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홍양희 회장】
동전의 양면처럼 죽음은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애써 그것을 외면하려고만 든다. 최근 국내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첫 판례가 나왔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은 죽음을 금기시하는 우리에게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리고 인간다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동안 우리가 금기시해온 죽음을 일상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신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
“당신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습니까? 혹시 당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까?”
이런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대개 당황하거나 불쾌감을 드러낸다. 죽음에서 나만은 예외일 거라는 생각,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죽음은 아직 금기의 단어이다.
그러나 인생이 무한할 수 없고, 우리는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죽음의 문제를 과연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죽음을 삶의 미완성이며 원통하고 부정(不淨)한 것으로 생각하여 굿이나 제사를 통해 못다 산 억울함을 풀어주고 죽음을 완성케 하는 ▶내세주의적 죽음관을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이 내린 수를 다하고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노종명(老終命) 즉, 자손들에 둘러싸여 자연스럽게 축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현세주의적 죽음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죽음이란 천재지변, 대형 참사, 사건사고, 전쟁과 테러 등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나의 죽음이 아닌 너의 죽음’으로만 받아들이게 됐다.
이에 대해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홍양희 회장은 “오늘날은 죽음에 대한 감정이 무디어진 반면 예측 불가능성, 심판에 대한 두려움, 고통에 대한 두려움, 고독감, 죽음의 폭력성 등과 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죽음을 금기시 하는 것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설명한다.
홍 회장은 이어 현대의학의 발달은 생명연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죽음의 비인간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품위 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서로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
매 순간을 삶의 마지막처럼 산다면 사랑이 넘치는 삶, 겸손하고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죽음을 끝이 아니고 변화의 과정이며 재창조로 인식하면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고 소용없게 된다는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영원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홍양희 회장은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의 내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는 죽음의 의미 찾기가 깊은 성찰과 사색하는 삶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 회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삶과 죽음도 하나인 것처럼 삶의 내용을 결정하는 전제로서 죽음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웰다잉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 사회 안에서 죽음에 대한 교육, 바꿔 말하면 삶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차이점이 있다. 죽음을 바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할 경우, 우리 삶속의 상실·이혼·경제파탄과 같은 작은 죽음들을 이겨내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내려놓는 훈련, 가족 간의 갈등을 미리 다스릴 수 있게 되므로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이는 비록 우리의 육체는 쇠하지만 정신적·인격적으로 인간으로서 마지막 성장을 할 수 있으며,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죽음을 두렵지 않게 생각하게 되므로 가족들과 충분한 이별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죽음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실천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존유서 작성하기
건강할 때 유언장을 해마다 작성해보면 훨씬 활기차고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삶으로 자신을 이끌 수 있다. 지난해 작성한 유언장을 읽으면서 새해를 계획하고 내용을 가감해 본다. 가족에게 남기는 말도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유언장을 작성할 때 재산 상속에 관한 유언이 법적으로 유효하려면 반드시 자필로 기록하고 본인의 도장을 찍어야 하며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작성 년·월·일, 작성 장소 등을 적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전의료지시서 작성하기
본인의 의식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자신의 의사를 대신할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죽음교육 받기
가톨릭에서는 ‘죽음체험 하루 피정’의 입관체험을 해오고 있으며 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처럼 죽음에 대한 의미와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등에 대해 죽음교육을 하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겸허하게, 일상에서 보다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죽음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호스피스
호스피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적, 신체적, 사회적인 돌봄 등 전인적인 돌봄을 통하여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을 보다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답게 이상적으로 죽을 수 있는 한 방편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 이제 당신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또한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면 당신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도서 목록을 참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
<TIP. 당신의 죽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도서>
◎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앨봄/ 세종서적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보리
◎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이레
◎ 인생이 내게 준 선물/ 유진 오켈리/ 꽃삽
◎ 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