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최원영 기자】
【도움말 | 정신과전문의 문요한 심리훈련 전문가】
혈기왕성한 20대에도, 삶이 능숙해진 30대에도, 불혹의 나이인 40대에도 세상살이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에게 강한 펀치를 날린다. 개인에게 부과된 책임과 역할이 점점 커지다 보니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크기도 눈덩이처럼 커지기 일쑤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내 마음의 맷집’을 키우는 일이다. 그 방법을 알아본다.
최근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280명의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번 떨어진 지원자가 회사에 재도전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이 중 80%의 인사담당자가 “그 지원자의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대답을 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극복경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인사담당자들이 단지 재도전한다는 이유만으로 우선적으로 선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도전한 사람 중에서 최종 합격한 30%의 사람들은 처음 지원했을 때 토익이나 자격증, 인성부분 등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한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실패와 어려움을 겪어보면 그 사람의 맷집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데 이를 ‘회복탄력성’이라 한다.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이를 구렁텅이 늪으로 여기지 않고 더 높이 튀어오를 수 있는 용수철 발판이라고 생각하는 능력 말이다.
한 번 떨어진 회사에서 실패에 위축되지 않고 단점까지 보완해 재도전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에도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강한 마음의 맷집을 지닌 사람들이다.
마음치료 전문가인 문요한 전문의는 “마음의 맷집이 약한 사람들은 ▶자신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주변 환경을 바꾸려 하고 ▶실패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어떤 문제가 생길 때 그 문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누군가 태클을 걸 때 지나치게 화를 내며 맞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강한 외풍에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 전문가가 조언하는 마음의 맷집 키우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서는 극복경험을 가져라
문요한 전문의는 그의 저서 <문요한의 마음청진기>에서 “걸음마를 시작한 3살짜리 아기의 걸음마 과정을 살펴보면 학습의 기본과정은 시행착오임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학습은 시행착오라는 것이다. 즉 ‘시도-실패-재시도’의 과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걸음마 과정에서 넘어져도 일어난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배움의 과정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어른들은 다르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시행착오가 ‘자연스러운 학습본능’임을 잊어버린 것이다.
문요한 전문의는 “넘어진 곳에서 도망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도전해 성취해낸 극복경험이 필요하다.”며 “실패가 있는 곳에 성찰이 함께 머문다면 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고 성공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극복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2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면 살아있음의 증거다!
화이트 와인의 고장 독일에 가보면 아찔할 정도의 급경사에 포도나무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 단면을 보면 더욱 놀랍다. 포도나무 뿌리는 비옥한 토양이 아닌 바위를 뚫고 몸을 지탱하고 있다. 날씨 또한 유럽 다른 지역에 비해 서늘하고 춥다. 비바람을 견디며 바위를 뚫고 자신을 지탱하는 힘, 이것이 바로 나무의 생명력이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아야 강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떤 외부의 시련과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배워왔고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문요한 전문의는 “삶이 무너지는 것은 쉽게 흔들리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되려 너무 흔들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어느 순간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포도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며 더욱 뿌리를 깊게 내렸다. 지나치지 않으면 흔들림은 성장의 신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흔들리고 있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살아있는 것이다.
3 흔쾌히 잊어버리고 감각에 집중하라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참 잘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울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새로운 장난감에 열중한다. 마음의 맷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문요한 전문의는 “어른들은 조금만 속상한 일이 일어나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새김질을 하며 그 안에 갇혀 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들은 아이들을 닮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불행한 일이 닥쳐도 순간 울 뿐이지 곧 웃음을 되찾곤 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아이들은 ‘쾌망(快忘) ’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감각이 더 발달한 아이들은 감각적으로 살아가지만 어른들은 소위 생각이라는 걸 많이 하려고 든다.
하지만, 잊으려 해도 마음대로 잘 안 될 때가 많다. 문요한 원장은 “어른들도 때로는 감각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길을 걸을 때도 생각하며 걷기보단 주변의 풍광이나 발의 느낌을 느끼며 걸어보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도 음식 맛에 집중하며 먹는 등 감각에 집중해 보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될 수 있을 것이다.
4 누군가 태클을 걸어온다면 더 높이 올라가라
이탈리아 최초 여의사이자 교육학자인 마리아 몬테소리는 최초라는 단어 때문에 언제나 질투와 시기 어린 시선 속에 살았지만 독자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존경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왜 맞서 싸우지 않는지 궁금해 했다. 어느 날 기자가 그녀에게 “비판이나 편견에 대해 싸우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개 한 마리가 내 발꿈치를 물려고 한다면 그때 내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뿐입니다. 개를 발로 차 버리든지, 아니면 더 높이 올라가는 것. 나는 더 높이 올라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나를 시기하고 비판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직장생활에서도 결혼생활에서도 어느 상황에서든 내게 태클을 거는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누군가 내게 태클을 걸어온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같이 싸울 것인가? 차라리 개가 물 수 없을 정도로 더 높이 올라가자.
5 새의 눈으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내려다보라
산에 올라가면 마음이 편하다. 나와 부딪치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성냥곽처럼 작게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올라서면 모든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문요한 전문의는 “내 마음의 맷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새의 눈으로 문제를 내려다보라.”고 조언한다. 높은 곳에서 객관적으로 보라는 것이다. ‘나’라는 1인칭 관점에서 벗어나 3인칭 관점에서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면 1인칭 관점은 자꾸 판단하고 해석하려 들지만 3인칭 관점이 되면 사실 위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다면, 혹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다면 마치 유체이탈 하듯, 혹은 1킬로미터 높이에서 나는 새의 시야에서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요한 전문의 “마음의 맷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포와 불안을 너무 겁내지 말라.”고 말한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열여섯 살 때부터 4시간 30분씩 글을 썼으며, 화가 뭉크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후 누이, 아버지 등 가족을 잃어가며 죽음의 공포와 불안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문요한 원장은 “불안은 영혼을 잠식시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잠들어 있는 영혼이나 우리 안의 창조적 기운을 흔들어 깨울 수도 있다.”며 “자신에게 닥친 두려움과 불안을 피하지 말고 그 불안이 당신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물어보라.”고 권한다. 그것이 내 마음의 맷집을 키우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이다.
문요한 전문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훈련 전문가이다. 前 더나은삶정신과의원 원장이며 심리훈련 교육기관인 ‘정신경영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스로 살아가는 힘> <굿바이 게으름> <문요한의 마음청진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