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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멜라민 공포… 과연 그 끝은 있는가?

2008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중국에서 날아든 백색가루 멜라민의 공포가 시일이 지나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기들의 주식으로 사용되는 분유, 채소 등의 농산물, 각종 과자, 식기에 이르기까지 멜라민이 관여되지 않은 곳이 없다.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멜라민의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1995년 영국: 쇠고기 섭취로 인한 광우병 발생

2007년 미국: 멜라민성분 함유된 사료 먹은 개와 고양이 신장질환으로 폐사

2008년 중국·홍콩: 멜라민성분 함유된 분유 먹고 신장질환 및 동일질환으로 사망

2008년 한국: 멜라민 공포로 연일 전국이 떠들썩….

우리에게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먹을거리와의 전쟁

커피 한 잔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시대, 도처에 먹을 것이 널렸지만 정작 손 갈 곳은 없는 시대다.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어른보다 유해물질에 더 취약한 어린아이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이번엔 멜라민 파동이다. 광우병이야 ‘쇠고기 안 먹으면 그만이고 수입 안 하면 그만이지’란 극단적인 비약으로나마 국소적인 걱정거리로 치부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멜라민은 식기를 비롯하여 빵·과자·초콜릿·커피·농수산물·동물사료, 심지어 가장 면역력이 취약한 아기들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분유에 이르기까지 안 들어 간 곳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의 경제구조가 중국산 원재료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멜라민 공포, 왜?

그렇다면 멜라민의 정체가 뭘까?

멜라민은 비료나 합성섬유로 쓰이는 공업용 유기화학물질로 주로 열에 강한 플라스틱 원료의 생산에 사용된다. 따라서 바닥타일, 그릇·쟁반과 같은 주방기구 등의 플라스틱제품 용기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뜬금없이 중국에서 멜라민을 식품에 첨가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지금 멜라민의 공포에 숨죽이고 있다.

멜라민의 질소성분은 소량에서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지만 멜라민이 첨가된 화학물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시아누릭산과 결합하면 신장결석 등 신장질환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멜라민 과다 섭취로 중독이 됐을 때 불안감, 소변 이상, 신장염 증상, 고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신장기능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아이의 경우 신장기능이 급격히 약화돼 사망할 위험성도 있다고 한다. 일부 동물실험 결과에 의하면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식약청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멜라민은 1958년 비단백질 질소원으로 소의 사료로 사용되다가 1978년 다른 비단백질 질소원인 요소나 면실보다 분해 능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동물용 사료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물질이 버젓이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에 첨가된 사실을 알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멜라민을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멜라민 성분으로 만들어진 주방용 식기의 안전성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음식을 데우거나 튀김 등의 조리를 할 때처럼 멜라민으로 만든 식기나 조리기구 등을 고온에서 사용할 경우,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가 음식에 녹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식약청과 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찜찜할 수밖에 없다.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기본권 지켜져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소량으로라도 첨가됐다면 첨가됐다는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멜라민 파동 이후 식약청의 태도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소량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늦은 감이 있지만 10월 4일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멜라민 식품 파동과 관련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식품표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또 환경연합 등의 주최로 열린 식품사고에 대한 대안법과 관련된 토론의 장에서 성균관대학교 약대 이병무 교수는 “위해관리방안과 향후 식품안전대책으로 국립안전정보원(가칭)과 같은 식품안전 관련 국가 전문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먹을거리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적 약자 계층은 직격탄을 맞는다. 두 부부가 맞벌이하기도 바쁜데 멜라민 위험 때문에 아이들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챙겨줄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중국에서는 가공품 이외에 채소와 같은 농산물에서도 멜라민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행히 식약청 검사결과 중국산을 비롯하여 국내에 수입된 수입농산물에서는 한 건의 멜라민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라도 불량한 먹을거리가 우리의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렇듯 우리는 더 이상 먹을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래저래 먹을거리에 대한 불만만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먹는 행위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누구에게도 침해받을 수 없는 우리의 기본권이 일부 악덕 기업가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불안하게 뉴스를 경청한다. 2008년 10월 20일… 멜라민 계란가루에 이어 건빵을 부풀리는 재료에 멜라민이 사용됐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연일 뻥뻥 터지는 멜라민 사태가 언제쯤 수그러들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암담하다. 우리는 멜라민의 공포, 아니 먹을거리의 공포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가슴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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