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
요즘 ‘골든타임’이라는 메디컬드라마가 인기다. 응급실의 긴급한 상황을 다루는 만큼 긴장감이 높고 있을 법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는 평이다. 이 드라마의 인기로, 덩달아 응급의학과와 응급실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도 사실. 그렇다면 드라마 홍보 포스터에 적혀있는 ‘생사의 갈림길 한 시간’이라는 문구처럼, 특히 촌각을 다투는 질병이 있을까? 골든타임 사수가 꼭 필요한 대표적인 증상ㆍ질병 3가지를 꼽아보았다.
생명을 살리는 시간, 골든타임
골든타임은 사고 발생 뒤 피해를 최소화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 “평균적으로 심정지 환자는 4~6분, 응급 외상환자는 1시간, 뇌졸중ㆍ심근경색 환자는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해 치료를 받아야 생명을 구하거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것은 응급 환자에게 시간이 금처럼 아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4분의 골든타임-심장마비?심폐소생술이 정답
심장마비는 말 그대로 심장이 멎는 증상을 말한다. 심장마비는 심장동맥의 여러 질병들과 대동맥, 판막 심근 등의 심장에 문제가 있는 질환들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질환자들 사망의 약 절반 정도가 돌연사한다.
양혁준 교수는 “심장이 멎으면 4~5분이 지나 우리 몸은 저산소증과 뇌허혈증으로 인해 뇌손상이 시작되고 임상적인 사망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최초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심장마비로 심장활동이 멎었을 때, 흉부를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뇌로 최소한의 산소와 혈액을 보낼 수 있고, 뇌손상을 최소한으로 막고 임상적인 사망시간을 연장해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2시간 이상의 가슴 부위 통증이 있거나 호흡곤란, 구토, 10분 이상의 현기증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뒤따라 심장마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속이 메스껍고 땀이 심하게 난다. 물론 이러한 전조증상을 눈치 채고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왔다면 주변인이 심폐소생술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
흉부압박법(심폐소생술)은 분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가슴뼈의 중앙 하단을 5cm 이상 눌러주는 것이다. 이때 20% 정도의 혈류를 유발시킬 수 있다.
1시간의 골든타임-중증 외상환자?출혈을 막는 게 급선무
증증 외상환자는 교통사고, 추락, 화상, 익사사고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모든 사고 환자가 중증 외상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식상태가 언어반응 이하이고, 수축기 혈압이 90 미만 또는 호흡이 10회 미만 30회 이상인 경우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증도 판단이 어려운 상황도 많기 때문에 복지부에서는 사고 상황을 중심으로 중증 외상환자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추락사고는 환자가 추락한 높이가 6m 이상인 경우, 교통사고의 경우 환자가 차량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거나 같은 구획(옆 좌석 등)에 있던 승객이 사망한 경우, 시속 60km 이상 속도로 충돌 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등이다. 이밖에도 보행자는 차에 치여 튕겨져 나가거나 차체에 깔린 경우에도 해당된다.
양혁준 교수는 “특히 내부 장기 출혈로 인한 쇼크가 많은데, 이때는 1시간 이내에 지혈을 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개복ㆍ개흉 수술과 같은 응급수술로 출혈이 멎을 수 있게끔 혈관이나 조직을 잇고 지혈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3시간의 골든타임-뇌졸중ㆍ심근경색?전조증상 알고 서둘러 병원행
흔히 중풍으로 알고 있는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손상이 오거나 피가 흐르지 못해 뇌가 활동을 할 수 없어 갑작스럽게 반신마비, 발음장애 등의 신체장애가 나타나는 뇌혈관질환이다.
양혁준 교수는 “뇌졸중은 말을 못하거나 발음이 어둔해지는 언어장애와 안면마비, 갑자기 어지럽고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거나 갑자기 한쪽 팔다리의 힘이 없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운동장애와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난다.”며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혈전용해제 투여를 꼭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심근경색으로 심장 혈관이 막혀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심장마비의 전조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30분 이내로 혈전용해제 주사나 90분 이내에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놓칠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며, 설사 살더라도 후유증이 남고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응급상황을 맞게 된다.
양혁준 교수는 “평소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끔 행동하고,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 신속하게 119에 구조요청을 하고 전문응급의료센터로 향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당부한다.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심폐소생술 등을 배워두는 것도 추천한다.
양혁준 교수는 현재 길병원 응급의료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며 인천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장, 대한응급의학회 학술이사, 대한화상학회 기획이사, 대한심폐소생협회 ACLS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