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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을 이기자] 금기투성이 당뇨식사 기본 원칙 3가지

2010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긋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을지대 을지병원 당뇨센터 민경완 교수】

얼마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장수동 씨(남ㆍ47세)는 몸 관리를 잘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이미 주변에 당뇨식을 실천하는 지인들에게 식이요법을 물어봤다. 죄다 싱겁게 먹고, 조미료를 제한하고, 채소 위주로 먹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을 듣고 나니 힘이 빠졌다. “이대로 수도승처럼 평생 풀만 먹고 살아야 하나요?”?

전 세계적으로 1억 5000만 명이나 되는 당뇨인.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엔 3억 300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중 우리나라는 당뇨병 환자 5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악화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당뇨병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중 2위다.

흔히 당뇨병은 비만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잘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인보다 비만한 사람이 많은 서양에, 노인 인구가 많은 일본에 당뇨인이 더 많아야 한다. 현실은 이와 다르다. 비만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췌장 베타세포가 70~80% 적다. 즉 인슐린 분비 능력이 서양인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서양인과 비슷한 식사를 해도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을지대 을지병원 당뇨센터 민경완 교수는 “당뇨병은 완치하는 개념이 아니라 관리하는 병이므로 어렵더라도 올바른 식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당뇨식사는… 단순하게 먹어라

예부터 인생의 즐거움은 ‘식도락食道樂’이라고 했다. 이중 맨 앞에 두고 강조하는 먹는 즐거움이 으뜸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장 씨처럼 평생 보리밥에 멀건 국만 먹으며 수도승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침울해한다. 먹으면 좋은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목록을 줄줄 외우며 한숨 쉬는 당뇨인이 많다.

민경완 교수는 “흔히 말하는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며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까다롭고 복잡하게 밥과 반찬의 영양소와 칼로리를 다 계산해 철저한 계량 하에 식단을 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환자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며 배고픔을 강요하는 식이요법은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환자를 지치게 할 수 있다.

민경완 교수가 말하는 가장 좋은 당뇨식은 우리 전통식이다. 밥과 반찬, 국이면 된다.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귀한 음식이나 수십만 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이 건강을 보장하는 게 아니다. 설령 치료 효과가 입증된 식품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먹으면 식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음식은 균형 있는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널린 식품을 평범하게 먹는 게 가장 좋다. 다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되도록 싱겁게 간을 하는 것을 반드시 기억한다.

당뇨 식사는… 탄수화물 줄이고 반찬과 국 늘려라

밥 외에 떡이나 빵ㆍ고구마ㆍ옥수수 등 간식도 대부분 탄수화물인 우리나라 식습관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민경완 교수는 “밥그릇을 줄이면 조절하기 쉽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민경완 교수팀은 여성 당뇨병 환자 72명을 대상으로 밥그릇 크기를 조사한 결과 평균 346.3㏄였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일수록 밥그릇 크기가 컸다. 이들에게 종이컵과 비슷한 200㏄ 크기의 밥그릇을 제공하고 2주간 쓰게끔 했다. 그 결과 환자 중 비만인 사람의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64%에서 58.6%로 줄었다. 단백질과 지방 섭취 비율은 16.8%에서 17.9%, 21.6%에서 23.9%로 조금씩 늘었다. 환자들은 밥은 덜 먹고, 반찬을 더 먹게 됐다. 이어서 혈당 수치도 줄어 그 효과를 입증했다.

민경완 교수는 “많은 당뇨인이 보리, 현미 등 밥의 종류에 연연하는데 정작 혈당조절에서 중요한 것은 밥의 양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물론 보리, 현미 등 곡물의 식이섬유 섭취율이 흰쌀밥보다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들 역시 같은 탄수화물군에 속하는 식품이다. 그러므로 잡곡밥을 먹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탄수화물은 포만감을 주고 힘을 내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줄이면 배고프지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민경완 교수는 “반찬과 국을 싱겁게 만들어 많이 먹으면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게 되고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대답한다. 다만 국 중에서 곰국은 기름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

당뇨병 증가가 서구화된 식생활 때문이라며 고기를 멀리하는 경우도 많다. 민경완 교수는 “후라이드 치킨처럼 기름에 튀긴 음식은 피해야 하는 게 맞지만, 고기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육류나 어류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여러 조직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육류나 어류를 너무 적게 먹어 영양 불균형이 오는 경우도 많다. 서양식이라고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육류나 어류를 먹되 서양식으로 구워 기름을 쪽 빼먹는 요리법은 배울 만하다.

당뇨식사는… 합병증이 있다면 조금 다르게

당뇨는 그 자체는 큰 증상이 없지만 여러 합병증을 동반해 만성 질환을 일으키고, 사망률을 높인다. 당뇨인 중에는 합병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식습관도 달라져야 한다. 민경완 교수는 “합병증에 따라 각각 주의사항이 조금씩 다르다.”고 말한다.

먼저 콩팥이 나빠지는 당뇨병성 신증은 더 싱겁게 만들어야 한다. 콩팥은 몸 안의 모든 혈액을 걸러서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포도당을 재흡수하고, 노폐물은 소변으로 배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뇨조절이 잘 안 되면 신장의 모세혈관이 망가지면서 몸에 필요한 성분인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온다. 이 단계가 당뇨병성 신증이다. 철저히 혈당을 조절하고 당뇨식에 신경 쓰지 않으면 콩팥이 더 나빠지고, 몸이 금세 붓는다. 신부전으로 진행돼버릴 수도 있다. 이때 식사는 보통 당뇨인보다 밥의 양을 조금 더 늘린다. 채소도 생으로 먹는 것보다 약간 데쳐 먹는 게 부담이 덜하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합병증의 경우 단백질 음식 중에서도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조금 줄여 먹는다. 포화지방산은 주로 소기름, 돼지기름, 베이컨, 삼겹살, 과자나 라면을 튀길 때 이용되는 팜유, 코코넛유 등 동물성 기름에 많이 있다. 이들을 줄이는 대신 생선 섭취를 늘린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은 달걀노른자, 메추리알, 새우, 오징어, 문어, 전복, 뱀장어, 닭간, 소간, 곱창 등이다.

<당뇨 식단 이것이 궁금해요>

Q : 설탕은 절대 안 된다?

A : 단 과자나 음료를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지만, 당뇨에 특정 음식은 많이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은 절대 안 된다는 법칙은 없다.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 비율을 맞춰 과식만 하지 않으면 된다.

Q : 흰 쌀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A :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기호대로 먹는다. 중요한 것은 밥의 양이다.

Q : 식습관, 정말 바꿀 수 있는 건가?

A : 가족이 함께 꾸준히 노력하면 보통 3주 정도 걸린다. 금연보다 쉬울 수 있다.

민경완 교수는 국립의료원 당뇨병센터 운영 및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근무했고, 현재 을지병원 당뇨센터 과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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