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어르신들 말씀을 들어보면 예전에는 와사증(또는 와사풍: 얼굴모양이 일그러지고 뒤틀리는 병)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중풍(CVA:뇌졸중 또는 뇌혈관장애)이 사망원인 첫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와사풍이 중풍의 전조 증상이라면 이것 역시 뇌혈관장애처럼 더 많아져야 할텐데 왜 지금은 오히려 더 적어지고 있을까?
이전에는 오늘날보다 평균 수명이 더 짧았고, 전염병이 더 많았고, 또 와사풍도 많았다면, 결국 와사풍은 젊은 사람에게도 올 수 있고 전염병과 연관되어 올 수도 있다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옛날 어머니들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자식들이 밖에서 잠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여름 밤에 드넓은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멍석을 깔고 누워 하늘의 별들을 세다 잠이 들기도 하지만, 이때마다 어머니들은 밖에서 자면 입이 삐뚤어진다고 하여 자식들을 깨워 방안으로 들이밀곤 하셨다. 왜 밖에서 자면 입이 돌아갈 수 있을까?
밤 깊어 이슬이 내리면 얼굴신경과 혈관에 수축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은 바로 안면 대칭성의 상실이며 곧 얼굴이 돌아가는 와사현상이다. 바꾸어 말하면 와사증은 뇌(중추신경) 자체의 장애에 의해서 발생되는 경우보다는 외부신경(말초신경)의 일시적인 압박이나 수축 등에 의한 현상인 것이다.
사실 손발저림이나 얼굴마비는 갑자기 차게 다루거나 감기를 심하게 앓았을 때 발생되는 수가 많으므로, 이것을 중풍과 직결하여 생각할 필요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말초신경마비는 중추성(뇌)마비와는 다르다. 이것은 보통 단기간 내에 회복되는 수가 더 많으며 시일이 경과되면 자연히 좋아지는 것이다.
중추성마비(중풍)는 와사증이나 말단신경마비증과는 달리 오히려 안면마비 정도가 별로 심하지 않아서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지 않다. 중풍에서는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언어장애가 오거나 식습관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국소신경 이상과 구분이 된다. 이전에 흔했던 와사증과는 달리, 요사이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보다 큰 중풍이 대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자신이 앞으로 중풍에 더 잘 걸리게 될 것인가, 아니면 와사증에 더 잘 걸리게 될 것인가? 현재의 상태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것일까? 이것은 이제 몇 가지 혈액검사를 해보면 곧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디 몸 한구석이 조금 저리고, 감각 이상이 있는 것 같고, 얼굴 대칭성에 이상이 있는 것 같고, 손발이 저절로 떠는 것 같다고 해서 곧 중풍이 오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그런 증상은 모두 조금씩 있으며 누구라도 얼굴이 조금씩은 비대칭으로 되어있다. 작은 일을 큰 재난인 것처럼 걱정하게 되면 뇌기능과 미래의 건강에 더욱 부담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