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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대박 쫓다 쪽박… 도박중독 탈출법

2010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31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

【도움말 |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

최근 방송인 신정환의 해외 도박 파문으로 도박중독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신 씨의 도박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다. 2005년 도박혐의로 기소돼 방송출연 정지를 당한 과거가 있고, 올해 7월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에서 거액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어서 필리핀 원정 도박으로 빚을 지며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채 입국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사건이 터진 후에도 카지노를 찾는 중독 증세를 보여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대체 도박중독이 무엇이길래 잘 나가던 방송인을 철저히 무너뜨린 걸까? 그 해법은 없는 것일까?

도박중독은 신 씨만의 일이 아니다. 33살에 친구들과 재미삼아 포커 한 판을 시작한 김모 씨(40세)는 7년간 5억 원을 날렸다. 처음에 돈을 따며 쏠쏠한 유흥비가 생기자 신이 나 계속하게 됐다. 김 씨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큰 판을 찾았다. 도박은 확률 게임으로, 머리가 좋은 편인 본인은 절대 잃을 일이 없다고 확신했다. 잘될 때는 하루에 1000만 원 넘게 따기도 했다. 반대로 5000만 원을 잃은 날도 있었다. 결국 선친이 남긴 집까지 잃고, 개인 사업까지 망한 후 이혼 당했다. 더는 발붙일 곳이 없어진 그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도박중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씨처럼 도박중독에 걸린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올해 9월 도박중독추방의 날(17일)을 맞아 만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사행산업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박중독 유병률이 6.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나 지인이 상담 치료를 의뢰하는 경우가 2008년 727건에서 올 상반기에만 1262건을 기록해 큰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중독예방치유센터 조현섭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도박중독자가 보통 두세 배 많다.”며 “도박은 중독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 단체, 사회를 병들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말한다.

도덕적 기대 그만… 도박은 충동조절장애

도박중독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영철 교수는 “정신의학에서는 도박중독을 충동조절장애로 분류한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자신에게 손해가 계속되는 데도 불구하고 도박을 끊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도박중독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산, 실직, 이혼은 물론이거니와 자살률도 20%나 된다. 중독자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절도죄의 35%, 비폭력 범죄의 40%가 도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도박이 나쁘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도박에 중독돼 패가망신한다. 그 이유가 뭘까?

병적인 도박중독 상태가 아닌, 일반적인 도박의 원인부터 말하자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재미에 있다. 처음부터 돈을 따기 위해 도박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놀이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이중 일부가 중독에 빠진다. 재미가 있다는 것을 바꾸어 말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작용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와 각종 중독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코올, 인터넷, 쇼핑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뇌의 보상회로를 작동시킨다.

신영철 교수는 “스트레스가 도박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도박의 결과 스트레스가 높아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에는 쾌락을 담당하는 회로가 있다. 이 회로가 선천적으로 부실하거나 어릴 때부터 잘못 형성된 경우 쉽게 중독에 빠진다. 그런 사람이 술을 마시면 알코올중독, 도박을 하면 도박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도박의 쾌감에 빠지면 뇌에서 다량의 쾌락물질(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물질이 떨어지면 뇌는 다시 신호를 보낸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이때는 더는 마음이나 의지의 병이 아닌 뇌의 병, 즉 뇌기능장애가 된다.

조현섭 센터장은 또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 “도박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적 문제”를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도박은 불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행산업이다. 다른 나라들보다 다양한 사행산업을 허용하고 있다.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총 7개로 OECD국가 중 사행산업 최다보유국이다. 조현섭 센터장은 “허용적인 나라일수록 도박중독률이 높다.”면서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밝혔다. 또 중독자 중 남성이 더 많은데 이는 남성들의 화끈한 놀이문화가 한 몫 한다. 거액을 거는 남성을 ‘호탕한 남자’로 보거나, ‘남자가 한두 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점도 문제다.

사회적 매장보다 치료와 재활이 중요

신영철 교수는 “치료에 앞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치료를 받는 그 자체가 도박중독자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을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중독자는 대부분 스스로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우긴다. 이들이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치료를 결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영철 교수는 “인정하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두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그것은 도박이 주는 엄청난 쾌감과 스릴, 그리고 빚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박으로 돈을 딴다는 오판)을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이다.

치료는 먼저 중독자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받아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미 오랫동안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그에게 다시 한 번 도박의 피해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치료를 받고자 하는 용기를 칭찬해야 한다.

그 다음에 중독에 빠지게 된 원인을 찾는다.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대안을 마련한다. 일단 스트레스 목록을 작성하고 문제해결 방식에 따라 접근한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킬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신영철 교수는 “스트레스 해결 방법 중 특히 운동과 소속감 갖기”를 강조한다. 적절한 운동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중독현상을 대치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단도박 모임(www.dandobak.co.kr, www.dandobak. or.kr) 활동도 좋다. 도박을 끊게 되면 중독자들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모임이 필요하다. 전국 각지에 50개 이상의 지부가 운영 중이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훨씬 거부감도 적고, 자기 존중감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가족 모임도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좋다.

치료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사항은 빚 문제다. 중독자들은 대부분 과거 가족들이 빚을 갚아 준 경력이 있다. 이를 반복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가족들이 병원으로 데려오게 된다. 일단 첫 시간에 환자에 대한 평가를 한 후 숙제를 낸다. 과거 누가 얼마나 빚을 갚아주었는지, 현재 빚은 얼마인지, 누구에게 언제 빌렸고 이자는 얼마인지, 어떻게 갚고 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어오게 한다. 숙제를 해오면 이자 줄이기, 빚 갚는 순서 정하기, 현실적 대안 마련하기 등의 전략을 논의한다.

신영철 교수는 “치료를 하더라도 재발률이 높다.”면서 “도박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중독자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돈을 벌 생각 말고 계획적 지출해야

최근 강원랜드의 일부 카지노 딜러들이 도박중독에 빠져 해외 원정 카지노를 즐긴 것이 밝혀졌다. 강원랜드 측에서 직원들의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자구노력을 하고 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섭 센터장은 “일단 해 본 사람이 즐기게 된다.”면서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더라도 돈을 불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삼아 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놀이공원에 갈 때 돈을 지출하러 간다. 기분 좋게 놀이기구를 타고 간식을 사 먹는다. 도박도 마찬가지다. 경마장에 간다면, 놀이공원에 가듯 여럿이 같이 예상 지출비용과 놀 시간을 정해 놓는다. 어차피 쓸 돈이라 여기고, 딱 그만큼 즐겼으니 일어나야 한다. 또 혼자 가지 않는다. 술도 혼자 즐기기 시작하면 중독으로 본다. 도박장도 혼자 주기적으로 가다보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한 가지 더 조심할 점이 있다. 처음 갔을 때, 우연히 돈을 따게 되면 더 욕심 부리지 말고 바로 일어난다. 중독자 중 대부분은 처음에 이익을 본 사람들이다. 잃는 게 오히려 행운이다.

도박중독 및 예방에 관한 상담은 중독예방치유센터 (홈페이지www.pgcc.go.kr와 전화 080-300-8275)로 문의하면 된다.

도박중독 자가진단법

① 잃어도 크게 상관없는 금액 이상으로 도박을 한 적이 있는가?

② 종전과 같은 수준의 스릴을 느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걸어야 했던 적이 있는가?

③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날 다시 도박을 한 적이 있는가?

④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가지고 있던 물품을 판 적이 있는가?

⑤ 자신의 도박행위가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이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

⑥ 도박으로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 건강문제가 생긴 적이 있는가?

⑦ 남들이 자신의 도박행위를 비난하거나 도박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가?

⑧ 도박행위로 본인이나 가정에 재정적인 문제가 생긴 적이 있는가?

⑨ 자신의 도박하는 방식이나 도박을 해서 생긴 일에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전혀 아니다 0
간혹 그렇다 1
대체로 그렇다 2
거의 항상 그렇다 3

0점 비도박자
1~2점 저위험성 도박 : 문제가 없거나 드러나지 않는 상태로 예방에 신경 쓸 것.
3~7점 중위험성 도박 : 혼자서는 문제해결이 어려우므로 전문상담기관에 연락할 것.
8점 이상 문제성 도박 : 반드시 전문 상담기관에연락해 도움을 받을 것.
===================

조현섭 센터장은 이화여대 심리학 박사로 중독전문가, 중독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임상심리전문가다.

신영철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대 교환교수를 지냈고, 현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정책이사, 대한정신약물학회 홍보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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