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아주대학교 순환기내과 윤명호 교수】
50대 후반의 주부 K 씨. “고혈압, 그거 혈압약만 잘 챙겨 먹으면 되는 것 아니에요?”라며 식당에서 시킨 음식이 본인의 입맛에 싱거운 것 같다며 소금부터 찾는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혈압약만 열심히 먹으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혈압약을 빼먹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좋지만 짜게 먹는 식습관,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녀는 머지않아 고혈압 합병증으로 크게 고생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고혈압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치명적인 합병증과 그 예방법을 소개한다.
커다란 상처 남기는 고혈압 합병증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률 가운데 암에 의한 사망률 다음으로 많은 것이 뇌혈관계질환과 심혈관계질환인 것을 아는가? 이들 질환은 생명을 잃지 않더라도 신체적 장애·경제적인 부담감 등 환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문제는 이들이 고혈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뇌혈관계질환, 심혈관계질환, 신장질환, 망막질환 등은 대표적인 고혈압 합병증이다. 일례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질환은 심근에 손상을 주어 심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심부전은 심장 관련 사망 원인 중 40~5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무서운 합병증이다. 또한 뇌경색(뇌졸중) 등의 뇌혈관계질환은 생명의 위협과 더불어 신경학적인 장애를 초래한다.
고혈압은 또 신장에도 영향을 주어 만성신부전이 발생하게 되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고 심각한 경우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성신부전증이 동반되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질환은 증상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아주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윤명호 교수는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는 고혈압 합병증은 평소 혈압의 높음과 관련이 있지만 혈압의 높음과 상관없이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본인도 모르고 지내다가 갑작스럽게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라고 설명한다.
PART 1. 당신의 ‘심장’을 지키고 싶나요?
고혈압은 정상 혈관내피세포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이는 혈관내피세포의 손상과 함께 정상 내피세포의 기능을 억제하여 혈관 내 혈전이 잘 생기게 함으로써 동맥경화의 발생을 높인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관인 관상동맥에 나쁜 콜레스테롤 등의 지방과 여러 가지 성분이 가라앉아 끈적거리고 물렁한 죽처럼 되는 죽상경화반이 만들어진다.
또한 혈관 내부가 좁아지기 시작해 그 협착의 정도가 어느 정도 이상에 이르면 심근에 허혈이 나타난다. 그리고 죽상경화반이 있는 부위에서는 죽상경화반의 파열이나 궤양 등이 발생하여 갑작스럽게 혈전이 만들어지고 혈관에 폐쇄가 나타난다.
이때 심장으로 가는 동맥이 막히면 급성 심근경색(뇌혈관이 막힌 경우 뇌경색)이고 혈관이 막힌 위치와 심근 손상의 정도에 따라서 사망 또는 심부전, 허혈성 심장판막 질환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 예방법 :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혈압의 조절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심혈관계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140(수축기혈압)/80(이완기혈압)mmHg 이하로 혈압을 낮추어야 하고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경우 조절 혈압의 목표를 130/80?85mmHg 이하로 낮춰야 한다.
PART 2. 당신의 ‘신장’을 지키고 싶나요?
신장은 고혈압에 의해 쉽게 손상 받는다. 또 손상된 신장은 혈압을 다시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음식물로 섭취한 염분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데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염분이 축적되고, 이로 인해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혈압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 예방법 : △신장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 목표치를 130/80?85mmHg 이하로 낮추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축기 혈압을 110mmHg까지 낮춘 경우 단백뇨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목표치보다 혈압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신부전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신부전이 있는 경우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혈압 목표치를 125/75mmHg 이하로 낮추는 것이 좋다.
또한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저염식은 필수이고, 칼륨은 3기 이상의 만성 신장병 환자에게 위험하므로 채소·과일 등의 섭취에 제한이 필요하다.
더불어, 신부전이 있는 경우 항 안지오텐신계 약물인 ACE 억제제나 항 안지오텐신수용체 약물인 ARB 계열의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이들 약제는 다른 계열의 약제와 달리 사구체를 손상시키고 단백뇨 등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낮추는 등 신장의 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증의 심부전이 같이 동반되어 나트륨이나 칼륨 등을 조절하는 일부 이뇨제(potassium sparing diuretics) 등과 같이 복용할 경우에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하여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전해질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또한 신동맥과 관련된 이차성 고혈압이 있는 경우 혈압의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신장의 혈류 감소를 유발하여 신장허혈이 더 조장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PART 3. 당신의 ‘뇌’를 지키고 싶나요?
심혈관계질환의 발생 원리와 동일한 과정을 따르되 심장이 아닌 뇌혈관에 갑작스런 폐쇄가 일어나는 뇌경색(뇌졸중)이 많으며 상대적으로 고혈압에 의한 뇌출혈은 적은 편이다.
☞ 예방법 : 수축기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큰 중요 위험인자 중의 하나로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축기혈압이 20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의 발생이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존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고혈압 약제 중 칼슘차단제가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고혈압 약제를 쓰느냐보다는 혈압을 충분히 낮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고혈압 합병증 예방하기
윤명호 교수는 “고혈압에 의해서 모든 혈관계 관련 합병증이 다 발생할 수 있고 흡연, 당뇨, 고지혈증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합병증의 발생이 더 빨리, 치명적으로 나타난다.”며 뇌혈관계, 심혈관계, 신장 이외에도 망막손상, 망막출혈로 인한 심각한 시력손상 등의 합병증, 말초혈관 장애로 인한 운동장애 등이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에 의해 혈관 손상이 많이 진행 됐어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윤 교수는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적극적인 치료로 혈압을 최소한 정상 목표치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혈압 약의 복용과 함께 다른 동반된 질환의 치료(혈당, 콜레스테롤, 혈증의 치료) 및 몸무게 조절 등 몸의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명호 교수는 “△저지방식, 채소나 과일류, 포화지방산을 포함하여 전체 지방의 양을 줄인 식사를 하고, 특히 △하루 소금 섭취량을 2.4g 이하로 할 수 있도록 짜지 않게 식사하는 것이 필요하며 △줄넘기, 가벼운 달리기와 같은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을 가능하면 거의 매일 최소 30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음주와 흡연은 금연과 적절한 음주로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