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ND케어클리닉 박민수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넘치는 식욕 때문에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는 A양(24세). 거울 앞에서 한숨이 늘어만 간다. 사는 게 지치고 피곤해서 밤엔 그저 잠만 자고 싶다는 B씨(40세). 밤에 마누라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 막상 자려고 하면 잠이 안 와 씨름하고,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다 진도를 놓치는 C군(18세). 이러다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욕구’다. 넘쳐서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우리 몸의 3대 욕구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욕구는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바라는 감각이다.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샘솟는다. 욕구는 금세 부풀어 오르면서 우리 몸을 가득 채운다. 다른 걱정거리들마저 압도하며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 나서라고 우리를 채근한다.
ND케어클리닉 박민수 원장은 “건강한 욕구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존재의 이유”라고 밝히고 “건강하게 살려면 자기 몸의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식욕ㆍ성욕ㆍ수면욕은 대표적인 3대 욕구다. 가지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가지에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식욕이 떨어지면 성욕이 떨어진다. 또 잘 자지 못하면 밥맛이 없다. 반대로 잘 먹고 잘 자면 건강하고, 섹스도 즐겁다는 말이다.
이처럼 욕구는 달라 보여도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가지 하나를 누르면 다른 가지로 치우쳐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박민수 원장은 “늘 중심을 잘 잡는 것이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PART 1.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식욕의 정체
누구나 한 끼라도 굶으면 기운이 없다. 밥 생각만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배고프다고 몸이 바라는 대로 이것저것 다 먹으면 백이면 백 소화불량에 걸린다. 그게 계속되면 겉으로는 살이 찌고, 속으로는 몸속 장기에 부담이 가 기능이 둔해지고 떨어진다.
UN(국제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영양부족 인구보다 과체중 인구가 많다고 한다. A양의 사례에서처럼 넘치는 식욕 때문에 걱정인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넘치는 식욕, 마음먹은 대로 딱 조절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답은 간단치 않다. 식욕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격하시키려고 하면 몸이 불만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식욕에 이끌려 다니면 더욱 더 많이 먹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박민수 원장은 “내 몸의 요구와 욕구를 잘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사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픈 것은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몸의 요구다. 그런데 배고프다고 밥과 후식, 간식까지 지나치게 먹는 것은 욕구가 욕망화 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사람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현대인의 과식하는 식습관은 학습의 산물이다. 배고픔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밥에 후식, 간식까지 먹어야 행복하다는 감정은 주변 환경에서 배운 것이다.
박민수 원장은 “학습된 식습관은 생각보다 바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통제력을 자랑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상품, 약물에 기대야 하는 것일까? 희망이 있긴 할까?
먹는 즐거움을 분산시키는 것이 관건
식욕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답은 그렇기도 아니기도 하다. 마음보다 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막 먹으면 먹고 싶은 욕구의 끝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몸에 정성스레 귀를 기울이면 길은 분명 있다.
박민수 원장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독하게 참으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자신과의 대화를 하라.”고 전한다.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게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은 진정 무엇인가?
지글지글 코를 자극하는 삼겹살,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 바삭바삭 군침 도는 튀김…. 나는 왜 이것들을 먹는가? 이것들이 내게 주는 느낌이 좋다. 허한 마음을 달래주며 온 몸에 기운을 돋운다. 든든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박민수 원장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많다.”며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한다. 미술이나 음악, 영화 등 취미활동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먹는 것에만 집중하던 신경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킬 수 있다.
식욕을 분산시키며 체중을 줄여가고 있다면 스스로 보상을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또 다른 나로 만드는 움직임을 기분 좋게 즐긴다. 스스로 거울을 보고 “자랑스러워.” “잘했어.”하고 말을 걸거나 한 치수 작은 옷을 사 자신에게 선물해 줘도 좋다. 내가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 내가 스스로 보살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수록 식욕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길에 다다르게 된다.
PART 2. 건강의 또 다른 지표 성욕의 비밀
“사랑한다.”는 말에 기분이 나쁜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 우리는 사랑을 순수한 것으로 여긴다. 반면 성욕은 은밀한 것, 더 심하게는 음흉한 것으로 누르기도 한다. 성욕은 단순히 육체적인 것이고 이에 대한 욕구는 사랑이라는 승화된 감정으로 나타나야 하는 것인 양 여기는 풍토가 있다.
박민수 원장은 “성욕 또한 식욕처럼 자연스러운 몸의 욕구”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해소해야 건강에 이롭다.”고 설명한다. 부끄러워하거나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과시하거나 자랑할 이유도 없다.
하루 종일 섹스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지내는 것이 아니라면 왕성한 성욕은 건강하다는 증표다. 성욕이 떨어지는 사람은 두 부류다. 첫째는 마음과 몸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 둘째는 바쁜 사람이다. 아프거나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으면 성욕이 떨어진다. 건강한 즐거움인 성욕이 떨어지면 인생이 메마른다. 성욕은 관계에 대한 욕망이며 삶이 충만해지는 접촉이기 때문이다.
병이 있다면 치료하고 바쁘면 쉬어야
박민수 원장은 “성욕 저하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몸이 안 좋다면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질환이 있으면 치료하고, 기운이 없으면 떨어진 몸 상태를 활력 있게 끌어 올려야 한다. 너무 바빴다면 숨 고르고 쉬어준다. 재충전을 하면 떨어진 성욕도 고개를 들 것이다.
배우자와 관계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성욕 저하일 수도 있고,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성욕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성욕은 자위로 혼자 해결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몸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는 사랑이다.
사랑이 평생 지속될 수 있으려면 성욕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성욕은 사랑 안에서 살기 위해 상대에 대해 알아가며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다. 마음이 몸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이성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삶의 충만함은 접촉에서 온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랑이 가미된 성관계는 더없는 행복하다는 것을. 배우자와의 성관계를 좋게 만드는 사랑은 애정과 배려에서 나온다.
PART 3. 밤이 되면 몸을 멈추게 하는 수면욕의 진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잠을 잘 자면 몸이 개운하지만 잘 못 자면 찌뿌드드하고 하루 종일 불편하다. 박민수 원장은 “잠을 잘 자면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잠은 몸에 쌓인 독소를 풀어내고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필연적인 생리현상이다. 그 중요성은 영양이나 운동과 같다. 잘못 먹거나 운동을 하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 심장병, 우울증, 면역력이 떨어지고 피부 탄력이 줄어드는 등 갖은 병에 걸린다. 마찬가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온갖 병을 불러들이게 된다. 괜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하는 인사말이 나온 것이 아니다.
요즘 ‘안녕히 주무시지 못하는 현대인’이 많아지고 있다. 만성 수면부족 상태인 현대인들. 박민수 원장은 “가장 큰 이유는 조명과 업데이트 되는 정보”라고 밝혔다. 밤에도 밝혀주는 조명과 TVㆍ컴퓨터는 우리를 잠 못 들게 유혹한다.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를 잠들게 하는 것이 바로 수면욕이다. 잠을 자지 않으면 우리 몸은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밤이 되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줄어들어 혈압이 내려간다. 잠을 통해 활동정지 상태에서 기운을 충전하게 된다. 어느 정도 잠을 자고 나면 소모된 에너지가 충전되며 아드레날린 분비가 왕성해지고 혈압도 올라간다. 그런데 인체의 자연법칙에 어긋난 생활을 한다면? 몸속의 시계가 어긋나 내분비기능 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일정한 기상 시간은 수면욕 조절에 도움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한 달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러나 잠을 자지 못한다면 10일 내지 15일 정도만 살 수 있다. 수면 욕구를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한 번에 알 수 있게끔 알려주는 수치다. 문제는 앞서 소개한 C군처럼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이 잘 오지 않아 낮에 졸리는 일이다.
박민수 원장은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일단 억지로 자려 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몸이 스트레스를 받아 잠이 더 오지 않을 수 있다. 책을 읽거나 TV를 봐도 좋다. 곁들여서 저지방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정상적인 수면 욕구 조절을 위해서는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에 상관없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그러면 자는 시각이 일정해진다.
잠이 잘 오지 않기는커녕 너무 수면욕이 지나쳐 잠이 많은 경우도 있다. 불면증보다는 보기 드문 증상이지만 그 괴로움은 만만치 않다. 수면과다증은 최면제나 진정제, 중추흥분제 등을 지나치게 복용했을 때 생길 수 있다. 뇌 부위 염증, 저혈당, 빈혈, 갑상샘 기능 저하, 우울증 등일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는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해당 질환이 아니라면 마음을 편하게 갖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힘쓰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