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
죽음을 부르는 오중주, 내 몸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대사증후군. 그런데 놀랍게도 20세 이상의 30%, 즉 성인 3명 중 1명이 이미 대사증후군이다. 모르고 있지만 당신도 현재 대사증후군일 수도 있고, 지금은 대사증후군이 아니라고 해도 덮어놓고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 답은 당신의 생활 속에 있다. 먼저 대사증후군을 몰고 온 나쁜 습관을 우리 삶에서 몰아내야 한다.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내 생활의 블랙리스트를 알아본다.
나도 대사증후군?
건강이 더 나빠질 것을 예측하고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대사증후군은 특급 관심을 받아야 한다. 복합적으로 생기는 여러 질병을 더 문제가 되기 전에 관리해 바로잡자는 것이 대사증후군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대사증후군인지 아닌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대사증후군에서 벗어날 대책을 빨리 세울수록 대사증후군이 몰고 올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건강 위험 요인인 복부비만, 높은 혈압, 혈당 장애,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콜레스테롤혈증의 5가지 중에서 3가지 이상을 보유할 때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한다.
▶ 허리둘레 : 남자-90cm 이상, 여자- 85cm 이상
▶혈압 : 130/85mmHg 이상
▶중성지방 : 150mg/dl 이상
▶ 고밀도 콜레스테롤 : 남자- 40mg/dl 미만, 여자- 50mg/dl 미만
▶공복혈당 : 100mg/dl 이상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지금부터 철저한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1~2개여도 대사증후군 고위험군이다. 이 역시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 암 부르는 대사증후군
넘치는 건강정보 덕분에 건강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여전히 대사증후군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실정이다.
유준현 교수는 “30세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사증후군을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대사증후군인 것을 모르는 채로 살다 보니 영양관리나 생활습관 개선이 안 돼서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사증후군은 증상이 없다. 그러나 무증상 속에 숨은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대사증후군은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뇌졸중, 암 등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위험요인이다. 대사증후군 요소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3~6배, 당뇨병 위험은 20배 이상 높다. 또한 사망률을 높이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대사증후군 씨 뿌리는 생활습관 블랙리스트 7가지
대사증후군 예방과 관리의 시작은 생활습관을 돌아보는 일이다. 다음의 블랙리스트 중에 해당되는 습관이 있다면 바로 고치자.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채우면 몸이 점점 건강해지면서 대사증후군 걱정은 멀어지게 될 것이다.
1.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아 떠나는 식사 유랑!
매끼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많은 이가 매일 더 짜고, 더 달고,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아 식사 유랑을 다니고 있다. 유준현 교수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맛있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다양한 음식을 즐기려는 사람이 증가했다.”며 “이러면 자연스럽게 먹는 음식량, 설탕과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난다.”고 우려한다.
고혈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짠 음식은 절제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수록 짠맛을 느끼지 못해 더욱 짜게 먹게 된다. 소금과 설탕으로 뒤범벅된 자극적인 음식만 찾지 말고 담백하고 싱거운 음식으로 음식 본연의 맛을 느껴보자.
2. 간편한 식사가 효율적이라는 착각!
간편 조리식품이나 인스턴트식품은 조리 시간은 줄여줄지 모르지만 건강에는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간편 조리식품에는 저장을 오래 하기 위해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가고, 인스턴트식품에는 나트륨, 당질, 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다.
유준현 교수는 “이런 음식 섭취를 반복하면 식생활의 리듬이 깨지면서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또한 아침을 챙겨먹자. 아침을 거르면 공복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심을 과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한꺼번에 몰아 먹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야식과 간식을 챙겨 먹는 정성을 아침식사에 들이자.
3. 지금 운동량이 충분하다는 오해!
대사증후군의 뿌리가 되는 복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 매일 적정량의 운동을 해야 한다.
유준현 교수는 “매일 최소 30분 이상의 중등도 유산소운동과 체력 향상을 위한 근력운동을 같이하면 체중의 감소뿐만 아니라 내장지방의 감소, 기초대사량을 높여주는 근육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소한 1주일에 운동으로 700kcal에서 최대 2000kcal까지 소모하도록 하자. 걷기, 조깅, 수영,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운동의 기본이다. 대중교통 이용,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등 생활 속의 운동도 좋다.
4. 비만 부르는 환상의 짝꿍! 기름진 안주와 술!
술은 지방이 많이 든 음식을 찾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대표 술안주는 삼겹살, 치킨, 족발, 과자 등이다. 또 술은 주로 밤에 마시고 바로 잠이 든다. 그대로 뱃살로 쌓인다. 흔히 말하는 ‘술살’이 없는 말이 아니다. 또한 알코올은 체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어떤 술이든 술은 3잔 이내로 끝내자. 절제할 수 없다면 아예 안 마시는 것이 낫다. 고열량 안주는 피하고 술을 마실 때나 마시고 난 후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5. 안 뚱뚱하니까 대사증후군이 아니라는 편견!
비만이나 과체중이 아니라도 대사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유준현 교수는 “극도로 육체적 활동이 줄어든 경우 에너지대사의 불균형 때문에 대사증후군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6. 습관처럼 마시는 달달한 음료!
식사 후에 달콤한 커피를,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톡 쏘는 탄산음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음료를 자주 마시면 지나친 당분을 섭취해 점점 체중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유준현 교수는 “녹차에는 지방 생성과 글리코젠 합성을 감소시키는 카테킨 성분이 포함되어 체중 감량과 복부비만 감소에 도움이 된다.”며 “당분이 든 음료 대신 녹차를 선택하길 권한다.”고 말한다.
7. 툭하면 살 뺀다고 끼니 거르는 습관!
살 뺀다고 끼니를 거르면 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을 더 찾게 된다. 배고픈 것을 못 참고 결국 고지방 간식을 먹게 될 가능성도 크다. 살을 빼려면 식사를 한두 끼에 몰아서 하지 말고 식사량을 줄여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앞의 블랙리스트 습관에 해당한다면 이제 당신은 대사증후군과 무관하다는 믿음은 버리자. 유준현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언제든지 나에게 생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기 발견, 체중 조절, 건강한 식사, 금연, 금주 등 건강 실천 행동을 지금부터 시작하자.”고 조언한다.
유준현 교수는 암 치료 후 건강관리,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 비만, 노화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5th IAGG Master Class on Ageing in Asia 조직위원장, 제8차 국제노화심포지엄 조직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