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교수)】
충치로, 풍치로 바람 잘날 없는 우리 입속!?평생 동안 자기 치아를 원래 그대로 보존하기란 정말 어렵다.?모두가 소망하는 20개의 치아로 80세까지 씹고, 뜯고, 맛보고 싶다면…?구강보건의 최고 권위자 신승철 교수로부터 그 노하우를 들어본다.
6세구치를 아세요?
구강보건의 날을 치과계와 보건복지부에서 6월 9일로 정했다. 왜 하필 6월 9일일까?
사람의 치아는 일생동안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젖니라 불리는 20개의 유치와 간니라 불리는 28개의 영구치이다.
유치는 생후 6개월부터 아래 앞니부터 나기 시작해서 만 세 살 때 20개 치아가 다 나온다. 그리고는 짧게는 한 5~6년을 쓰게 된다.
만 6세, 즉 초등학교 입학하면 하나씩 영구치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 제일 먼저 구강 내에 나오는 영구치아가 흔히 생각하는 앞니가 아니라 뒤쪽에 있는 큰 어금니이다. 첫 번째 큰 어금니, 제일대구치라고 하는 이 어금니는 6세에 구강 내에 나온다고 해서 ‘6세구치(육세구치)’라 말하기도 한다.
이 6세구치는 구강 내에서 음식물을 가장 많이 씹게 될 뿐만 아니라 아래 위 위치 관계에 있어서도 중심적인 자리 잡음을 하기에 28개 치아 중 가장 중요한 치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영구치아 중 가장 먼저 입안에 나와서 가장 많은 세파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가장 단것 좋아하는 아이들 시기에 이닦기 싫어하고 치과의사가 무섭고 치과 가기 싫어하는 연령에 이 치아가 구강 내에 나와 있기에 많은 아동들에서 치아가 상하게 되는 원인 치아가 되는 것이다.
트러블 메이커 6세구치
성인이 되어서 보면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이 치아가 상해있거나, 치료받았거나, 아니면 너무 상해서 이미 뽑고 인공치아로 해 넣은 경우가 많다.
특히 충치나 잇몸병 같은 대다수의 구강질환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병에다가, 계속 쌓여가는 누진적 질환으로,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아무리 잘 치료해도 원상태의 건강 상태로는 되돌릴 수 없고 치료한 흔적을 구강 내에 남기게 되는 고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치아는 어린 나이인 6세에 구강 내에 나와서 초등학생 시절에 벌써 충치가 생기면 절대로 저절로 낫거나 회복되지도 않고 잘 치료해도 평생 그 흔적이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치과 가는 이유가 바로 이 치아를 치료하러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울을 보고 입을 벌려 구강 내를 한 번 관찰해 보자. 앞에서 여섯 번째에 있는 첫 번째 큰 어금니, 상하, 좌우 4개의 6세구치가 완전히 깨끗한 상태로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4개 중 적어도 하나는 충치가 아니면 치료 받았거나 뽑고 해 넣은 경우가 많다.
한편 치과의사들에게는 6세구치란 참 효자 치아이기도 하다. 치과 진료의 반 정도는 이 치아를 치료하는 일이고, 치과 진료 수입의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나 고마운 치아인가? 고맙다 6세구치!
그래도 치과의사가 그렇게 표현하면 욕먹는다. 차라리 6세구치가 매우 중요하니까 6세구치를 보호하자는 뜻으로 말하기로 하자. 6세의 6자와 구치라는 표현의 9자를 따서 6, 9라는 숫자의 조합을 만들고 내친김에 6월 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했다. 보건복지부도 끄덕여 주었고 공식적으로 금년부터 구강보건의 날 선포와 기념행사도 갖기로 했다. 아마도 치과의사들이 선호하는 숫자엔 2, 8과 더불어 6, 9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6세구치를 보호하여 일생동안 간직하자는 구강건강 목표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80세 노인이 20개의 자기 자신의 치아를 가지고 있으면 틀니 없이도 음식을 씹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80세에 20개 치아를 유지토록 하자는 80, 20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숫자 놀이 좋아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느 치약회사는 재빨리 이를 응용하여 2080이란 브랜드로 재미를 보았다지만 앞으론 6세구치 보호라는 차원에서 6, 9라는 브랜드도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그러면 어떻게 6세구치를 보호할 수 있을까?
6세구치 보호는 이렇게~
아동들에서 가장 잘 발생되는 충치는 다음 네 가지만 충실히 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첫째, 가정에서 이를 잘 닦아야 한다. 매 식후, 잠자기 전에는 반드시 이를 닦는다.
둘째, 단 것을 적게 먹는다. 양보다는 섭취 횟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가급적 설탕 대신 자일리톨 등 대체 당으로 된 간식을 먹도록 한다.
셋째, 치과에 가서 어금니 치아의 충치가 생길 만한 치아 틈을 치과재료로 미리 메워버리는 치아 홈 메우기 시술을 받는다. 6세구치는 건강보험 적용도 받기에 비용도 얼마 들지 않는다.
넷째, 이왕 치과에 간 김에 정기적으로 치아에 불소를 도포하는 시술을 받도록 한다.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수 회를 바르기도 하는데 치아를 단단하게 하고 산에 녹지 않게 하는 힘이 생겨 충치를 예방하게 된다.
이상의 4 가지를 충실히 한다면 6세구치는 아무리 험한 구강 환경에서라도 건강히 구해 낼 수 있다.
그런데 6월 9일을 공식적인 구강보건의 날로 처음 지정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했었는데 막상 당일 무렵에는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이란 생소한 전염병으로 보건복지부에서는 모든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단다. 역시 6세구치는 생각보단 관리하기가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