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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짠맛에 숨어 있는 위험한 유혹

2012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힐링호 11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

우리나라에는 ‘짠돌이’와 ‘짠순이’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아니, 돈을 아껴 쓰는 게 뭐가 문제냐고? 그런 의미의 짠돌이, 짠순이가 아니다. 짜게 먹어서 스스로 건강을 좀먹는 사람들을 말한 거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대부분 소금이 들어가 있다. 특히 돈 주고 사 먹는 음식 속에는 더 많다. 소금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느끼는 혀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짠맛에 서서히 우리는 길들고 있다. 이대로 혀가 원하는 대로 짠맛에 중독돼 살아도 괜찮은 걸까?

싱거우면 맛없다?

우리는 사람이든 음식이든 싱거우면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싱거운 사람보다 싱거운 음식이 더 억울할 것 같다. 싱거운 사람은 핀잔으로 끝날 때가 많다. 하지만 간이 안 된 음식은 아무리 오랜 시간에 걸쳐 좋은 재료로 만들어졌어도 맛없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소금 하나에 음식의 인생이 좌우돼 버리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토록 음식의 간, 즉 짠맛에 집착하는 것일까?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사람이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데 있어 간이 80%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80%? 놀라운 수치다.

그럼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왜 이렇게 짠맛을 좋아하고 짜게 먹을까? 그 뿌리는 우리의 전통 식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된 반찬은 된장과 김치였다. 둘 다 짜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렇게 짠맛에 우리 입맛은 길들어 왔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 몸이 소금을 원한다는 것이다. 박건영 교수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면 우리 몸은 소금을 부른다.”고 말한다.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막은 영양물질과 노폐물이 들고 나가는 통로다. 이 세포막을 작동시키는 힘의 근원은 나트륨-칼륨 펌프다. 이 펌프는 세포막 안의 나트륨 농도와 세포막 바깥의 칼륨의 농도를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칼륨이 풍부한 채식을 하면 짠맛이 당기고,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필요한 양의 50배나 더 먹는다

몸에 소금이 필요하니까 이제 마음 놓고 짠맛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분명히 요즘 우리가 먹는 소금의 양은 뭔가 잘못됐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소금은 하루 0.25g에 불과하다. 하지만 짠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12.5g을 먹는다. 무려 50배나 더 먹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나트륨 하루 최대 섭취량은 2000mg이지만 한국인의 평균은 4878mg에 이른다.

지나치게 짜게 먹으면 우리 몸에는 좋을 리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나친 소금 섭취는 고혈압, 위암의 원인이 된다. 짠맛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 소금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다. 하지만 발암물질이 있다면 지나치게 짠 음식은 발암을 돕는 만행을 저지른다.

더구나 나이가 많다면 지속적으로 짜게 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박건영 교수는 “18세~ 80세 성인의 50%가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증가하는 소금 민감증을 가진다.”고 말한다. 소금에 민감한 비율은 50대 이상, 당뇨병 환자, 만성신장질환 환자 등에서 더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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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짠순이 탈출법 7가지!

짠맛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미 짠맛에 길든 사람은 식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쉽지 않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금 때문에 골골대며 살지 않게 해줄 비법을 소개한다.

1. 소금을 내 눈으로 확인하자!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은 맛으로 승부한다. 더 자극적인 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많이 팔아야 이윤을 남기는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될 수 있으면 집에서 소금을 적게 넣은 반찬으로 식사를 하자.

2. 혀를 속이자!

혀는 맛을 귀신처럼 느낀다. 그러나 꾸준히 세뇌 시키면 바로 잊어버린다. 자꾸 싱겁게 먹으면 싱거운 음식도 맛있다고 느낀다. 눈 딱 감고 2주만 싱겁게 먹어보자. 싱거운 맛에 익숙해지면 한 번 예전에 먹었던 대로 먹어보자. 너무 짜서 내 혀가 정상인지 의심하게 될 것이다.

3. 소금 말고 간장으로 간하자!

간장에는 18~20%의 소금기가 있다. 박건영 교수는 “소금과 간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더니 간장이 더 좋게 나왔다.”고 말한다. 맛도 깊고, 항암효과가 있는 양조간장을 먹는 것이 좋다.

4. 소금 옷 입은 음식을 주의하자!

소금을 묻혀 구운 김, 소금을 묻혀 맛을 낸 견과류 등은 맛은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많은 소금을 먹게 한다. 김은 조미하지 않고 먹고, 견과류는 소금을 묻히지 않은 것을 고른다.

5. 국물킬러로 살지 말자!

후루룩 쉽게 넘어가는 국물 요리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 있다. 박건영 교수는 “소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음식도 국물요리인 짬뽕”이라고 말한다. 국물 요리를 먹을 때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남긴다.

6. 제2의 소금으로 요리하자!

소금을 대신해서 음식을 맛있게 해줄 재료는 얼마든지 있다. 마늘, 허브, 식초, 레몬즙, 생강 등을 적절하게 이용해 소금이 빠져 허전한 맛을 채우자. 견과류를 갈아 넣으면 고소한 맛 때문에 싱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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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주 먹는 음식은 저염식으로 바꾸자!

소금을 덜 넣어도 김치 맛은 비슷하다. 자주 먹는 김치와 된장은 예전보다 싱겁게 담그는 것이 좋다. 가끔은 된장찌개 대신 싱겁게 간한 청국장찌개로 상을 차려보자.

TIP. 어떤 소금이 좋을까?

소금을 대나무 속에서 1000도 이상으로 구운 죽염은 암과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박건영 교수팀은 ‘죽염 및 죽염 발효 식품의 암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죽염의 대장암 세포 억제율은 41~53%, 위암 세포 억제율은 36~51%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혔다. 천일염과 정제염의 항암효과는 각각 20~22%, 15~18%였다.

9차례 구운 죽염이 가장 항암? 항산화 효과가 높았다. 9번 구운 죽염의 높은 가격이 부담되면 1번이나 3번 구운 죽염을 써도 된다. 죽염이 부담스럽다면 구운 소금이나 미네랄 소금도 고려해볼 만하다.

박건영 교수는 “김치를 담글 때 구운 소금이나 간수를 천일염으로 담그면 항암효과는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박건영 교수는 대한암예방학회 회장, 한국김치협회 회장,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 <영양과 질병 예방> <수험생의 머리를 좋게 하는 음식 61가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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