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도움말 | 신경정신과 전문의 우종민 교수】
디지털 치매는 휴대 전화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즉,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모든 인간관계가 두절되고, 중요한 기념일이나 회의는 PDA가 챙겨 줘야 할 정도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현상을 보고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해지고 계산기가 없으면 간단한 계산조차 하지 못하는 현상.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증후군인 디지털 치매가 무엇이며 극복 방법은 없는지 알아본다.
신종병 ‘디지털 치매’
금방 들은 이야기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뻔히 알던 내용도 막상 말하려니 긴가민가하다. 즐겨보던 연속극의 배우 이름이나 몇 달 전 본 영화 제목도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줄줄 외우던 가족들 전화번호나 주민등록번호도 생각나지 않는다. 쉬운 암산도 자신이 없어져 매번 계산기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어떤 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판단할 때 자신감이 떨어진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겪는 증상이며 다들 “나 치매인가봐.” 하면서 한마디씩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하지만 이렇게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조금씩 기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디지털시대가 만들어낸 신종병 ‘디지털치매’이다.
컴퓨터나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까, 전에는 기억이 잘 나던 정보 즉 친구나 가족의 전화번호 등이 기억나지 않는 현상을 말하며 심하면 자기 집 전화번호까지 기억을 못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더욱더 디지털 치매가 문제시 되는 것은 디지털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낮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우종민 교수는 “디지털 치매는 신조어일 뿐, 실제로 의학적인 질병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죠” 라고 말한다.
따라서 디지털 치매는 기억력이나 지능이 실제로 나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지 기억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져 전에 익숙했던 정보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컴퓨터에 의존하다보면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저하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뇌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기 때문이죠.”
생물 시간에 배웠던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처럼 뭐든지 자주 쓰면 발달하고 안 쓰면 녹슬 게 마련이라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참고하세요! 디지털 치매 자가 진단법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회사 관련 번호와 집 전화뿐이다.
▲(직장 동료 아닌) 친구와의 대화 중 80%는 이메일로 한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신용카드 계산서에 서명할 때 외에는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은 전에 만났던 사람이었던 적이 있다.
▲“왜 같은 얘기를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뒤 지도를 보지 않는다.
※출처-일본 고노 임상의학연구소 (이중 절반 이상에 해당되면‘디지털 치매’에 해당된다.)
디지털치매 극복 가능한가?
중요한 것을 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종민 교수는 “우선 기억할 것과 버릴 것을 빨리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으면 곧바로 뇌에 저장하고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뇌에 못 들어오게 차단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정보는 기억술을 활용한다. 즉, 오감을 동원해서 온몸으로 기억하는 방법으로 천천히 소리내어 읽으면서 입과 귀를 활용하고 이미지로 시각화하고 메모함으로써 눈과 손으로도 기억한다.
더불어 기억할 때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정서가 불안하고 우울할 때는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이 안 되므로 기억이 나빠진다.
이럴 때에는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가득하므로 새로운 정보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기 때문에 당연시 나타나는 현상으로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우종민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머릿속을 싹 비워보세요.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하게 살아야 하며 사람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라고 말한다.
즉 양동이에 물이 넘치면 흘러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화번호도 몇 개 정도야 늘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어떻게 외우고 다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런 것까지 다 기억하려면 정신건강에도 해롭다는 게 우 교수의 입장이다. 그냥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에 맡겨두는 편이 낫다고 한다.
그 대신 뇌의 기억창고에는 내가 꼭 하고 싶은 일 같은 중요한 정보를 잘 저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창의적인 뇌 운동량을 격감시켜 디지털 치매라는 신종병을 만들어냈다.
그러므로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은 반복적인 훈련과 늘 생각하는 사고를 통해서 뇌를 단련시켜 주는 것이 좋다.
기계와는 달리 사람의 뇌는 쓰면 쓸수록 더욱더 그 기능이 좋아지므로 노인성 치매든 디지털 치매든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없애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생활하는 것이 최선의 비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