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
주로 주부들이 생활정보를 공유하는 한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카페 게시판.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검색했더니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새댁’ ‘결혼한 후로 더 외로워요.’ ‘외로움에 너무 힘이 듭니다.’ 등 외롭다는 주부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글 밑에는 각각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 공감하는 말 등이 담긴 댓글이 줄을 이었다. 흔히 결혼하는 순간부터 외로움과는 담을 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곁에 있어도 외롭다고 느끼기도 한다. 무엇이 사랑하는 배우자를 외롭게 만드는 것일까? 외로움에 한숨짓는 그들의 속마음과 그 해결책을 알아본다.
그 남자의 외로움, 그 여자의 외로움
유행가 가사처럼 한때는 당신은 나의 동반자이며,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 당신과의 만남인 줄 알았던 부부. 결혼이 뭐기에 외로움의 끝이 되어야 할 부부생활이 또 다른 외로움의 시작이 되는 것일까?
사례1 . 외로움에 지친 아내 나허전 씨의 속마음
결혼 12년 차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저희 부부에게 권태기가 왔나 봐요. 몇 달 전부터 대화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이, 시댁, 친정, 돈 이야기 말고는 서로 말을 안 해요.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피곤하다며 소파에서 TV만 보고 자기 바빠요. 어떤 날은 제가 집안일을 할 동안 먼저 자는 거 있죠. 차라리 남편이 잘못이라도 하면 싸우면서 원하는 것을 이야기라도 할 텐데….
애들하고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자상한데 저한테는 찬바람이 쌩쌩 불어서 정말 속상해요. 이래서 다른 여자들이 우울증이 오나 봐요.
그래도 인터넷 쇼핑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져요. 그러나 그것도 살 때뿐이지 또 금방 기분이 축축 처진답니다. 제가 이러려고 결혼 했나 싶어요. 야속한 사람….
사례2. 쓸쓸함에 사무친 남편 전고독 씨의 속마음
전 결혼 3년 차 맞벌이 하는 아내와 딸 하나를 둔 가장입니다. 아내와는 4년 동안 연애하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했죠. 그런데 요새 저 외롭습니다. 남들은 예쁜 딸을 낳고 아내가 돈도 벌어 와서 부럽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죠. 아내는 출산한 후로는 딸밖에 몰라요. 저는 찬밥이죠.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려고 해도 아내의 신경은 온통 아이에게 쏠려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당신 눈에는 딸밖에 안 보이냐고 했더니 자기도 일하랴, 아이 돌보랴 힘든데 왜 시비를 거냐는 겁니다. 차라리 돈을 벌어오지 말라고 했더니 대판 싸웠습니다.
이렇게 낙이 없으니까 만만한 게 술이죠. 외로워서 술 좀 먹고 들어오니까 이제는 술만 먹고 다닌다고 화를 냅니다. 저보고 어쩌라고요. 저랑 놀 것도 아니면서 술도 먹지 말라니요. 저만 기다리던 신혼 때가 좋았는데…. 집에 갈 맛이 안 납니다.
외로움이 커지면 불행의 씨앗
남편과 아내는 왜 결혼을 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은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흔한 이유는 권태기가 오기 때문이다.”며 “특히 맞벌이 가정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따로 있는 시간이 많아서 권태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다.”고 설명한다. 흔히 사랑이 식었다고 말하는 권태기가 오면 관심과 대화가 줄어든다. 권태기가 오는 이유는 보통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여자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후회가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평생 잘해줄 것 같았는데 남편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남자는 결혼을 하면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딱히 풀 곳이 없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을 마시면 아내에게 의심과 싸움의 불씨를 던져주는 셈이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멀어지면 외로움만 그 자리에 남게 된다.
배우자의 무관심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강용 원장은 “자녀가 생기면 오직 자녀에게 관심을 쏟느라 배우자에게는 무관심한 가정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성생활도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홀해지기도 한다. 변화가 없는 생활이 오래된다면 이 역시 외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배우자가 있어도 외롭다면 짜증이 나기 쉽다. 이 짜증은 쉽게 부부싸움으로 발전되고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외로움에 지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줄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아내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자녀에게 집착을 할 수도 있으며, 남편은 일이나 술에 중독되기도 한다.
부모의 외로움이 아이에게 득이 될 리는 없다. 부모가 대화가 없고 무심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자존감이 낮고, 자기주장을 잘 못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SOS! 우리 부부 외로움 퇴치 설명서
부부생활에서 생기는 외로움을 해결할 방법은 여러 가지다. 노력할 마음만 있다면 어렵지도 않다. 강용 원장은 “진심이 담긴 대화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의 마음을 알면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다.
무조건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대화여야 한다. 흔히 부부들의 대화라면 직장, 육아, 가족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서로에 대한 감정과 바라는 점이다. 배우자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어떤 말과 행동을 원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부부생활에 이런 대화가 빠져 있다면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이런 대화는 결혼한 직후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한 번, 여유가 없다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서적인 대화를 나눠야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강용 원장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화는 집보다는 밖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분위기 있는 카페도 좋고, 근처 공원도 괜찮다. 오직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가진다면 외로움은 남의 일이 될 수 있다.
둘만 떠나는 여행도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부부관계 회복에 좋은 여행은 따로 있다. 관광이 목적이 아닌 둘만의 오붓한 시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볼거리 대신 체험이 있는 여행이 둘만의 추억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두 사람이 상의한 후에 여행지를 결정하고,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일정을 짜야 한다.
강용 원장은 “적극적인 애정표현, 칭찬 등도 외로움이 찾아오지 않게 하는 좋은 사랑 습관”이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부부 사이에 무슨 스킨십이야?’라는 말은 소외감이 들게 한다. 처음에는 어렵더라도 애정표현과 칭찬을 하려고 노력하면 이내 익숙해진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담긴 대화는 많이 하면 할수록 부부생활에는 약이 된다. 치열한 사회를 살아내느라, 자녀 뒷바라지하느라 그 중요성을 잊고 있었다면 떠올려보자. 뜨겁게 사랑했을 때 했던 작은 배려가 얼마나 큰 행복이 되어 돌아왔는지….
행복하기도 부족한 짧은 인생이다. 진심이 담긴 대화와 배려를 통해 행복의 걸림돌 외로움은 저만치 날려 버리자.
<외로움이 얼씬 못하게 하는 부부 사랑의 기술>
자녀만 신경 쓰는 아내가 야속하다면? 자신도 자녀를 사랑하긴 하지만 아내가 자녀에게만 온 신경을 쏟는다면 때론 서운할 수도 있다. 거리감이 느껴지면서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럴 때는 밖에 나가서 외로움을 달래는 것보다 자녀 돌보기를 함께 하면 된다. 육아는 아내 몫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아내와 아이는 영원히 내 편이 된다.
남편이 퇴근하면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쉬려고만 한다면? 남자에게 집이란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처다. 쉬려고 들어왔는데 아내가 또다시 뭔가를 하자고 하면 귀찮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1시간만 푹 쉬고 이야기 좀 하자.”고 말해보자. 쉴 때는 정말 편하게 해주면 더 좋다.
외로움을 싹 가시게 할 결정적 한마디
☞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은 정말 아름다워, 오늘도 수고했어, 당신만을 사랑해 등
☞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이 최고야, 당신은 능력 있는 사람이야, 당신이랑 결혼하길 잘했어 등
강용 원장은 부부문제, 우울증, 스트레스 상담 전문가다. 미네소타신학대학원 심리상담 박사과정을 거쳐 한국기업상담학회 이사, 한국심리학회 정회원, 한국상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