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인하대병원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 신호철 원장】
일 년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휴가철이 돌아왔다. 올해도 예외 없이 금쪽같은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들로 공항이 북적이고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도,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여행을 앞두고 설레긴 마찬가지다. 그 설레고 기쁜 마음을 여행 내내 간직하려면 여행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비행기에서의 건강도 챙겨야 한다. 한번 타면 목적지까지 내릴 수 없는 비행기 안을 쉽게 봤다간 여행은 고사하고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
비행기 예약 전 몸 상태 체크 필수!
언제나 사고는 예상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비행기를 탈 때 생기는 건강 사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비행기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땅에 있을 때보다는 산소 분압이 낮아지고, 압력이 떨어지고, 온도가 변하고, 습도가 낮아진다. 더구나 소음, 진동 등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피할 수 없다.
인하대병원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 신호철 원장은 “정상인이라면 비행기를 오래 타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행기 안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비행기 탑승을 하면 안되는 국제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신호철 원장은 “최근에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증을 앓았거나 심장혈관 수술을 한 사람,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흉부나 복수 수술 후 10일이 안 된 사람 등은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생후 7일 미만의 아기, 37주 이상의 임신부, 중이염 환자, 수두나 폐결핵 같은 전염성질환 환자 등도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국제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반드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주치의의 탑승 허가 소견서가 있어야 한다.
공짜라고 많이 먹으면 탈나기 쉬워
장거리 비행 여행의 재미 중 기내식과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공짜로 준다고 해도 무턱대고 먹는다면 불편한 배를 부여잡고 내릴 수도 있다. 아무리 맛있어도 소화를 방해하는 기름진 음식과 과식은 피한다. 일반 기내식을 먹기 어려운 당뇨 환자 등은 미리 맞춤 기내식을 예약할 수도 있다. 비행기 출발 24시간 전에 예약하면 당뇨 환자식, 저열량식, 저염식, 채식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술을 좋아한다면 비행기에서 무료로 주는 와인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신호철 원장은 “비행 중에 술을 마시면 구역, 구토 등 소화기장애가 심해질 수 있다.”며 “비행기 안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간혹 잠을 푹 자기 위해 와인을 마신다는 사람이 있는데 잠은 들지 몰라도 숙면을 하긴 어렵다. 잠을 푹 자려면 와인을 마시기보다 안대를 하고 조용한 음악을 듣는 편이 낫다. 술을 마시면 멀미도 심해진다.
비행기 여행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유난히 배에 가스가 차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스가 잘 생기는 사람은 더욱 심하다. 따라서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가스가 들어 있는 탄산음료는 먹지 말고, 물로 갈증을 푸는 것이 좋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항공성 중이염 극복법
자주 움직이는 것이 최선!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흔히 비행기를 탔을 때 혈액의 흐름이 느린 다리나 허벅지의 정맥에 혈액 응고물이 생기는 것을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좁은 좌석에서 오랜 시간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있으면 하지의 혈액 순환이 원활히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하면 응고된 피가 혈류를 타고 폐나 심장으로 들어가 호흡곤란에 이르기도 한다.
신호철 원장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 1시간마다 비행기 복도를 걷고, 수시로 다리를 굽혔다 펴고, 발목을 돌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정맥류가 있는 경우에는 탄력스타킹을 신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탈수를 유도해 피를 진하게 하는 커피나 와인 대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을 앓은 적이 있거나 하지정맥류가 심한 사람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을 권장한다.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나 공항의료센터에 가면 진단을 통해 맞을 수 있으며 주사약이 없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예방! 앉은 자리 운동법>
① 발가락을 오므렸다 편다.
② 앞발을 바닥에 붙인 채 뒤꿈치를 위, 아래로 움직인다.
③ 발끝을 들어올린다.
④ 양 무릎을 양손으로 감싸 안고 발에 힘을 뺀 후 발목을 돌린다.
착륙 전 꼴깍꼴깍! – 항공성 중이염
비행기를 타봤다면 착륙할 때 귀가 먹먹해지고 막히는 기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귀 안쪽 중이의 이관은 평상시에는 막혀 있다가 음식을 삼키거나 하품을 할 때 스스로 열리면서 중이의 압력을 조절한다. 비행기가 착륙하려고 고도를 갑자기 낮추면 갑작스러운 기압의 변화 때문에 바뀐 기압에 적응하지 못해 귀가 멍멍하고 아플 수 있다. 이러한 증세가 계속되면 중이에 물이 차는 삼출성 중이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감기, 부비동염, 귀 감염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이 좋다.
항공성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고도를 급격하게 바꿀 때쯤엔 이관을 열어서 기압이 잘 바뀌도록 해야 한다. 이때는 잠을 자지 말고 이관을 열어주는 동작을 하는 것이 좋다. 이관을 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뭔가를 삼키는 것이다. 착륙을 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오면 껌을 씹거나 사탕을 먹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킨다. 물을 조금씩 마셔도 된다. 의식적으로 하품을 하는 것도 좋다. 만약 뭔가를 삼키거나 하품을 해도 소용이 없다면 공기를 밀어 넣는 발살바법을 해도 된다.
<항공성 중이염 예방! 발살바법>
① 엄지와 검지로 코를 막는다.
② 입속에 공기를 넣고 다문 다음 공기를 코 뒤로 힘껏 민다.
③ 이때 귀가 뚫리는 소리가 나면 이관이 열린 것이다. 착륙할 때까지 이 동작을 천천히 반복한다.
신호철 원장은 “최근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령 승객과 질병이 있는 승객이 많아지면서 비행 중의 건강 문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몇 시간인데 괜찮겠지’하는 생각보다는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다니던 병원이나 공항의료센터에 가서 건강상태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신호철 원장은 가정의학, 항공의학 전문의이며 인하대병원 인천공항의료센터 진료 교수다. 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이사, 적부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