효과 등이 있고, 또 생즙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신선초나 케일의 경우 종양 괴사인자 촉진효과, 면역증강 효과, 자가세포분해 촉진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포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적용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부연이다.
현재, 생즙에 관한 연구결과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 채소가 암 치료나 암으로 인한 부작용 및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근거도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생즙의 재료가 되는 채소와 암 예방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구강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방광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을 예방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 교수는 “생즙의 형태로 먹을 경우 그냥 채소로 먹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채소 속에 들어있는 많은 영양소를 섭취, 흡수할 수 있으므로 만성질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생즙 마시기 요령, 알고 계세요?
생즙은 생야채를 갈아 섭취하는 식품이기 때문에 기생충이나 세균에 의한 감염 및 중금속, 농약 등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집에서 생즙을 갈아 마실 때는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위생적인 준비를 철저히 한다. 또 정기적으로 기생충 감염 및 건강검진을 통해 혹시 있을 수 있는 문제의 가능성을 예방한다. 생즙은 칼날에 의한 분쇄보다 쥐어짜는 방식을 통해 즙을 내는 것이 영양소 파괴를 줄일 수 있다. 또 시간이 경과하면서 영양소 파괴가 높아지므로 만든 후 가급적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음용하는 생즙의 양이 많을 경우, 소화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식사시간을 피하고 식사 후 2시간에서 다음 식사 30분 전까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상온의 온도로 마시는 것이 좋다. 최준영 교수는 “특히 장기능이 좋지 않을 경우 생즙을 먹으면 설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럴 경우 규칙적인 식사를 하되 20분 이상 천천히 먹고 식사 시 물을 적게 먹되 간식이나 야식은 피한다.
장 기능 저하가 장내 유산균의 저하 및 유해균의 과다 증식과 관련되는 경우 유산균제제를 먼저 복용하여 장 기능을 회복시켜 놓은 후 생즙을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간혹, 생즙을 마시고나서 간수치가 상승하기도 한다. 간수치가 상승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간수치 상승 정도가 정상의 2~3배를 넘지 않고, 피로한 것과 같은 몸의 자각증상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피로가 풀리고 몸이 가벼운 증상을 느끼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식이나 생즙이 간이나 소화기관의 처리량을 대폭 줄여줌으로써 과부하 되어 처리를 미루던 간해독 작용이 촉진되면서 간세포의 파괴가 일어나 일시적으로 간수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믿기에는 과학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전언이다.
생즙, 어디까지나 보완요법
최 교수는 “생즙의 형태로라도 채소에 많이 함유된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만 생즙은 어디까지나 보완요법으로서 활용돼야 한다.”고 한다. 생즙에 대한 맹신으로 현대의학적인 치료를 대체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암 투병은 과학적인 치료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환자의 삶에 대한 의지와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믿음과 생즙 음용의 보완요법, 그리고 과학적인 치료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룰 때 암 극복의 희망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아닐까?
TIP. 생즙재료의 효능
♧양파 : 구강암, 인후두암, 난소암, 위암 등의 발생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요.
♧케일 : 유방암, 자궁암에 대한 항암효과 및 식도암에 대한 보호효과가 있어요.
♧신선초 : 항산화, 항암, 항당뇨, 콜레스테롤 저하효과 등이 있어요.
♧브로콜리 : 항산화, 항암효과가 있어 전립선암, 폐암, 대장암을 예방해요.
♧민들레, 돌미나리 : 실험실 연구 등에서 항암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