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못생긴 건 참아줘도 뚱뚱한 건 못 참는다? 서구화된 미의 기준 때문에 44사이즈의 깡마른 몸매가 여전히 각광받고, 패스트푸드가 낳은 비만왕국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거대 비만환자들이 늘고 있는 요즘.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찰이 필요할 때다. 잘 먹으면 약이고 잘못 먹으면 독이 되는 비만치료제 허와 실에 대해 세세히 살펴본다.
살에 대한 강박관념이 문제!
비만한 사람들이 겪는 일상생활에서의 고통은 그야말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농담처럼 ‘비계’ 운운하며 비만환자들에게 인신공격을 퍼붓는 우리의 현실이 실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안 무너뜨려도 쟤는 하루에 수십 번이고 거울 보면서 무너지는 얘야.”
얼마 전 스크린을 강타했던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등장했던 이 대사는 요즘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만 치료제에 대한 의존성과 맹신, 무분별한 남용이 문제가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근본적으로 비만 치료제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의 처방 아래 적정 복용 기간과 올바른 복용 원칙을 지키고 생활 습관 교정을 병행해나간다면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약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너무 지나쳐 오남용을 일삼게 되면 우리 몸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한 알 먹어서 효과를 봤다고 여러 알을 한꺼번에 먹는다거나 다른 다이어트 약과 같이 복용하는 것 등 의사가 권고하는 적정 처방기간을 지키지 않고 장기간 무분별하게 복용하는 것 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 치료제를 처방 받았다 해도 환자 스스로의 마인드컨트롤과 올바른 복용법 실천이 가장 중요하며, 당뇨와 고혈압 등 질병이나 질환 여부는 물론,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등 생활습관에 대해서도 반드시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국내 비만 치료제 리덕틸과 제니칼 2파전!
현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제품인 ‘리덕틸’(한국애보트)과 ‘제니칼’(한국로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공식 인정을 받은 약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의사들의 처방에 쓰이는 대표 비만 치료제이다.
하지만 리덕틸과 제니칼은 살을 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엄연히 다른 의약품이다. 리덕틸은 식욕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제니칼은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강재헌 교수의 설명.
“리덕틸은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제니칼은 위장에서 지방흡수를 방해해 지방을 변으로 배출시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또 리덕틸은 2년, 제니칼은 4년 간 임상실험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한다.
또 두 약의 작용방식과 효과가 엄밀히 다른 만큼 비만환자의 비만원인과 식생활 습관을 꼼꼼히 고려한 뒤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방이 많은 육류나 패스트푸드 등으로 인해 비만한 사람이라면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제니칼이 적합하지만, 중년으로 들어서면서 식사량이 급격히 늘어 비만한 사람이라면 식욕을 억제하는 리덕틸이 적합하다는 것. 그리고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정량과 적정기간, 기타 부수적인 수칙을 반드시 지켜나가는 것이 약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향 정신성 비만 치료제 장기복용은 금물!
그렇다면 잘만 복용하면 비만 치료제는 부작용이 없는 걸까?
리덕틸은 식욕억제에 따라 맥박이 빨라지거나 혈압이 올라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주의를 요하며, 매 진료 시마다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제니칼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면 기름설사나 기름 변이 나오기 때문에 생활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고, 또 외국에 비해 지방섭취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약물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향 정신성 의약품으로 구별되고 있는 비만 치료제의 경우 최근 비만치료에 있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향 정신 비만 치료제에 대한 찬반논쟁이 전문의 사이에서도 팽팽하게 대립되는 만큼,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무해성과 유해성의 조속한 검증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향 정신성 식욕억제제를 3개월 이상 복용했을 시 약물에 대한 의존성 여부이다.
강재헌 교수는 “향 정신성 비만 치료제의 경우 그 허용기간이 1~3개월로 각기 다릅니다. 물론 약물마다 차이는 있지만 엄밀히 허용기간 내에서는 부작용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허용기간이 지나면 신체적으로 약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며, 또 한 가지 약이 아닌 여러 가지 약을 섞어 쓰는 데서 그 부작용과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약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서 환자에게 맞는 처방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안전성이 검증된 약을 처방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인다.
또 식욕억제제의 경우 갑상선기능 항진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비만환자들에게 살은 최대의 고민이자 일생일대의 싸움이다. 때로는 목숨을 담보할 만큼 위험천만한 다이어트 붐에 빠져들 수도 있고, 때로는 포기와 좌절, 심한 절망감으로 한평생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비만에 따른 부작용이니만큼,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이나 잘못된 다이어트법에 열광하기보다는 건전한 식생활습관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강재헌 교수가 적극 권장하는 ‘비만을 이기는 법’을 덧붙이며, 4천 5백만 국민 모두가 건강해질 그 날을 기약해보자.
<강재헌 교수가 추천하는 비만을 이기는 5가지 방법>
1. 약에 의존하지 말라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 받아도 약에만 의존하면 절대 비만을 물리칠 수 없다.
2. 식사일기를 써라.
식사조절에 실패하는 이유는 자신의 식단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 따라서 무엇을 먹고, 얼마나 먹는지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식단 문제점을 찾아내도록 한다.
3. 빵과 단순당은 덜 먹어라
몇 끼를 굶고 식사량만 줄인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빵(밀가루)과 단순당(설탕, 시럽, 요리당 등)을 최대한 자제한 조리법으로 식단을 짜도록 한다.
4. 만보를 걸어라
비만에 운동요법은 필수. 하지만 의욕만 앞서 급작스럽게 운동을 시작하면 중년이나 고령자, 흡연자, 당뇨병 등 성인병, 심장병 질환자 등에게는 좋지 않다. 따라서 자기가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거나 하루 만보를 걷는 것에 도전해보라.
5. 하루하루 체중에 과민하지 마라
하루하루 뺄 수 있는 체지방은 1~200g이니 체중변화에 너무 민감해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중감량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