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해가플러스의원 진성남 원장】
신학기를 앞두고 엄마들이 초긴장 상태다. 암암리에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각성제 약물에 대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는 것. 하지만 이 약물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시 처방되는 약이며, 일반인이 복용했을 경우 부작용을 초래한다. 그동안 오인되어 왔던 ADHD 치료제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맹신했던 부모들에게 작은 경종을 울려보고자 한다.
공부 잘 하는 약? ADHD 치료제
“00네 아들이 그 약 먹고 10등이나 올랐데.”, “맞아, 그 약 효능이 정말 좋데.”
먹기만 하면 공부 잘한다니 엄마들의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유야 어떻든 성적만 올릴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은 게 엄마들의 마음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신학기를 맞아 최근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공부 잘하는 약’에 대한 소문은 점점 더 삐뚤어진 모정을 야기시키고 있다.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리탈린(Ritalin)이나 콘서타(Concerta), 메타데이트((Metadate) 등은 ADHD 증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환아에게만 처방되는 치료제이다.
리탈린은 학령기 아동에게 흔히 쓰이는 중추신경 자극제이다. 콘서타는 성인(18~65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질환을 앓는 경우 사용되는 치료제이며, 메타데이트 역시 ADHD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해가플러스의원 진성남 원장은 “이 세상에 공부 잘하라고 만들어진 약은 없습니다. 현재 ADHD 치료제로 나온 약들은 산만함과 집중력부족 및 충동조절의 어려움을 갖고 있는 환아들에게 처방하는 약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뇌기능을 도와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효과가 있죠. 특히 대인관계 향상, 사회성 회복에도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ADHD 환아에게만 처방되고 있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이러한 효과에 부가적인 부분이지, ADHD 환아의 성적 향상을 위해 처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일반 학생이나 일반인은 복용 NO!
ADHD 치료제는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복용하면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일반인이 복용했을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유발하기도 하고 어린이의 체중이나 성장속도 지연, 심한 경우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충동까지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성남 원장은 “일반 학생이나 일반인들은 이 치료제를 복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히고 “만약 이 약을 복용하려면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만약 진단이 애매할 경우는 사정에 따라 한 달 정도의 상담치료 및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정확한 평가 후 처방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최근 강남권 및 교육열이 높은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ADHD 치료제에 대한 삐뚤어진 맹신은 이제라도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때다.
똑바로 알자! ADHD치료제
질문1. ADHD치료제를 일반인이 복용하면?
☞답변. 약간의 집중력 향상과 수면을 줄여주는 효과로 수행능력이 향상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능력이 향상되는 폭은 극히 미미합니다. 무엇보다 장기복용 시 ADHD 환아 만큼 지속적이지 않고 효과도 뚜렷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부작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치료제는 ADHD 환아들이 복용했을 때 대인관계 향상 및 수행능력을 높일 수 있어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복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일반인들은 복용할 이유가 전혀 없고, 또 복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꼭 명심하세요!
질문2. 일반인이 복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답변. 약 자체의 부작용은 식욕이 떨어지고 잠이 잘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필요에 의해 복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계속해서 이런 약을 복용하다가 끊게 되면 일종의 반작용으로 생길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고 계속 복용하다가 약을 끊었을 때, 이전보다 더 산만해지거나 극심한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죠.
질문3. ADHD 환아도 부작용을 우려해 복용을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답변. 이 역시 일반적인 오해라 할 수 있습니다. 간혹 ADHD 환아인 경우에도 불구하고 약 부작용을 우려해서 복용을 잘 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DHD는 품행장애, 알코올 의존을 포함한 물질 의존장애, 학교 및 직업적 문제, 대인관계 문제, 범죄 등 반사회적 행동 등이 어렸을 때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환아라면 반드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ADHD 치료제에 대한 규제 강화 절실!
무분별하게 처방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ADHD 치료제. ‘성적 향상’이라는 굴레 아래 엄마들의 마음을 부추겼던 이 치료제는 뒤늦게나마 보건복지가족부 약제급여기준 개정안을 통해 규제가 강화되었다. 그만큼 보다 신중한 약 처방이 시급한 사안으로 떠올랐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행보다 기준을 세분화
약을 처방할 때 6~18세 미만으로 ADHD상병이 확진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또 환자 병력에 기초해 DSM-Ⅳ(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요강 제4판) 또는 ICD-10가이드라인(WHO에서 정한 국제 질병분류 기준)에 따라 진단을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치료제를 1개월 정도 투여한 뒤 반응을 보인 경우 계속 투여를 인정하며, 6개월마다 치료효과를 평가해 계속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항목도 명시했다.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오·남용 되어온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허가사항, 가이드라인 및 임상근거자료에 근거해 인정대상, 진단기준 및 인정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기준을 보다 강화했다.
ADHD 처방 기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아래 증상 중 최소 6가지가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되어야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과잉행동성 충동형은 ▷안절부절 못하거나 몸부림치는 경우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는 경우 ▷부적절하게 뛰거나 기어오르는 경우 ▷조용한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끊임없이 활동하는 경우 ▷말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 ▷대답이 둔한 경우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 ▷타인을 방해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부주의성 증상형은 ▷어떤 일에 대한 주의력결핍이나 부주의한 실수가 나타나는 경우 ▷지속적인 주의력 결핍 및 남의 말을 주의해서 듣지 않는 경우 ▷작업을 따라 하기 어렵고 조직화 능력이 결핍된 경우 ▷지속적인 정신적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회피하는 경우 ▷물건을 분실하거나 쉽게 마음이 산란해지는 경우 ▷건망증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간혹 위의 두 가지 형태가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 하에 ADHD 확진일 경우에만 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치맛바람 센 엄마들은 여전히 이 약에 ‘혹’한다. 극한의 모정이 삐뚤어진 사랑으로 변질돼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수도 있다.
신학기를 맞아 자녀의 성적에 더더욱 민감해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진정 아이를 생각한다면 이런 행태는 근절되어야만 한다. 먹기만 하면 성적이 쑥쑥? 세상에 그런 약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