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암진단 전문의 김형일】
원래 대장암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서양인들의 것이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대장암 구경하기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것이 점점 고개를 들고 일어서더니 곧 위암을 젖히고 앞서려는 기세다. 이제 부자들이 암 걸렸다하면 위암이 아니고 대장암이다. 또한 서양에서는 이것이 주로 60대 이후 노년층에 많지만 우리는 40대 중산층에 흔히 발생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웬일일까?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부자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수입품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산층 중년층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서양문물을 신봉하며 생활습관이 너무 빨리 변형되어 있지 않은가? 수입품을 좋아하고, 옛것을 힘들어하니, 중산층 중년층에 더 잘 생기는 대장암을 어찌 수입된 암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부자들의 것이다. 원래 전통식생활엔 대장암이 거의 없었다. 매식,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폭식, 과음, 과식하며, 무의식적으로 2인분, 3인분씩 먹어대는 고기…. 이런 것들에는 우리 육신이 아직 견뎌낼 만한 연습과 적응과 진화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람들은 기름지게 먹지 않고 거친 음식을 먹으려고 애를 쓰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애를 쓰다 못해 아예 몇 끼씩 굶거나, 장을 아주 세척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장 속에 있는 오래된 찌꺼기宿便가 암을 일으키며, 그것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데 기여한 러시아 의사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문까지도 있다. 정말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것이 진실일까? 위장수술 전문의사에게 물어보자. 장을 절단하면 그 속에 정말 숙변이 꽉 차 있는가를? 대답은 그런 건 없다는 쪽이다. 장 수술을 하려면 보통 18?24시간 공복한다. 그 다음에 어디를 짜르든 장은 거의 깨끗하게 비어있다. 물론 작은 세균들까지 모두 빠져나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정말 유해하다면 위장수술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명제였으리라.
위장이 청소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면 태초에 조물주가 그러한 절차를 만들어주었거나, 수백 만 년 포유류의 진화 속에서 그러한 장치가 이미 준비되어 있으리라.
위장은 음식이 지나가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지 음식통과를 휴식하라고 만들어진 통로가 아니다. 음식이 일정 기간 내에 통과해야만 고장이 나지 않는다.
우리 고유의 음식을 우리 위장에 맞춰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장 청소 방법이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갑자기 서양음식을 갖다 부어 놓으면 우리 위장은 혼란이 생긴다. 그런 음식은 제때에 통과시키는 훈련이 못되어 있으므로 그것이 오래 남게 되어 부패되고, 상하고, 독성이 생겨나서 대장세포를 자극하여 암세포로 둔갑시킨다.
이렇게 변성된 암세포는 원래 정상세포에서는 나오지 않던 암 특유 성분을 내뿜는다. 이 물질을 정밀혈액분석으로 찾아내어 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긴 하였으나, 그래도 처음부터 암에 걸리지 않으니만 못한 일이다. 체중이 많고 배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 가족 중에 대장암·직장암·항문암이 있는 사람, 위장관내 용종(polyp)이 있는 사람, 항문 출혈이 있는 사람은 정규적으로 대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