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호환 마마를 기억하는지?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와 천연두를 의미하는 호환 마마는 근대까지 온 국민을 공포로 몰고 간 대상이었다. 호환 마마가 자취를 감춘 지금은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까? 아마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암일 것이다.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많은 이는 호환 마마에 버금가는 암 공포를 피해 가는 방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그들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평생 한우물만 파온 사람이 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다. 한평생 암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안윤옥 교수의 하루는 그가 찾아낸 암 예방법 그 자체다. 그런 안윤옥?교수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 공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암에 빠진 ‘고망쥐’
안윤옥 교수의 어릴 적 별명은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 작은 새끼 쥐를 뜻하는 ‘고망쥐’였다. 집안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뒤지고 다닐 만큼 호기심이 넘쳤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 때문이었을까? 예방의학을 전공한 그는 병의 원인을 찾는 역학을 선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암의 원인을 찾는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암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인과관계에 대한 철학적 공부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막상 암의 원인을 찾으려고 뚜껑을 열어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죽는 사람의 통계 같은 기초적인 자료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암의 원인을 찾으려면 암 발생 현황을 아는 것이 기본인데 말이죠.”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발 벗고 시작하게 된 것이 암 통계를 확보하는 암 등록 사업이었다. 처음에는 암 발생 자료로 보고서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나고야 의대 교환 교수로 있을 때도 일본의 지역별 암 등록 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다. 이후 89년 대한암연구재단에서 진행한 서울 지역 암 등록 사업을 주도해 성공적으로 마쳤고, 정부가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세울 때도 암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암 등록 사업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한 곳에서 시작한 지역 암 등록 사업이 현재는 8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다른 나라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8개 지역 암 발생 통계자료 모두 WHO 국제 암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세계 암 발생 통계집에 실릴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암 예방법, 알고 있다면 꼭 실천하세요!
암 등록 사업을 통해 암 발생 통계를 내는 와중에도 본연의 임무인 암의 원인을 찾는 연구는 계속됐다. 위암, 간암, 대장암 등 한국인이 잘 걸리는 암의 원인을 찾는 연구에 주력했다. 그리고 95년, 위암의 원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그전까지만 해도 위암의 원인이라고 하면 짜게 먹는 식생활만을 꼽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위암 환자의 음식을 다루는 방법을 지적했다.
?“음식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는 것,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염장을 하는 것처럼 음식 조리 방법이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음식이 아니라 조리 방법에 따라 암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에 세계 의학계는 큰 관심을 보였다. 이후 대장암 등 다른 암을 연구할 때도 조리방법에 관한 연구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는 암 예방법을 잘 몰라서 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6년 동안 대한암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암 이겨내는 법과 더불어 항암 조리법, 유아 흡연 예방 교육 등 암 예방법을 알리는 데도 무게를 뒀다.???
한편 그는 대장암같이 원인이 밝혀진 암도 점차 늘어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대장암은 서구에서 많이 발생해 지나친 육류 섭취와 음주, 섬유질 부족 등 원인이 충분히 밝혀진 암이다. 그런데 원인을 모르던 시절엔 고기를 적게 먹고, 오히려 대장암의 원인이라고 밝혀진 요즘 한국인의 육류 섭취는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성인 남성의 하루 육류 섭취 평균은 106g까지 늘었다. “육류를 일주일에 500g 이하, 하루에 70g 이하로 먹으면 육류 때문에 대장암 발병률이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단, 지나치면 암의 원인이 됩니다. 꼭 기억하세요.”
살아있는 건강한 생활 교과서??
오직 암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살아온 안윤옥 교수. 실제로 그는 암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을까?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이는 외모에 걸맞게 반전은 없었다. 그는 365일 살아있는 건강한 생활 교과서였다.
“5시 30분~6시 사이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합니다. 아침 식사 후에는 물 대신 과일 주스 2컵을 마십니다. 과일은 사과, 배, 귤, 토마토 등 3가지 이상을 갈아요. 세 끼 식사를 채식 위주로 꼬박꼬박 먹고 간식, 야식은 일체 먹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생활을 35년째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젊었을 때는 아침 운동시간이 40분이었는데 지금은 1시간 10분으로 늘어난 것, 중간에 담배를 끊은 것, 엽산을 챙겨 먹기 시작한 것뿐이다. 결혼한 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몸무게와 정상을 웃도는 근육량이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증명한다.?
“운동, 건강한 식생활 등은 꾸준히 실천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10년은 넘어야 습관이 되고 효과가 나타나죠.”
예순을 한참 넘겼지만 암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데는 건강도, 열정도 결코 청년에 뒤지지 않는 안윤옥 교수. 오늘도 암 예방법을 꼭 지킬 것을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남다른 힘이 실려 있다.??
?“암 걸리기 싫으면 담배부터 끊으세요!”
● 흡연은 강력한 암 유발자! 흡연 때문에 생기는 암은 폐암, 인후두암, 식도암, 자궁암 등 9가지에 이른다.?간접흡연도 조심해야 한다. 금연을 하면 암 유발 원인을 30%나 줄인 셈이다.
● 과일·채소는 듬뿍 먹자! 과일과 채소는 모든 암을 예방한다. 적어도 하루 600g 이상을 먹는다.
● 투(two) 고高를 피해라! 고염식, 고온 음식은 암을 유발한다. 고온 음식이란 튀기고 굽는 등 고온에서?조리한 음식을 말한다.
● 육류, 술은 적당히 먹어라. 육류와 술은 지나치게 먹으면 암을 부른다. 지나친 음주는 엽산을 많이?소모시키는데, 이 엽산이 부족하면 대장암 위험이 커진다. 술을 많이 마신다면 엽산을 챙겨먹는다.
● 꾸준히 운동을 해라. 운동부족은 그 자체만으로도 암과 연관이 있다. 뚱뚱하지 않으니까 운동이 필요?없다는 생각은 틀렸다.?
● 암에 좋은 습관과 암에 좋은 습관이 더해지면 암 예방 효과는 곱셈이 된다. 반대로 나쁜 습관끼리 만나면?암 발생률은 곱해져서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