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세란병원 정형외과 궁윤배 부장】
직장인 이영모 씨(36세)는 얼마 전 출근길에 뛰다가 발목을 삐끗했다. 다리가 시큰거려 약국에서 유명한 파스 제품을 사서 붙이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뜨거운 물수건으로 찜질을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발목이 더 부어있는 것 아닌가. 병원에 가서야 그가 산 제품이 핫파스였다는 것을 알았다. 골절 부상 초기엔 쿨파스와 냉찜질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얘기. 그는 잘 몰라서 더 고생한 발목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파스는 다 똑같은 건 줄 알았는데 평소에 잘 알아둘 걸 그랬어요.”
몸 곳곳이 쑤시고 아플 때 흔히 붙이는 친숙한 일반의약품 파스. 염증과 통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약물을 파스 표면에 발라 환부에 직접 붙일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삔 데, 멍든 데, 타박상은 물론이고 담이 결려도 파스를 붙인다. 주변에서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아프지 않아도 시원하다며 붙이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의사의 처방 없이, 경제적 부담 없이 아무데서나 쉽게 붙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파스의 무분별한 사용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정형외과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6%가 파스별 효과와 쓰임을 잘 모르고 있었다. 파스의 쓰임만큼 상식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세란병원 정형외과 궁윤배 부장은 “파스는 다 똑같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통증 원인에 따라 구분해 쓰지 않으면 자칫 통증을 악화시키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핫파스는 온찜질, 쿨파스는 냉찜질
파스는 성분에 따라 효능이 다르다. 멘톨 성분은 피부 냉각으로 시원한 느낌과 함께 통증완화 효과가 있다. 나바, 캡사이신은 뜨거운 느낌으로 열 자극을 일으켜 국소진통에 효과적이다.
성분구분이 어렵다면 크게 핫파스와 쿨파스로 나누면 쉽다. 핫파스는 온찜질, 쿨파스는 냉찜질 효과가 있다. 먼저 핫파스는 뜨거운 자극을 주면서 혈액과 림프액 순환을 촉진한다. 피부모공을 열리게 해 진통, 소염 성분을 피부로 침투시켜 만성 염증이나 동통에 좋다.
반면에 쿨파스는 피부의 열을 식히고 혈관을 수축시켜 지혈작용을 한다. 통증이 완화될 뿐 아니라 환부에 혈액 공급이 줄어들어 급성염증 완화와 부종 감소에 좋다. 이처럼 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핫파스와 쿨파스를 혼동해 쓰면 부종이나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궁윤배 부장은 “파스를 쓸 때 성분과 특성을 한 번 더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통증이 계속되거나 나빠질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상별로 지혜롭게 가려 쓰자!
▶급성 타박상 골절 부상일 때-삐거나 멍든 경우나 가벼운 골절상을 입으면 냉찜질을 해준다. 따라서 파스도 쿨파스를 선택한다. 쿨파스는 급성염증, 동통을 완화시키고 부종을 다스려 준다. 타박상 초기에 온찜질이나 핫파스를 쓰면 손상부위에 모세혈관이 확장돼 오히려 부종과 출혈을 불러오게 된다. 그러나 부기와 염증이 가라앉은 후(48시간 이후)에는 핫파스를 써도 상관없다.
▶?관절염이나 신경통일 때-관절염이 있는 환자는 냉찜질보다는 온찜질이 좋다. 통증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근육의 긴장을 풀리고 통증을 준다. 따라서 이런 환자는 핫파스를 쓴다. 그러나 만성 관절염이나 염증이 있다면 파스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전문의의 진단을 통한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부작용이 있는 관절염 환자-신장이나 심장이 좋지 않아 약물 치료가 힘들거나 위장 질환 등 약물 부작용이 생긴 관절염 환자는 기억할 점이 있다. 케토프로펜이나 피록시캄 같은 관절염 치료 성분을 함유한 붙이는 파스가 효과적이다. 치료 성분이 피부를 통해 직접 관절 주변 조직에 스며들어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과 통증을 줄여준다.
▶?피부가 약하거나 알레르기가 있을 때-파스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피부가 약한 곳에 붙였을 때 생기는 발진과 알레르기 반응이다. 부작용이 보이면 즉시 사용을 중단한다. 붙이는 파스와 성분이 같은 스프레이, 겔, 크림 타입의 약품을 권장한다. 기본적으로 습진이나 아토피가 있다면 파스를 무턱대고 쓰지 말아야 한다. 또 어른에 비해 피부가 약한 어린 아이들은 피부 발진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을 자제한다. 영유아용 파스는 따로 없고 아동에게도 되도록 처방하지 않는다.
관절염 파스 쓸 땐 광과민증 주의
파스뿐 아니라 모든 약이 알고 쓸 때 약이지, 모르고 쓰면 독이 될 수 있는 법. 궁윤배 부장은 “지속시간을 잘 살펴볼 것”을 당부한다. 제품이 24시간이라면 그 시간을 초과하면 약효가 떨어진다. 약물적 부작용은 아니지만 피부에 무리를 줄 수는 있다.
관절염 치료 성분인 케토프로펜을 함유한 파스의 경우 제품 사용설명서에 ‘직사광선에 의해 광과민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광과민 반응은 태양광선에 노출된 뒤 홍반, 두드러기, 발진, 수포 등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장시간 노출되면 어지러움, 졸도, 호흡곤란 등 전신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2009년 말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된 케토프로펜 관련 부작용은 180건으로 이중 2건이 광과민증이었고 대부분 발진, 물집 등 경미한 부작용이다.
식약청은 “케토프로펜 성분은 오랫동안 널리 쓰여왔고. 광과민 반응도 대부분 경미한 이상반응이지만 일광알레르기 환자, 접촉성알레르기 환자, 전신성루푸스(자가면역질환의 일종) 환자들은 부작용 발생 위험성이 높아 사용을 삼가야 한다는 국내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보통사람도 이런 파스를 쓸 때는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식약청은 전했다.
궁윤배 부장은 미국 리치몬드대에서 인공관절수술 연수 및 러시아ㆍ캐나다 연수를 거쳐 연세사랑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교실 외래 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