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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고요한 두뇌 혁명 명상·연상의 ‘힘’

2010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36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강도형 교수】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한다.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인 기업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발달한 시대일수록, 새롭고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옥한 땅이 있어야 싹이 트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법이다. 뇌를 비옥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이지 않게 잠재력을 키우는 과학적 명상과 연상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PART 1. 두뇌 훈련법의 백미 명상의 ‘힘’

‘글로벌 No.1 창의적 CEO’라 불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인도에서 2년간 체류했을 정도로 내면의 목소리와 직관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동양사상과 선불교에 심취, 평소 꾸준한 명상과 수련을 통해 직관력을 기르고 있다. 스스로 즐기는 것을 넘어 아예 회사 내에 명상센터를 갖췄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조절, 건강 증진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플뿐 아니라 야후, 도이치뱅크, 휴즈항공 등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의 많은 다국적 기업에서도 명상을 필수 도입 프로그램으로 채택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7월 서울대병원과 한국뇌과학연구원이 2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한국 고유 명상의 효과’가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뉴로사이언스 레터>에 실려 주목을 받았다. 인도, 티베트 등 동양의 명상법이 국제 학술지에 실린 적은 많으나, 우리나라 전통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명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논문에 실린 뇌파진동은 우리나라의 전통 육아법 ‘도리도리’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뇌교육 프로그램이다.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단순한 동작을 통해 심신을 이완하는 두뇌 건강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심신 단련법과 그 원리를 바탕으로 현대화한 명상법인 셈이다.

공동 연구의 책임을 맡은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강도형 교수는 “한국 고유의 정신 문화를 기반으로 개발한 뇌파진동 명상을 규칙적으로 한 그룹이 일반 건강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감소 및 긍정적 정서 반응, 스트레스 조절력 등이 높아 정신건강 증진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상을 미신적인 종교의식으로 치부하는 등 편견을 갖고 있다.”며 “오히려 서구에서는 두뇌훈련법, 만성 환자 보조요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상이 동양적 문화를 바탕으로 전해져 왔지만, 과학적 연구는 오히려 서구에서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서구에서는 명상을 트레이닝으로 보지만 동양에서는 종교적인 행위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강도형 교수는 “명상이 동양에서 기원한 만큼 동양인들에게 정서적으로 더 잘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신건강 증진과 두뇌 계발을 위해 톡톡히 활용할 것”을 권한다.

체계적으로 연습ㆍ훈련 중요

명상은 이완된 상태에서의 집중이다.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해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 가볍게 눈감고 앉아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강도형 교수는 “그냥 앉아서 상상하고 공상하는 것은 명상이 아니다.”고 밝히고 “방법에 따라 체계적으로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명상법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좋은 명상 자세가 중요하다. 일단 편하게 앉는다. 전통적인 명상 자세인 연꽃 모양으로 양다리를 꼬고 앉아 발끝을 반대편 허벅지에 올려놓는다. 혹은 앉은 채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의 허벅지에 올려놓는 자세를 취하거나, 다리를 포갠 채 꼿꼿이 앉아도 된다. 무릎이 아프면 골반 아래에 쿠션을 댄다. 의자에 앉아도 괜찮다. 단 등을 의자 등받이에 붙이지 않고 의자 앞부분에 앉아 허리를 곧게 세운다. 이 자세는 머리를 맑게 해 명상을 돕는다.

촛불을 켜고 명상해본다. 양초에 불을 붙인 뒤 명상하는 자리 앞에 놓는다. 시선은 촛불에 맞춘다. 어둠을 따라 윤곽이 드러난 불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까지 집중한다. 눈이 거의 감길 때까지 눈꺼풀을 천천히 내린다. 그러면 촛불에서 나오는 황금색 빛줄기가 보일 것이다. 이를 영혼의 불꽃이라고 상상한다. 나라는 존재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생명력의 떨림이라고 말이다.

PART 2. 불쑥 불쑥 새로운 발견 연상의 ‘힘’

연상은 번뜩이는 힘이다. 인류 발전에 연상의 힘이 기여한 바는 크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연상의 힘으로 대단한 발견을 해 역사에 남겼다. 어느 날 왕이 그에게 왕관이 순금인지 은이 섞인 것인지 알아보라는 특명을 내렸다. 고민 중이던 그는 우연히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 물이 자기 몸의 부피만큼 넘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분한 그는 옷도 입지 않은 채 목욕탕에서 뛰어나와 “알아냈다, 알아냈다(유레카, 유레카)!”를 외쳤다. 집에서 왕관과 같은 양의 순금덩이를 각각의 물통에 넣어 비교해보니 왕관 쪽의 물이 덜 넘치는 것이었다. 순금보다 무게가 덜 나가는 왕관, 결국 왕관은 은이 섞인 위조품임을 밝혀냈다.

이처럼 계획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심코 한 발견이 때때로 놀라운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연상은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가벼운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처럼 이완된 상태에서 불현듯 떠오른다. 어떤 대상에 대해 닮은 점, 비슷한 점을 근거로 새로운 물체나 방법 등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강도형 교수는 “의도치 않게 내 안의 무의식이 떠오르는 상태, 이때야말로 창조성이 가장 뛰어난 상태”라면서 “창조적인 사람은 연상능력이 좋다.”고 강조한다.

연상은 브레인스토밍, 직관, 통찰의 표현으로 나타나는 우뇌의 중요한 특성이다. 우리나라는 지시, 설명, 확실한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좌뇌 훈련에 치우쳐 있다. 우리 교육 내용의 70% 이상은 좌뇌 기능 특성 발달과 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반뇌 활동을 넘어 좌우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전뇌 활동에 연상이 도움이 된다.

우연한 발견도 능력… 연상능력 기르기

연상능력은 뇌를 비옥하게 만듦으로써 기를 수 있다. 강도형 교수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 방법 5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천천히 생각한다. 빨리빨리 해결하려는 재촉이나 주입식 교육으로는 기르기 어렵다. 다소 느리더라도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어느 날 비가 많이 온다면, 한동안 안 왔으니 당연히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비가 많이 와서 무엇이 다행인지 혹은 안 좋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인다.

둘째, 명상을 자주 한다.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 한곳에 집중하는 때가 창조적으로 가장 좋을 때다. 명상을 하면 편한 상태에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뇌가 활발해진 명상상태의 연상이 좋은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셋째, 스트레스를 줄인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아 너무 긴장하면, 우뇌와 좌뇌의 감각 능력이 떨어진다. 정보 교환 속도와 그 양의 감소를 초래하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이 안정되면, 좌뇌와 우뇌는 정보 교환을 왕성하게 한다.

넷째, 즐거운 일을 하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를 즐기면 두뇌가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노래 부르는 일이 즐겁다면, 자주 마음껏 즐기며 부른다. 그 후 노래를 부르지 않을 때도 자신이 노래 부르는 일을 떠올린다. 뇌는 그 기쁨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이것이 즐거운 일을 이미지화(시각화)하는 방법이다.

다섯째, 잘 적어놓는다. 아무리 좋은 연상이 떠올라도 그냥 지나치면 소용이 없다. 그때그때 적어놓아야 한다. 적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상한 것을 이리저리 머릿속으로 적용해본다. 그러다 가능한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강도형 교수는 서울대 의대 박사로, 현재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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