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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방사선의 두 얼굴

2010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꽃물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미숙 과장】

【도움말 |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석주원 교수】

‘방사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극과 극이다. 무시무시한 원자폭탄도 생각나고, 병원에서 암 같은 큰 병을 치료하는 방사선도 떠오른다. 너무나 상반되는 이미지여서 섣불리 예단하기조차 힘들지만 문제는 방사선이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두려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방사선, 그 속에 숨어 있는 두 얼굴을 조명해본다.

1945년 8월 6일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방사능(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쏟아져 나오고 지옥이 펼쳐졌다. 7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인류의 끔찍한 기억으로 남은 일이지만 방사선은 그런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미숙 과장은 “방사선은 에너지”라고 말한다. 에너지는 힘이다. 가볍게 흐르는 시냇물은 별 힘이 없다.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고 세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방호스로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쏠 때는 엄청난 힘으로 분출되므로 문짝을 부숴버리는 힘을 보여준다.

방사선도 힘이기 때문에 이와 같다. 양이 적으면 힘이 약해 몸 상태를 진단하는 X선 촬영 정도에나 쓸 뿐 몸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 그런데 양이 많으면 힘이 세다. 사람에게 많은 양을 쪼이면 세포가 손상돼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이렇게 강한 방사선을 암세포에 쪼이면 암세포를 죽인다. 이것이 방사선 치료다.

방사선의 두 종류 ‘자연방사선 & 인공방사선’

방사선은 크게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으로 나뉜다. 자연방사선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든 물질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방사선이다. 물론 태양에너지처럼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도 포함한다.

방사선은 인위적으로 생겨나기도 하는데, 이것을 인공방사선이라고 한다. 인공방사선은 TV나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 공항에서의 보안검색장치, 검진에 쓰이는 X선 장치, 암 치료 장치,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온다.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은 그 성질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특성이 똑같다. UN 산하의 전문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방사선은 세계 각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평균 2밀리시버트(mSv) 정도라고 한다. 돌이나 흙에 섞여 있는 물질에서, 공기 중에 있는 먼지에서, 물속이나 채소, 과일, 생선이나 육류 등 숨 쉬고 마시고 먹고 사는 모든 것에 자연방사선이 들어있다.

방사선의 밝은 면… 진단ㆍ치료 용이해

방사선 노출은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실제로 낮은 양에서도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 반대로 낮은 선량에서는 암 발생 같은 위험을 유도하기보다는 생체 면역기능을 활성화해 암 발생 억제, 노화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김미숙 과장은 일본의 라돈(방사성 물질) 온천을 그 예로 들었다. 라돈 함량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미사사 온천은 세계적인 자연방사능 온천이다.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기여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호르미시스(자극·Hormesis) 효과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뢴트겐이 1885년 X선을 발견해 ‘마법의 광선’이라 부르기 시작하며 질병 진단에 활용했다. 그 전에는 몸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 뼈에 금이 갔는지 부러졌는지 알 수 없었다. 간단한 촬영만으로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은 획기적 발전이었다. X선과 컴퓨터를 연결해 몸 곳곳을 검사할 수 있는 CT도 있다. 최근에는 조기 암을 진단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나와 각광받고 있다.

김미숙 과장은 “보통 암은 조기 발견하면 모든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1cm 미만의 작은 크기도 진단하는 PET는 방사선 진단의 눈부신 발전”이라고 설명한다.

치료로는 암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를 쪼여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없앤다. 수술이 힘든 암까지도 방사선을 이용해 수술에 버금가게 치료할 수 있다. 김미숙 과장은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한다. 흔히 두려워하는 탈모나 식욕부진은 항암제가 전신을 돌며 일으키는 부작용이다. 방사선은 암 발병 부위에 쪼이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뇌 부위에 쪼인다면 머리카락이 빠지지만 다른 부위에 쪼이면 상관없다.

김미숙 과장은 “초기엔 기술적인 문제로 후유증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도 많은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면서 “지레짐작해 치료를 피하지 말고 병원에서 충분히 상담할 것”을 당부한다. 요즘은 기술 발달로 방사선 치료 시, 피도 나지 않고 마치 전자봉 같은 것으로 종양을 도려내듯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방사선의 어두운 면… 암이나 기형 유발

앞서 말한 것처럼 지구에 늘 자연방사선이 있기 때문에 소량 노출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이 정하고 있는 기준치를 벗어난다면 문제가 된다.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석주원 교수는 “방사선을 갑작스럽게 많이 쪼이면 생리적인 형평성을 잃어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정 부위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받을 경우 우리 몸 속 생명체의 근원인 DNA에 손상을 입히고 암이나 기형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를 두렵게 하는 원자폭탄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후유증이 그것이다.

원자력발전소나 방사선을 쪼이는 기구들은 보통 전문가들이 엄격하게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은 없다. 그러나 소량의 방사선이 우려를 낳고 있다. 2008년 환경부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45개 시ㆍ군에서 우라늄, 라돈 같은 자연방사선 물질이 미국의 먹는 물 제안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비교해 6배나 높아 충격을 던져줬다. 또 2007년엔 서울시 지하철역 5곳에서 라돈이 기준치 넘게 측정된 일도 있다. 물론 정부차원의 관리와 대응이 뒤따랐지만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주의를 기울일 일이다.

인공방사선은 어떨까? 지난해 11월 미국방사선학회에서는 X선 등 진단기계에 관한 방사선의 유해논란이 제기됐다. 한 연구원은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젊은 여성이 매년 주기적으로 방사선 촬영을 하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선 촬영이 필요한 여성일수록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평균 45살인 고위험군 여성 약 5000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방사선 촬영을 했던 여성이 더 쉽게 유방암에 걸렸다고 한다. 20살 전에 노출되거나 5번 넘게 노출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위험이 약 2.5배 더 높았다.

석주원 교수는 “병원에서도 필요 이상으로 자주 여러 부위에 X선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X선 촬영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국제선 비행기로 여행을 다녀오는 정도로 몸에 영향을 미친다. CT는 그보다 100배 정도로 높다. 석주원 교수는 “그러나 이 역시 기준치와 비교해보면 소량”이라며 “이 정도의 방사선에 반복해서 노출될 때 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고 밝혔다.

김미숙 과장은 “사람 목숨만큼 중요한 게 없다.”며 “고위험군이 진단을 피하다 병을 키워 목숨을 잃는 것보다 자신에게 발생 위험이 높은 병을 빠르게 진단하는 게 득”이라고 덧붙였다.

<TIP. 방사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X선 촬영 등 질병 진단은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히 진행한다.

● 방사선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득과 실을 충분히 고려한다.

● 여름철 해변에서 장시간 강렬한 태양광선을 받는 것은 너무 많은 자연방사선에 노출되는 지름길이다.

● 라돈은 콘크리트나 황토 등 건축자재에서도 많이 발생하므로 건물 환기를 잘한다.

김미숙 과장은 미국 UCLA 메디컬센터 연수, 미국 UCLA 메디컬 교환연구원을 지냈다. 사이버나이프 혁신 기술상을 받았다.

석주원 교수는 노원을지병원 핵의학과 전임강사를 지냈고, 현재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로 강의 및 진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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