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강남을지병원 겜블링클리닉 최삼욱 교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사건이 있다. 바로 연예인들의 불법 도박 사건이다. 지난해에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연예인들의 불법 도박사건이 줄줄이 보도되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상에서보다 방송을 통해 도박에 관한 사건을 접하기 때문에 사실 보통 사람들에게 도박은 남의 일 같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만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도박이 젊은층과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돼 그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면서 도박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아 ‘숨은 중독’이라고도 불리는 도박 중독. 그 예방법과 치료법을 알아보았다.
도박? 도박 중독?
흔히 도박이라고 하면 우린 영화 <타짜>에 나왔던 화투판이나 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떠올린다. 하지만 도박은 그렇게 특정한 것만은 아니다. 강남을지병원 겜블링클리닉 최삼욱 교수는 “결과가 불확실한 것에 대해 내기를 거는 것은 모두 도박”이라고 말한다. 가령 지금 전화를 걸어 친구가 전화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에 대해 내기를 건다면 그것도 하나의 도박이다.
도박이 다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다.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로또, 강원랜드 외국인용 카지노, 청도에서 하는 소싸움까지. 이 일곱 가지의 도박은 국가가 법으로 규정해서 허용한 사행사업, 즉 국가에서 관리하는 도박이다. 이것들 외에 도박은 모두 불법 도박이다.
그러면 ‘병적 도박’이라고 하는 ‘도박 중독’은 무엇일까? 최삼욱 교수는 “모든 중독은 기본적으로 자제해야 할 때에 자제가 안 되는 특징이 있다.”며 “도박으로 말미암은 여러 문제로 도박을 않겠다고 결심했음에도 계속 반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 도박 중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박한다고 다 도박 중독은 아니다. 도박 때문에 빚을 많이 지고, 가족관계가 깨지고, 일하거나 공부하는 데 지장이 생겨 도박을 그만하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다시 계속 도박을 한다면 그때는 도박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도박 중독에 빠지는 이유
같은 도박을 하더라도 누구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다른 누구는 도박 중독이 된다. 왜 이런 차이가 나고, 왜 도박에 빠지는 걸까?
최삼욱 교수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도박이 있기 때문에 도박에 빠진다.”고 말한다. 이슬람교도 국가에서는 도박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도박이 있을 순 있지만 도박 중독 문제는 훨씬 덜 생긴다. 즉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2006년도에 ‘바다이야기’라는 도박장 때문에 도박이 큰 이슈가 된 적 있다. 불법 도박이기도 했지만, 도박장이 생활공간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퇴근길에 호기심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리고 같은 동네 사람, 같은 회사 사람들이 다 하니까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얼마 안 가 느슨해지고 결국엔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던 것이다.
요즘 들어 더 심각한 건 인터넷 스포츠 배팅이다. 도박장을 찾는 수고 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배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층, 심지어는 청소년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삼욱 교수는 “경마나 경륜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기에 도박으로 문제가 생겨 소위 패가망신에 이를 때까지 평균 10년 정도 걸리지만, 인터넷 배팅은 2~3년 만에도 그 과정을 다 밟을 수 있어 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도박에 빠지는 또 다른 원인은 개인적인 성향이다. 어떤 사람은 해외라도 도박을 하러 찾아가지만 어떤 사람은 집 옆에 도박장이 있어도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도박에 쉽게 빠지는 유형은 ‘자극추구형’이다. 도박 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 중 70%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경쟁적이고 승부욕과 모험심이 강해 보상이 크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유형이 도박을 만나면 쉽게 빠져들 수 있고 중독이 되기 쉽다.
혹시 나도 도박 중독? 자가 체크법
지금 간헐적으로나마 도박하고 있는 나는 도박 중독일까? 한 번 확인해 보자. 아래 문항 9문항 중의 4문항이 해당하면 도박 중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