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우리나라 30~40대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간장질환, 간염, 간암 때문이다. 그것을 걱정하면서, 그것을 무서워하면서 그래도 오늘 또 술을 먹는다. 정말 못 말릴 일이다. 심한 경우에는 술 잘 먹는 것을 무슨 능력으로 알며 뻐기기도 한다. 별별스런 유명한 술들을 정신 나가도록 먹어보았다고 훈장처럼 자랑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간은 나빠지고 더 망가져 간다.
신체검사에서는 간 검사 수치가 조금 올라갔다고 했지만 초음파검사를 해봤더니 간경화나 암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 또 더 안심해서 더 가릴 것 없이 더 잘 먹어댄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우리 중년의 사망률을 최고로 높이는 까닭이다. 혈액검사보다는 초음파나 CT검사가 더 비싼 고급 검사니까 더 정확할 줄 알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간암의 직경이 최소한 5mm는 되어야만 초음파나 CT, MRI와 같은 거시적인 검사에 찍혀 나올 수 있는 것인데, 그때는 이미 암세포가 수억 개에 달하고 암세포가 벌써 이리저리 전이되고 있을 수도 있다. 5mm는 고사하고 단 1mm만 되어도 암세포는 이미 수백 만 개에 육박하며 암세포 새끼 치는 속도가 면역기능 저지능력보다 더 앞서게 된다.
하지만 어지간한 검사에서 발각되기에는 아직 그 크기가 너무 작다. 이렇게 작은 암의 상태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곧 혈액검사다.
간염은 다른 거창한 기계로 값비싼 검사를 해봐도 알아낼 수 없다. 왜냐하면 간염 바이러스는 매우 작은 것이고 거기서 유발되는 항원은 그보다도 더 작기 때문이다. 간염바이러스는 간암세포보다 작다. 작은 정도가 아니라 수만 분의 일밖에 안 된다. 작기 때문에 미시적 검사법인 정밀혈액검사로만이 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초기암의 작은 시작은 혈액검사라야만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간암의 표식자인 AFP는 극초기의 간암환자 혈액에서도 손쉽게 발견되는 지표다. 그런데 이것은 간암이 아닌 간경화나 간염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간경화나 간염이 간암과 유사한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다. 간염이 간경화가 되고 또는 간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경고기도 하다.
우리나라 간염이 흔하다는 것은 당연히 간암이 많아진다는 예약과 같다. 간염뿐만이 아니라 간에 생기는 대부분의 염증성 질환, 아메바성간염, 박테리아성간염, 독성간장애, 알콜성간중독증, 지방간 등도 모두 간암의 예비후보다. 특히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간디스토마는 생선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간암과 담도암의 복병으로 슬그머니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다.
간디스토마는 피곤증과 소화장애, 시력장애 등을 나타내는데 이것을 모르고 피로회복제나 위장약을 장복하여 적당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원인을 없애지 못하는 약은 아예 쓰지 않음만 못하다. 이런 질환들의 초기에는 초음파나 CT 같은 거시적 검사에서는 더군다나 오리무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