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최명기 청담하버드 심리센터 연구소장】
옛날 못살던 시대에 비하면 국민소득이 꽤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은 점점 퍽퍽해지기만 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뒤처지는 것만 같다. 앞서가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도 기를 써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앞서나가기 위해서 경쟁을 할 때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가 괴로움을 덜어준다. 하지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경쟁을 할 때는 더 뒤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괴로움을 더해준다. 저성장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의 삶, 만족하십니까?
조선시대 사극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당시에 왕이 누리던 생활과 지금 우리나라 일반시민이 누리는 생활을 비교해보게 된다. 삶의 질을 보면 조선시대의 왕이 더 형편없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판소리, 국악 연주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문화혜택이라고 할 것도 없는 재미없는 삶이다.
더군다나 왕은 항상 언제 밀려날지 몰라 스트레스 받고 정적들에 둘러싸여 감시받는 생활이었다. 지금 우리가 보기에는 끔찍한 그런 삶을 살면서도 조선시대의 왕과 측근 귀족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도취되어 살았다.
우리는 지금 조선시대 왕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기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벌이나 유명인의 삶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보통사람들의 삶보다 그다지 나을 것도 없다.
그들도 하루 세끼 먹고 우리도 하루 세끼 먹는다. 그들도 밤에는 잠을 자고 우리도 밤에는 잠을 잔다. 텔레비전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산다. 무슨 차를 타느냐는 다르겠지만 대부분 원하면 차를 몰 수 있다. 만약에 우주인이 저 멀리에서 최첨단 망원경으로 관찰을 한다면 인간은 다 거기에서 거기인 삶을 살다 죽는다고 볼 것이다.
우리가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뭐 저렇게 부와 권력을 획득하려고 죽음을 무릅쓰나 한심한 생각이 들 듯, 또 동물의 왕국에서 원숭이들이 우두머리가 되려고 기를 쓰는 것을 보면 웃기듯이 우주인들이 보기에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를 쓰는 우리들의 멍청한 모습은 웃기다 못해 슬퍼보이기조차 할 것이다.
평범한 내가 행복해지는 법 4계명
이기는 자에게 있어서 경쟁은 기쁨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쁨도 부러워해줄 이가 있어야 소용이 있다. 1970년대 미국에 이민을 간 의사들 중 미국병원에 취직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수영장이 딸린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상류층에는 섞여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었다. 자랑할 곳이라고는 자신보다 힘들게 사는 교포들밖에 없는데 자랑을 해도 재미가 없게 되었다.
사실 경쟁에서 이기는 이들은 다만 경쟁에서 이겼을 뿐이다. 아무도 그들을 부러워해주지 않으면, 그래서 그들이 자랑할 곳이 없어지면 경쟁도 무의미해진다.
그냥 죽도록 고생을 해서 돈도 많이 벌고, 지위도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는커녕 ‘왜 저 고생을 하고 있지?’ 하고 멍하니 쳐다보면 헛수고했다는 생각에 경쟁에서 이긴 자들은 도리어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의 승자들은 TV를 비롯한 미디어를 이용해서 가난한 이들은 부자를 무조건 부러워하고, 이름 없는 이들은 출세한 이들을 무조건 부러워하도록 일반인들을 세뇌하고자 한다. 그래서 부자가 아닌 것을 수치로, 출세하지 못한 것을 굴욕으로 받아들이도록 끝없이 강요한다.
보통 사람인 내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지침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행복찾기 1계명_ 나보다 잘난 사람은 쳐다보지 말자
우리나라 교수님들은 졸업생들에게 대학을 졸업해서도 이런저런 학교행사에 많이 참가하도록 권한다. 그런데 데이비드 E. 벨이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마지막 수업에서 절대로 동창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권한다. 동창회에 참석하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눈에는 자신보다 잘난 사람만 눈에 들어오지 자신보다 못난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동창회에 가면 고급 외제차만 즐비한 것 같고, 다들 명품을 걸친 것만 같다. 동창회뿐 아니다. 쓸데없이 부자 주위에 기웃거리지 말자. 부자들이 자신보다 못한 이들을 만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자랑하기 위해서다. 당신으로 하여금 자신을 부러워하게 만들어 자기만족을 얻고자 할 때를 제외하고는 부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만나는 법이 없다.
행복찾기 2계명_ 나만의 행복지대를 만들자
부여에는 궁남지라는 연꽃저수지가 있다. 다른 저수지와 달리 중앙의 커다란 연못을 수십 개의 자그마한 연못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중앙 연못에서 분수가 솟구치기 때문에 밤에 산책을 하면 너무 시원하다. 그런데 병원 일을 마치고 밤 10시가 넘어서 궁남지를 거닐다 보면 그 드넓은 궁남지에 필자 혼자인 날이 많다. 그때는 혼자 그 넓은 곳을 다 소유한 느낌이 든다.
재벌도 자기 집에 이런 연못을 소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해마다 여름이 오면 필자는 혼자서 그 넓은 곳을 오가면서 고적함을 즐긴다. 여름 동안 궁남지는 필자에게 있어서 일종의 행복지대다.
산에만 가면, 강에만 가면, 바다에만 가면 행복한 이들은 적어도 그 순간만은 경쟁에서 벗어나서 완전히 행복할 수 있다. 굳이 어디에 가는 것이 아니더라도 경쟁과 무관한 나만의 행복지대가 필요하다. 어떤 이의 행복지대는 글쓰기, 그림그리기, 사진촬영하기, 난초 가꾸기, 요리 같은 취미일 것이다. 또 다른 어떤 이의 행복지대는 봉사일 수도 있다. 어떤 이의 행복지대는 잠자면서 꿈꾸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튼 경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행복지대를 만들자.
행복찾기 3계명_ 성공한 이들도 고통 있음에 위안 받자
얼마 전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부정입학을 해서 문제가 되었다. 결국 아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중국유학길에 오른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이렇게까지 해서 아들을 억지로 영훈국제중에 입학시킨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좋은 학교를 나오건 못 나오건 그 아이는 최고의 삶을 살도록 이미 선택받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비합리적인 행동은 결국은 재벌도 똑같은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을 가장 괴롭게 하는 심리적 고통의 상당부분은 부부간의 갈등, 부자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그 형태의 차이일 뿐이지 재벌이라고 해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심적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이 아니다. 늙고, 병드는 것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성공한 이들이 특정 영역에서는 앞서갈지 몰라도, 인생을 놓고 보면 더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찾기 4계명_ 바로 지금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자
리처드 바크의 <환상>이라는 소설에서는 누구는 행복하게 살고, 누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대해서 영화를 보는 것에 비유해 설명을 한다. 우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도 보지만, 주인공이 불행하게 죽는 영화도 본다. 우리는 코미디도 보지만 공포물도 본다. 논리적으로만 생각하면 무섭게 만드는 공포물이나 우울하게 만드는 멜로물은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무서운 공포물도 보고 슬픈 멜로영화도 본다.
삶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일정부분 자신이 행복한 삶을 선택한 것이고, 불행한 삶을 사는 이들은 일정부분 자신이 불행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인생은 무수히 많은 선택을 통해서 이루어진 무수히 많은 버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하고 노력도 해야 한다. 똑같은 상황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그나마 이 정도여서 다행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고, 지긋지긋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행복한 쪽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면 얼마든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노력이 필요하듯 행복해지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모든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못 살게 되고 차별이 심해지자 인간들이 신에게 가서 따졌다. 없는 사람들은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따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대가를 받았을 뿐이라면서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러자 신은 “너희 모두에게 완벽한 평등을 주겠다.”고 했다. 인간들은 이제부터 모두 똑같이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죽음이 찾아왔다. 신은 모든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절대평등을 준 것이다.
경쟁에 내몰려 비참해졌다고 해서 괴로워하지 말자. 아무리 많이 가진 자도 그것을 가지고 저승으로 갈 수는 없다. 그 많은 것을 내려놓고 가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은 이 세상을 뜰 때도 가볍다.
따라서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의기소침하고 우울해지는 대신 다음 네 가지를 기억하자. ▶ 나보다 잘난 사람은 쳐다보지 말자. ▶ 나만의 행복지대를 만들자. ▶성공한 이들도 고통 있음에 위안 받자. ▶ 바로 지금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