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6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의료사고라는 말이 있듯이, 매년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접수한 의료분쟁 건수도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정부 관련기관이나 법적인 제도가 당사자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 당사자들은 우왕좌왕 하게 된다. 언제, 누가 당할지 모르는 의료사고…똑똑한 대처법을 알아본다.
“멀쩡하게 들어갔던 사람이 왜 죽어 나오느냐?”며 의사의 멱살을 움켜잡은 채 오열하는 유족의 심정은 말로 다하지 못한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병을 고치러 간 병원에서 환자가 죽거나 더 큰 병을 얻는 경우 우리는 의료사고를 의심하게 된다. 이외에도 물리치료 도중 기계 결함으로 다치거나, 병원의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진 경우, 성형수술 후 부작용 등도 의료사고의 범주에 들어간다.
특히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의료사고일수록 심증은 있으나 물증 확보가 어렵다. 전문인과 비전문인과의 싸움이고,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의료사고를 마주하게 되는 당사자는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는 싸움, 불리한 싸움, 계란으로 바위치기…’ 등등의 이야기를 왕왕 듣기도 한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거나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자포자기 하거나, 눈앞의 결과만 보고 법으로 하자며 소송부터 밀어붙이는 경우 등 의료사고에 대처하는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섣불리 소송을 제기하거나 폭력 등을 행사하는 경우 나중에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의 조언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이렇게!
우선 의료사고가 발생하기 전 의료사고, 의료과오, 의료과실에 대한 명확한 개념부터 숙지하는 것이 좋다. △의료사고란 의료행위가 일어난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곧 ‘의료사고=의사 또는 병원의 과실’이라는 명제와 다름을 의미한다. 병원이나 의사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 의료과오나 의료과실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의료과오는 의료사고 중 의료행위에 대한 의사나 병원의 과실이 있는 경우 또는 의사가 의료행위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발생한 의료사고를 의미한다.
△의료과실은 의료행위상 잘못에 대하여 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특정 요소로서 사법상으로는 ‘일정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인식하지 못한 것’을 의미하고, 형법상으로는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의료과실이나 의료과오 등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행위의 특수성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이를 입증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의료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신속하게 진료기록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태언 사무총장은 “진료기록부를 확보하고 나서 합의, 조정, 소송 중 어떤 것이 최선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한다.
의료사고 발생 시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자세
1. 진료기록부를 확보하라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는 진료기록이다. 의료사고로 판단될 경우 신속히 진료기록을 확보하여 변조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다. *만약 병원측에서 진료기록 열람 및 복사 거부시 의료법 제21조 1항에 근거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진료기록은 입퇴원기록지, 외래진료기록지, 경과기록지, 의사지시전, 간호기록지 등 환자에 따라 챙겨야 할 기록목록이 다르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진료기록을 확보했다면 빠진 것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해 봐야 한다.
2. 진료기록을 정밀 분석하라
진료기록을 정밀 분석하여 합의나 조정 또는 소송을 진행할지 판단하도록 한다. 소송을 진행하면 평균 2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출혈이 크기 때문에 소송 이전에 원만한 합의나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턱대고 합의나 조정을 할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도출되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합의·조정·소송 등의 절차를 밟기 전에 진료기록을 확보하고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기록은 전문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번역하거나 분석하는 곳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라
의료사고에 대한 의학적 과실 여부와 법률적인 검토를 했으면 환자의 나이, 상태, 수입 정도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병원과 합의 또는 조정(피해구제신청), 민·형사소송 등을 고려한다.
△합의: 당사자들 사이에 화해로써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합의 후 예상하지 못했던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거나 사기·착오에 의해서 의루어진 합의, 현저히 낮은 금액의 합의 시에는 합의한 내용을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록에 대한 사전 조사 후 전문기관의 조언을 받아 보상 가능한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조정: 한국소비자원이나 의료심사조정위원회, 법원 등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제 3자가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협상에 개입하여 분쟁 당사자들이 쉽게 협상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쟁 해결방법이다. 이 역시 조정 전 반드시 의료기록에 대한 사전 조사 후 전문기관의 조언을 받은 뒤 진행하는 것이 좋다.
△소송: 합의나 조정에 만족하지 못했을 경우 또는 처음부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 수임비와 평균 26개월이 넘는 소송기간 등을 고려해야 하며,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시효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민사소송의 경우 소멸시효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사고를 안 날(의사의 과실이 있었기에 일어난 사고임을 모르다가 후에 그 사실을 안 날을 의미)로부터 3년이고, 형사소송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다.
합법적으로 타인에게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은 의사뿐이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진료기록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행위 하나 하나에 대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을 뿐더러,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사도 인간이기에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환자와 의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안건들에 밀려, 혹은 여러 이익단체의 압력에 밀려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어딜 가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는 법! 의료사고를 당해서 억울하고 속상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시민단체나 기타 정부관련 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
<꼭 기억하세요! 의료사고 대처요령 10계명>
1. 환자의 진료기록을 확보한다.
2. 현장(증인, 물증 등)을 확보한다.
3. 폭력행사는 금물이며 섣부른 합의는 삼간다.
4.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 다른 병원을 선택해 환자를 이송한다.
5. 사고 경위서를 작성해 둔다.
6. 민·형사상 소송은 가급적 신중하게 선택한다.
7. 사망 사고의 경우 필요시 부검을 할 수 있다.
8. 소멸시효에 주의한다.
9. 소송은 변호사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본인이 직접 진행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10. 관련 시민단체와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브로커나 유사 사기단체에 속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TIP. 의료분쟁 관련 읽을거리 및 관련기관>
읽을거리
☞<의료분쟁조정사례집> / 한국소비자원; 최근 2년간 의료분쟁조정사례 60건이 수록돼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돼 있다.
☞<의료안전사고 후 올바른 대처를 위한 길라잡이> /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의료사고의 의미부터 그에 따른 합의·조정·소송 등 의료분쟁 전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억울한 의료사고 제대로 대처하는 법> / 한정우/ 다산초당
<관련기관>
☞의료소비자시민연대(www.medioseo.or.kr): 의료안전사고 예방과 대처요령 및 관련정보제공(전화상담 및 무료법률 상담 진행
☞한국소비자원(www.kca.go.kr): 의료관련 상담 및 피해구제
☞대한법률구조공단(www.klac.or.kr): 상담 및 일정한 경우 소송위임을 받아 소송을 수행.
☞기타 소비자 단체: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소비자시민모임,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