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얻고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기구독 02-702-6333

[김형일의 건강칼럼] 대장암은 수입품?

2007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110p

【건강다이제스트 | 암진단 전문의 김형일】

원래 대장암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서양인들의 것이었다.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대장암 구경하기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것이 점점 고개를 들고 일어서더니 곧 위암을 젖히고 앞서려는 기세다. 이제 부자들이 암 걸렸다하면 위암이 아니고 대장암이다. 또한 서양에서는 이것이 주로 60대 이후 노년층에 많지만 우리는 40대 중산층에 흔히 발생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웬일일까?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부자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수입품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산층 중년층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서양문물을 신봉하며 생활습관이 너무 빨리 변형되어 있지 않은가? 수입품을 좋아하고, 옛것을 힘들어하니, 중산층 중년층에 더 잘 생기는 대장암을 어찌 수입된 암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부자들의 것이다. 원래 전통식생활엔 대장암이 거의 없었다. 매식,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폭식, 과음, 과식하며, 무의식적으로 2인분, 3인분씩 먹어대는 고기…. 이런 것들에는 우리 육신이 아직 견뎌낼 만한 연습과 적응과 진화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사람들은 기름지게 먹지 않고 거친 음식을 먹으려고 애를 쓰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애를 쓰다 못해 아예 몇 끼씩 굶거나, 장을 아주 세척하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장 속에 있는 오래된 찌꺼기宿便가 암을 일으키며, 그것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데 기여한 러시아 의사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문까지도 있다. 정말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것이 진실일까? 위장수술 전문의사에게 물어보자. 장을 절단하면 그 속에 정말 숙변이 꽉 차 있는가를? 대답은 그런 건 없다는 쪽이다. 장 수술을 하려면 보통 18?24시간 공복한다. 그 다음에 어디를 짜르든 장은 거의 깨끗하게 비어있다. 물론 작은 세균들까지 모두 빠져나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정말 유해하다면 위장수술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명제였으리라.

위장이 청소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면 태초에 조물주가 그러한 절차를 만들어주었거나, 수백 만 년 포유류의 진화 속에서 그러한 장치가 이미 준비되어 있으리라.

위장은 음식이 지나가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지 음식통과를 휴식하라고 만들어진 통로가 아니다. 음식이 일정 기간 내에 통과해야만 고장이 나지 않는다.

우리 고유의 음식을 우리 위장에 맞춰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장 청소 방법이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갑자기 서양음식을 갖다 부어 놓으면 우리 위장은 혼란이 생긴다. 그런 음식은 제때에 통과시키는 훈련이 못되어 있으므로 그것이 오래 남게 되어 부패되고, 상하고, 독성이 생겨나서 대장세포를 자극하여 암세포로 둔갑시킨다.

이렇게 변성된 암세포는 원래 정상세포에서는 나오지 않던 암 특유 성분을 내뿜는다. 이 물질을 정밀혈액분석으로 찾아내어 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긴 하였으나, 그래도 처음부터 암에 걸리지 않으니만 못한 일이다. 체중이 많고 배변이 시원치 않은 사람, 가족 중에 대장암·직장암·항문암이 있는 사람, 위장관내 용종(polyp)이 있는 사람, 항문 출혈이 있는 사람은 정규적으로 대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건강다이제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기사

  • [김형일의 건강칼럼] “담배 피우고도 오래 살더라”정말일까?

    2019년 02월호 68p

    【건강다이제스트?|?서울메디칼랩?김형일?의학박사】? 윈스턴 처칠(Churchill, Winston Leonard 1874-1965)이라 하면 파이프 물고 있는 모습을 먼저 연상하게 된다. 그는 훌륭한 정치가로서만 아니라 선이 굵은 화가이자 뛰어난 문필가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세계대전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토록 수많은 전쟁과 정치역정, 예술과 문학적 소양을 끊임없이 발휘하면서 90세를 더 넘기며 장수를 기록한 사실과 그 입술에 담배 파이프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애연가들은 처칠이 담배

  • [김형일의 건강칼럼] 짜고 맵게 먹으면 위암?

    2018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68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위암이다. 10명 중 1명은 위암을 걱정한다. 위 때문에 일 년간 소모되는 비용은 국방예산보다 더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위암왕국’이라고 하며, 그것이 모두 맵고 짜게 먹는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맵게 먹는 민족이나 더 짜게 먹는 국민들보다도 우리나라에 위암이 더 많다고 하는데 그래도 짜고 매운 탓만

  • [김형일의 건강칼럼] 암은 전염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2018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행복호 69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 암이 전염 된다면 모두 같은 암에 걸려 죽어야 한다. 다행히 창조주는 인간의 가장 무서운 적에게 그 옆 사람에게로 옮겨갈 수 있는 재주까지는 부여하지 않은 것 같다. 중세 유럽에서는 어느 집이나 마을에 페스트나 콜레라가 생겨나면 그 집이나 마을 전체를 폐쇄하거나 불태워 없애서 다른 사람의 접근을 원천 봉쇄해 버렸다는 기록이 있다.

  • [김형일의 건강칼럼] 암도 유전된다고?

    2018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69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영웅 나폴레옹은 일찍 죽었다. 어쩌면 그의 운명에는 이미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 형제, 남매들은 거의 모두 위암 또는 장암으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 역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란성 쌍둥이 중에 한쪽이 백혈병이나 림프암에 걸리면 다른 한쪽도 곧 같은 암이 발생한다는 보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의

  • [김형일의 건강칼럼] 술도 조금씩 마시면 건강에 도움 된다고?

    2018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가을호 69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에겐 진정 여러 가지 많은 것들이 필요할까? 오늘날을 정보화 시대라고 부른다. 옛날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그리고 기계문명시대라고 불렀었다. 그 시절에는 각각 질 좋은 석기와 청동기 석기 그리고 기계를 소유한 인간이 그렇지 못한 자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현재는 고급정보를 가진 자가 저급정보를 가진 자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