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직장인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말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요즘.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 걸어서,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숨가쁜 여름더위, 3인 3색의 서로 다른 ‘통통 튀는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출퇴근 이야기, 건강 잡는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잠시 숨 돌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CASE 1. 하루 40분씩 걸어서 출·퇴근하는 김정민 씨
“걸으면서 매일 매일 제 자신을 다듬어요.”
은평구 신사동 집에서 서대문구 홍은동까지 매일같이 40여 분을 걸어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정민 씨(30세). 어느새 걸어서 출·퇴근을 한지도 1년이 넘었다.
버스로 15~20분 걸리는 거리지만 굳이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걸어서는 40분이 걸리지만 버스로는 6정거장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일단 집과 회사의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퇴근길부터 ‘힘들면 중간에 버스 타고 가자’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길들여진다는 것, 습관은 무서웠다. 퇴근길에서 시작된 그녀의 걷기는 출근길에도 이어졌다. “걸으니까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도 생기고 또 실제로 다이어트 효과도 봤어요.”라며 웃는 그녀의 미소가 시원하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이 되니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살이 빠져버렸다고.
“어느 날 바지를 입었는데 한 사이즈가 커져 있더라고요.” 출근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감함보다 ‘이런 횡재가 있나’란 생각이 먼저 들었단다.
그러나 정민 씨, 살이 빠진 것보다 더 커다란 기쁨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대체 그게 뭡니까?”라며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설적으로 돌진하는 기자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대답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삶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걸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한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걸으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좋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자신을 반성하고 다듬을 수 있다는 김 씨. 그러나 “몸과 마음이 힘들 때는 무리해서 걷지 마세요. 어차피 건강하려고 걷는 것인데 자칫 다이어트를 위해, 무엇을 위해…라고 규정짓고 걷는 순간 걷기는 더 이상 운동도, 여유로움도 아닌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라며 걸어서 출·퇴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는다.
CASE 2.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정기 씨
“아이를 위해서 건강한 아빠가 될래요”
노원에서 회사가 있는 방배동까지 왕복 2시간 30분 가량 되는 시간을 고스란히 출·퇴근길에 바치는 이정기 씨(30세). 아직은 3달밖에 안 된 초짜 대중교통 출·퇴근자다. 올 초 아빠가 되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란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 시간도 단축되고 몸도 편했지만 결혼 후 계속 찌는 살이 문제였다. 이대로 편한 생활만 하다가는 건강에 무리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일 결정적인 건 아기를 위해서 아빠가 건강해야 한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급기야 그간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며 지옥철에 몸을 던진 정기 씨. 처음 2주간은 출·퇴근하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하지만 몸이 적응하면서 지금은 지옥철을 자기계발철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이 많은 출근길은 이어폰으로 음악이나 영어회화를 듣고, 비교적 한산한 퇴근길에는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고 자리가 나도 가급적 앉지 않아요. 대신 지하철 손잡이를 운동기구 삼아 뒤꿈치를 드는 등 틈틈이 운동을 합니다.”라고 한다.
또 무가지를 보며 틈틈이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동차 출·퇴근을 하면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라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면서 한 달 기름값으로 들어가던 25만 원의 비용은 고스란히 아기 분유값과 기저귀값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아기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흡연에도 성공하는 등, 부단히 노력하는 정기 씨.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 건강 독자에게, 또 아기에게, 본인 스스로에게 앞으로 10kg의 몸무게를 감량하겠다고 공표한다. “정기 씨, 꼭 몸무게 감량 성공하시고 연락주세요. 건강이 지켜보겠습니다.”
CASE 3.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규택 씨
“자전거로 인간관계, 건강, 경제적인 실속까지 챙겼어요”
성남에서 회사인 강남까지 왕복 55km, 2시간 20분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규택 씨(28세)는 굉장히 진취적인 사람이다. 두 달 전 마라톤을 하다가 한강이나 탄천 일대를 지날 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도 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하게 된 것. 인터넷커뮤니티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cafe.naver.com/bikecity)의 회원이기도 한 규택 씨는 자전거 출퇴근으로 인간관계, 건강, 경제적인 부분까지 1석 3조의 효과를 얻었다.
“카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과도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금방 친해질 수 있어요. 또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자연을 느끼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신의 생각도 정리해 볼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자전거로 퇴근을 해야 하니까 가급적 술도 안마시게 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죠. 술을 마시면 먼 길을 자전거로 가기 힘드니까요.”라며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여러 가지 부대적인 효과에 힘입어 올 3월까지만 해도 86kg이었던 몸무게가 지금은 75kg이 될 정도로 자전거 출·퇴근으로 덕 본 게 많다고.
“기름 값이요? 한 달 30만 원 가량 들던 기름값과 술값으로 지출되던 돈까지 합쳐 저금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제대로 재테크, 건강테크, 인간테크까지 하고 있는 실속 있는 젊은이다.
그러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아직까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자전거 도로, 자전거 보관시설 등 기반시설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 운전자가 조심할 수밖에 없다. “빗길에 자전거 바퀴가 미끄러질 수 있고, 자동차 운전자나 자전거 운전자의 시야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를 타지 않아요.”라며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는 경규택 씨.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싶다면 헬멧착용 등 자전거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안전장비 구매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안전장비 구매에 인색했다가 더 큰 사고가 나면 결국 건강 챙기려다 건강을 잃게 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보험 가입은 필수다.
자전거 출퇴근 경로, 자전거 용품 등 자전거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은 카페에서 보다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며 카페 홍보도 게을리 하지 않는 규택 씨. 나이는 어려도 삶의 자세는 자못 진지한 열정적인 사람, 그의 미소가 유난히 건강하게 보인다.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