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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플] 황혼이 아름다운 황창운 씨가 사는 법

2009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생명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떠오르는 태양만 웅장하고 멋진 것은 아니다. 해넘이 때 태양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건강다이제스트를 알게 된 지 5년 만에 ‘반쪽 의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건강 정보에 박학다식해진 황창운(71세) 씨. 지금 그의 인생시계는 황혼이 깃든 7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자신의 해넘이 시간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아도취도, 허세도 아닌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는 그의 삶 자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고혈압으로 아버지와 백부, 동생을 보내다…

아버지는 뇌출혈, 동생은 뇌경색, 큰아버지는 뇌일혈…. 집안의 세 사람을 모두 고혈압으로 인한 뇌혈관 질환으로 먼저 보내고서 황창운 씨의 마음은 늘 편치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금계, 원숭이, 닭을 기르고 포도나무를 심고 가꾸며 늘 자연을 곁에 두고 살았다.

하지만 수년 전 어느 날,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새벽에 터진 긴급 상황을 수습하며 빈속에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이다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불현듯 먼저 떠난 집안의 세 남자가 떠올랐다.

이날 이후 그는 ‘언제까지 건강을 해쳐가며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중대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은퇴를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에서 해방돼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자.”던 그의 바람은 아파트 생활로 빛이 바랬다. 답답한 벽속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단조로운 일상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즈음, 낚시하러 갔다 들른 곳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곳에서 노후를 보낼 결심을 하고 2년간의 짧은 아파트 생활을 청산했다. 그리고 “그곳은 내 묫자리가 될 곳이지 내가 살 곳이 아니다.”라고 극구 반대했던 아내와 함께 용인에 둥지를 튼 지 올해로 11년째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살다보니 집사람도 여기 저기 아팠던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요즘엔 저보다 이곳에 더 애착을 갖고 만족하고 있어요.”라며 아내의 변화를 말하는 황창운 씨의 얼굴에서는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전원생활을 하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묻어났다.

자연과 함께하는 24시간이 행복한 삶

무엇이 서울박이 이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황창운 씨의 답은 간결했다. “보세요. 공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제가 가꾼 나무와 화초들, 그리고 천연 지하수까지… 서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생활이 저희를 이곳에 붙들어두고 있어요.”

이런 그에게 집 옆의 텃밭은 보물창고다. “이곳에 와서 나누는 기쁨을 새로 알았어요.”라며 말문을 연 그는 각종 화초와 관상수를 가꾸고 쑥, 민들레, 씀바귀, 고구마, 고추 등 계절을 바꿔가며 새로운 것들을 심고 수확해 그것을 이웃과, 지인과 함께 나누며 산다. 그것은 그에게 최고의 기쁨이며 그 기쁨은 더 큰 기쁨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고 한다.

아침마다 새가 와서 지저귀고 가끔씩 찾아와 소식을 전하는 다람쥐는 자식같이 귀엽고, 철따라 바뀌는 주변의 자연풍광은 건물이 밀집돼 있어 일 년 내내 회색빛이 변함없는 도시와는 견줄 것이 못된다고.

간혹 서울에 갈 일이 생겨도 이곳 물맛을 잊지 못해서 마실 물을 따로 챙겨간다고 한다. 그는 “서울생활은 답답해서 이틀 이상 못하겠어요. 어떻게 수십 년을 그런 서울에서 살았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죠.”라고 한다.

이뿐 아니다. 그가 자신의 건강비결로 꼽는 것 중의 하나는 자칭 ‘마음의 보약’이라고 부르는 좋은 글귀를 담아놓은 액자다. 화가 날 때, 근심이 생길 때 액자에 있는 글귀를 읽으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어 자연히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일이 없다고 한다.

황창운 씨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맑은 자연과 직접 노동으로 일궈낸 수확물을 지인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느끼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각종 과일 및 야채를 넣고 6개월간 발효시켜 만든 효소는 그가 가장 많이 애용하고 아끼는 것이다. 많은 양을 만들어도 거르고 나면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마다 그의 땀방울 섞인 노동과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비결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활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 위에서 팔다리 흔들기 운동을 시작으로 아침마다 부부가 박수치기 운동 및 간단한 스트레칭을 함께 한다. 또 TV를 시청할 때, 혹은 독서를 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목욕을 할 때 등 여건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항문운동과 손가락 지압운동, 안구운동 등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운동을 즐긴다. TV를 보면서 손쉽게 운동할 수 있도록 소파 옆에는 운동기구를 담아둔 바구니가 놓여있다. “안 보면 안하게 되거든요. 항문운동을 하면 정력도 세지고, 치질도 예방되고 좋은 점이 많아요. 그리고 TV를 보면서 하는 337 박수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니까 그냥 TV만 보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대답에 “이 사람이 한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으니 제가 우스갯소리로 그래요. ‘당신 대체 얼마나 오래 살 거냐?’고요.”라며 그의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식생활이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라 내세울 것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에게 들은 식단은 과연 일반인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침과 저녁은 간단히 먹고 점심을 거하게 먹는데 △아침은 효소액과 두유 또는 우유를 섞은 것에 7가지 곡물(흑미·검은콩·노란콩·율무·깨·수수·보리)로 만든 미숫가루를 혼합해 한 컵 마시고 여기에 귤·금귤·바나나·사과·딸기·호두·생고구마·방울토마토·배·은행(5개)·양배추·쌈 다시마(쌈장 없이)를 적당량 곁들여 먹으면 든든하다고.

△점심에는 오곡밥, 생선, 생양파와 생마늘, 된장, 김치와 각종 쌈채소는 만날 빠지지 않고 오르며 깻잎, 된장찌개, 두부조림, 각종 나물무침 등 친환경적으로 식탁을 꾸민다.

△저녁은 생고구마 약간, 끓인 밥 또는 죽, 현미찰떡, 약간의 밑반찬 등으로 간단하게 즐긴다.

지칠 줄 모른 채 끊임없이 할 일을 찾아 무엇인가 심고 가꾸고, 운동하는 것을 보고 간혹 혹자는 “너무 유난스러운 것 아니냐”고 한다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약을 먹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저녁 때 함께 잠드는 생활 자체가 보약 아닐까요? 저는 애주갑니다. 몸에 나쁘다고 하는 것을 일체 안 하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술 한 잔으로 제 기분이 즐겁고 몸이 가뿐하면 그게 행복이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반문한다.

진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항구성을 갖는다. 괴테는 “자연과 멀어질수록 질병은 가까워진다.”고 했다. 황창운 씨는 괴테가 말한 진리를 이곳에서 몸소 느끼고 있다며 좋은 사람들과 기쁘게 한 잔하는 술은 몸에도 좋으니 산천에 꽃들이 만발할 때 쯤 꽃구경 삼아 놀러오라고 한다.

그때는 그가 직접 담근 포도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술을 대접하겠다고. 그곳을 다시 방문할 때쯤 그의 손을 거친 자연은 기자에게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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