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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1등만 기억하는 세상… 평범한 내가 행복하게 사는 법

2010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꽃물호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

‘엘리트 중년남성’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초전도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물리학 교수가 자살했고, 모 대학병원 교수가 병원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메모리 반도체 공정기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라는 삼성전자 부사장이 투신하는 일도 있었다. “성공한 사람마저 자살하면 우리 같은 소시민은 도대체 어떻게 사냐?”고 한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자살 1위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6명으로, 2004년 이후 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 원인에 대해 ‘성공 지상주의’를 꼬집는 견해도 있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게 없는 그들이 ‘최고’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얘기다.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처럼,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경쟁사회의 역기능을 이제는 한 번쯤 성찰해봐야 되지 않을까?

엘리트조차 자살하는 세상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행복의 조건’을 조사한 결과 돈과 경제적 성취가 반드시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돈이나 명예가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겉으로는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돈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지만, 엘리트들의 인생은 마치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두발 자전거와 같다.”고 덧붙였다. 뒤에서 그를 제치려고 경쟁자들이 달려들어 결국 페달을 전속력으로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 집단에도 우애와 연대감, 정이 있다. 하지만 업무에 관한 한 냉혹한 평가가 앞선다. 한 교수는 “교수사회나 병원 같은 조직에도 일종의 ‘정치 집단’이 있다.”며 “그들에게 잘못 보이면 사회적, 직업적 왕따를 당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명예를 중요시하는 엘리트들에게 비리의 멍에가 씌워져 공격을 받는다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심리적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이런 상태가 된다면 이성은 마비되고 시야도 좁아져 융통성 있게 생각하지 못한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죽음밖에 없다고 판단한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세상이 정한 성공의 잣대를 좇지 마라

“우리 집이 좀 더 나를 밀어 주었으면….” “공부를 더 잘하라고 지지해 줬으면….”

성년기를 지낸 사람에게 있는 유아적인 사고다. 사춘기 이후의 삶은 더 이상 가난한 부모나 불공정한 사회,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스스로의 문제다.

한 교수는 “어차피 삶의 영역에서 1등은 한 명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등은 대개 죽을 만큼 노력한 많은 사람 중에서도 행운을 가진 이들이 차지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진정으로 열심히 노력했다면, 1등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내 삶을 부정하지 못한다. 스스로 떳떳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내가 일하고 공부한 만큼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보통의 삶도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 중 평균치 월급을 받고, 아파트에서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며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부러워 시기심을 느끼고, 왠지 억울한 듯한 느낌을 가진다면 소외되고 억울하고 열등감에 젖은 보통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에게 온갖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세상에서 평범한 나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가족 간의 유대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험난하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밀려나도 걱정하고 위로해 줄 마지막 존재가 배우자와 가족이다. 세상 사람들이 외면해도 가족이 진정한 후원자가 된다면 우선 안심이다.

?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몸이 약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스트레스를 이겨낼 신경이 약해진다. 한 교수는 “몸에 좋다는 영양제와 건강식품이 많지만 임상의학연구를 통해 예방 효과가 증명된 것은 운동밖에 없다.”며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약간 빠르게 걷기 운동부터 시작할 것”을 권했다.

? 음주와 흡연은 줄이는 게 좋다. 술은 신경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신경계의 힘을 약화시키는 중추신경 저하제 기능이 있다. 술과 담배는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으면서 암을 일으킬 수 있고, 종종 치매를 일으키기도 한다.

? 직장동료나 가족과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 말없이 할 일만 하고, 어떤 고난도 혼자서 이겨내는 게 훌륭한 남자는 아니다. 어쩌면 수다스럽다는 평을 듣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한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부단하고 부지런한, 부드럽고 단호한 대화만이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세상이 정한 성공의 잣대를 좇아선 안 된다. 내가 정한 나만의 목적을 좇는 삶이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1등이 목적이지만, 그저 10등 안에 들면서 적당히 즐기는 게 목적인 사람도 있다. 내가 정한 인생계획표에 따라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교수는 “성실하지도 않으면서 원하는 것이 아주 많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 이렇게 풀라 이 세상은 1등만 사는 곳이 아니다. 꼴찌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러려면 스트레스에 강해져야 한다.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이를 슬기롭게 해소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한 교수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유대관계가 좋고 사회적인 지지가 충분한 사람들”이라며 “낯선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도 혈압이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고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 웃음은 긴장을 풀어줘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보는데 도움을 준다. 유머가 급성 스트레스를 다루는 데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많다.

적응장애와 우울증을 동반할 때 요가와 간단한 의사소통, 지속적인 근육 이완은 불안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준을 낮춘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 깊은 숨쉬기 운동 =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호흡은 얕고 빨라진다. 깊은 숨을 쉬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자동적이고 효과적인 반응이다. 그런 숨을 쉬는 동안 이완된 상태로 몸을 유지시킨다.

● 10을 셀 동안 코로 천천히 숨을 쉬어라.

● 가슴은 올라오지 않고 위와 배를 팽창시켜라.

● 다시 10을 셀 동안 코로 숨을 쉬어라.

● 마음을 진정시켜라.

●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때도 하루 5~10회 이를 반복하라.

■ 근육 이완 = 깊은 숨쉬기를 동반한 근육 이완은 숙면에 도움을 준다. 시작할 때 팔을 들어 올리거나 팔을 떨어뜨리는 것은 손쉬운 긴장도 측정법이다. 계속해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 사지를 꼬지 말고 편한 자세로 누워라.

● 이 운동을 하는 동안은 숨을 천천히 깊게 쉬어라.

● 5~10을 세는 동안 가능한 한 긴장을 유지하고 다음 완전히 긴장을 풀어라.

●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키고 튼튼하게 만들어라.

● 머리끝부터 시작해서 모든 근육을 풀어라.

● 이마를 비롯해 귀, 눈, 입, 목, 어깨, 팔, 손, 손가락, 가슴, 허벅지, 종아리, 발의 긴장을 풀어라.

● 외부근육의 긴장을 푼 뒤엔 내부근육의 긴장을 풀어라.

■ 명상 = 서양에서 수년간 해온 명상은 이완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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