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FN Stars 자산관리연구소 서기수 소장】
“돈에 침 뱉는 놈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 오늘도 돈 때문에 수없이 좌절하고 자존심 상하는가 하면, 돈이 있어 여유롭게 미소 짓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돈이 무엇이기에 사람을 좌지우지 하는가? 돈을 어떻게 여기고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생존 요건이요, 최소한의 자존심
자연재해나 전쟁, 우리의 재무 상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불경기 등 외부 상황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절제할 수 있다. 세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뉜다. 타고날 때부터 돈이 많은 사람이 있고 적은 사람이 있다. 모두 평등하게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의 많고 적음은 살아가며 판이하게 달라진다.
서기수 소장은 “현대 사회에서 돈은 건강과 더불어 최소한의 자존심”이라고 말한다. 몸이 아프면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마음이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마찬가지로 돈이 없으면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다. 어깨가 축 처지고 당당하지 못하다. 돈은 곧 자립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이다. 똑바로 설 수 있어야 마음껏 다니며, 일하고 즐길 수 있다. 똑바로 서지 못하면 보통의 삶을 건강하게 지탱할 수 없다. 돈은 이처럼 경제적인 직립보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생존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또 사람은 직립보행하며 활동하고 즐기는 동물이다. 그냥 하염없이 걷기만 할 수 없다. 맛있는 것도 먹고, 포근한 곳에서 쉬기도 하고, 자신과 주변을 꾸미며 즐기는 데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낀다. 사람의 다양한 욕구를 가능하게 실현시켜 주는 매개가 바로 돈이다.
돈이 충분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낙원이 아니기에 충분하진 못하다. 그러나 지옥도 아니기에 불행할 만큼 부족하지도 않다. 서기수 소장은 “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삶의 질이 달려 있다.”고 충고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늘 골머리를 앓게 하는 돈 문제, 현명한 사용법은 무엇일까?
돈을 잘 쓰려면 가계부를 잘 써야
돈 문제는 늘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우다. 무조건 저축이 좋은 것이고 소비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은 편일 때 생긴다. 그렇게 되면 돈을 모으기는커녕 지출을 메우느라 정신이 곤두선다. 서기수 대표는 “돈에 이끌려 다니지 말고 돈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 돈 관리에 성공한다.”고 밝혔다.
돈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려면 일단 자신의 경제 상황을 알아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가계부 작성이다. 매일 나가는 돈을 일일이 작성해 넣기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그러나 이런 반복적인 행동이야말로 돈의 통제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안 쓰던 가계부를 갑자기 꼼꼼히 쓰기는 어렵다. 손쉽고 편한 방법은 매월 신용카드 내역서를 스크랩하는 일이다. 보통 확인만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청구서를 이메일로 받는다면 한 달에 한 번씩만 출력하라. 우편으로 받는다면 확인 후 버리지 말고 모아 둔다.
개별 영수증까지 다 챙기면 좋지만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정리하기는 어려운 법. 영수증 중에서도 주로 생활용품을 사는 대형마트 영수증 정도는 따로 모아둔다. 이렇게 하면 월별로 신용카드 내역과 합쳐서 내 지출 항목을 파악할 수 있다. 적어도 1위부터 5위까지는 정리해야 한다. 내역을 보면서 후회되는 항목은 눈에 잘 띄게 표시하면 더욱 좋다.
어차피 다 필요한 데 쓰는 돈, 가계부 정리로 얼마나 아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애석하게도 돈의 주인이 되긴 어렵다. 가계부 관리로 매월 새는 돈 5~10만 원씩 잡아 6%의 저축은행 적금에 투자하면 더욱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고, 명절에 손자들에게 두둑한 세뱃돈을 줄 수도 있다. 가계부 관리는 새는 돈을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내 지출을 계획적으로 관리ㆍ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계부 작성을 다짐했다면 소비습관 혁신에 힘쓴다. 지출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 식비, 교육비, 인간관계 비용 등에 대한 기준점과 한도를 세워 놓는다. 지출 시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한다. 소비충동을 부추기는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도 멀리한다. 대형마트에 갈 때는 이웃과 함께 가 묶음 물건을 나눈다. 매월 일정액이 고정적으로 발생하진 않는 경조사비 지출은 기준을 세운다. 많은 달 말고 적은 달이 기준이 된다. 의류ㆍ가전 등도 마찬가지다. 적은 달을 기준으로 지출을 책정하고, 추가 지출은 예비자금에서 융통한다.
잘 모으려면 대박보다는 손실 최소화
사람의 머리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판단에 적합하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사람의 머리가 회계나 재정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는 농담을 한다. 일상생활과 직업에 충실한 사람도 투자를 할 때는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기 쉽다는 말이다.
주식투자의 대부인 피터 린치는 “모든 투자자는 투자하는 순간부터 낙관론자가 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서기수 소장은 “투자에 있어 투자자들이 첫째로 가져야 할 마음은 평정심”이라고 강조한다. 들떠서 하는 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발생할 지도 모르는 손실에 대비를 해 놔야 한다.
불경기에는 원금 손실이 안 나는 재테크를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100년이 넘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지금도 전설적인 투자자로 칭송받는 제시 리버모어, 짐 로펠 등의 최고 투자 원칙은 ‘손실 최소화’였다. 전설의 인물들이 얼마를 벌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로 투자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손실이 걱정된다면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시장을 과감하게 떠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지키는 것도 투자다.
둘째, 돈을 모을 때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음식을 만들 때 누구에게 무슨 목적으로 대접하느냐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동기부터 달라진다. 결과물인 음식의 맛과 질은 계획적으로 만들었을 때 더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돈을 모을 때도 마찬가지다. ‘3년간 3000만 원을 모아서 결혼자금을 마련한다.’거나 ‘부부가 함께 5년간 1억 원을 모아서 지금 사는 전셋집을 빼고 수도권에 30평 아파트를 산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결혼밑천’ ‘내 집 마련’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결과적으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돈과 친해지는 생활습관>
1 사람이든 돈이든 자주 봐야 친해진다. 자주 만지고 세어본다. 만지지도 않고 별 계산도 없이 카드를 긁어대면 친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2 돈과 함께 통장도 자주 본다. ‘우리 아들 대학 보내기’ ‘부부의 행복한 은혼식 여행’ 같은 구체적인 이름을 붙인 통장을 바라보며 돈을 모을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한다.
3 돈을 잘 갖고 다닌다. 꼬깃꼬깃 접지 말고 반듯이 펴서 넣는다. 돈을 잘 대접해야 내게 잘 붙는 법이다.
4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듯 내 재정 상태를 체크한다. 몸에 상처가 나고 출혈이 있다면 지혈하고 꿰매야 한다. 돈도 마찬가지다. 가계부 쓰기를 생활화해 새는 돈을 막고, 재정 상태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계획과 실천을 감행한다.
5 정보력이 곧 돈이다. 신문 구독, 삼성경제연구소ㆍLG경제연구원 등의 무료 제공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읽는 습관을 들인다.
6 자녀에게 계획적인 용돈 교육을 시킨다. 자녀 교육을 하면서 부모도 솔선수범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7 다른 사람의 재테크 성공 비결에 귀 기울인다.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뭔가 공통점이 있다.
8 돈을 아끼되 공인중개사 복비는 아까워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에 아파트 1000만 원 싸게 사고, 비싸게 팔 수 있다.
9 친구 따라 재테크하기 보단 전문가와 상담하라. 전문가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자산관리회사 등의 곳에서 최소한 2명 이상 두는 것이 좋다.
10 초심을 잃지 않는다. 돈을 조금 벌었다고 자만하지 마라. 쓸 때마다, 투자할 때마다 늘 신중해야 한다. 돈을 만만히 보다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서기수 소장은 호원대 부동산경영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HB파트너스 대표이사, 단국대 자산관리 MBA 과정 출강, 한국건설산업교육원 자산관리ㆍ재테크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