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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뜻하지 않은 재난… 현명한 대처

2011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꽃씨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과 조성진 교수】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던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있은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국민들은 그때의 놀람과 두려움을 점점 잊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평도 주민들은 아직도 그 날의 공포감이 생생하다. 그뿐 아니라 전국은 지금 구제역 후유증에도 시달리고 있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매몰한 공무원과 축산인들은 “계속 눈물이 난다.” “동물 울음소리가 들린다.” “깊이 잠들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살다보면 내가 막을 수 없는 재난이 닥쳐오기 마련이다. 예고 없이 다가온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 쓰러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제역 살처분 공무원 71%가 후유증

최근엔 구제역 가축 살처분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가축 살처분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 211명 중 71.1%가 정신적 스트레스나 수면장애 등 후유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을 겪는 사람들은 많은데 아쉽게도 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은 부족한 실정이다. 경황이 없어서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가천의대 길병원 정신과 조성진 교수는 “사람들은 재난이나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면 이로 인해 불안, 공포, 불면 등의 증상이 생길 수가 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사건이나 재난을 겪었다고 해서 모두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 재난 후유증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는 비율은 7% 정도다.

극심한 공포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외상성 사건으로는 강간이나 집단폭행 같은 한 개인에 대한 폭력적인 구타,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재해, 사고, 전쟁 등이 있다.

증상은 극도의 공포감, 무력감을 보인다. 머릿속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외상사건을 계속 겪는다. 따라서 외상과 연관된 자극을 민감하게 피하려 한다. 외상과 관계된 활동, 장소, 사람, 물건들이 기피 대상이다. 지하철 화재사건을 겪은 사람이 지하상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그 예다. 반대로 일반적 반응은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심한 압박감도 느낀다. 지나치게 각성돼 잘 놀라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면장애, 경련, 악몽, 초조, 분노폭발, 참을성 부족으로 이상 증세가 드러난다.

재난 앞에서 모든 사람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은 아닌 만큼 특히 취약한 사람이 있다. 어렸을 때 경험한 심리적 상처가 있거나 최근 스트레스가 많았던 사람, 지나친 음주를 하는 사람은 증세를 보일 확률이 높다. 성별은 여성이 많고, 동료나 가족이 정서적 지원을 잘 해주지 못할 때 질병이 더 심각해진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제 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상처가 마음 속 깊이 똬리를 틀어버린다. 괜찮다가도 불쑥불쑥 아프고, 웃음기가 가신다. 깊이 박힌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은?

조성진 교수는 “우울ㆍ불안 등의 증상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를 하고, 상담치료 또한 매우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한다.

상담치료 중 가장 먼저 ▶인지치료는 경험한 정신적 외상과 그 여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돕는 치료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사건에 대한 어떤 생각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지 이해하는 것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사고 이후 불가항력일 수밖에 없는 일에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에 화재가 났을 때 당시 내가 집에 있었다면 가족의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말이다. 그 사고의 결과가 본인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노출치료는 사고 기억에 대한 공포를 덜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다. 학습한 공포를 거꾸로 돌려 사고에 대한 편한 감정을 느끼게 학습시킨다.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점차 조절할 수 있다. 처음엔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만 점점 사고의 기억에 압도당하는 고통이 줄어든다.

내 힘과 주변의 도움 있으면 예방 가능

외상 후 스트레스를 포함한 재난 스트레스는 수많은 정신과적 질환 중에서도 예방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질환이다. 재난 스트레스라는 명백한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재난이 피해자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한다면 심각하게 발전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재난 스트레스 예방법은 첫째,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무너지지 않고 역경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정신력 또한 높기 마련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ㆍ휴식을 통해 튼튼한 몸과 마음을 다져 놓는다. 둘째, 주변의 도움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중요하다. 신체적으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이 기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진심어린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재난을 겪은 사람을 돕고 싶다면?>

①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말하도록 격려하라.

② 인내심을 갖고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라.

③ 같이 시간을 보내라. 옆에 있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

④ 도움을 제공하고, 도와주겠다고 얘기하라.

⑤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해 줘라.

⑥ “그 정도니 다행이다.”라고 얘기하지 마라.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얘기하라.

⑦ 만약 사생활 존중을 요구하면 지켜준다.

⑧ 고통을 이겨낼 시간을 줘라.

⑨ 증상이 계속되거나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정신과 치료를 권하라.

조성진 교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수련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노인정신의학회 기획위원 간사, 인천시 남동구 치매주간보호센터 자문의, 서구 정신건강증진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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