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견과류는 ‘가을 보약’이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심심풀이용 간식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을에는 일조량 감소로 체내 에너지 대사가 둔해진다. 또 일교차가 심해 호흡기질환을 앓기 쉽다. 도토리, 은행, 아몬드 등 비타민 B가 풍부한 견과류를 섭취하면 에너지대사가 활발해진다. 호두와 잣을 먹으면 면역력이 강해진다. 견과류는 폐와 기관지를 부드럽게 해줘 건조한 날씨에 딱 맞는 식품이다. ‘헬시 푸드’ 견과류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Chapter 1. 예뻐지려면 견과류 드세요!
견과류란 마르고 단단한 열매이며, 열매가 다 익어도 벌어지지 않아 하나밖에 없는 씨가 열매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호두, 잣, 땅콩, 밤, 도토리, 은행, 아몬드 등이 대표적이다. 씨앗 종류인 호박씨·복숭아씨, 넓게는 깨 종류도 포함될 수 있다. 코코넛, 브라질넛 등도 견과류에 속한다.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심혈관계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항산화영양소인 알파-토코페롤이 들어 있어 노화 방지와 치매 예방에도 좋다.
곡류 위주인 우리 식단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1, B2가 풍부해 에너지 대사를 활발히 해준다. 일라직산 등 생리활성물질도 풍부하다. 비타민 E 성분이 피부 노화를 예방해준다. 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다는 약식동원은 견과류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예전에는 호두 껍데기의 탄닌이 철분 흡수를 방해하고 변비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최근 연구결과 탄닌은 항산화 효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견과류는 건강에 이로운 대표적인 슬로푸드”라고 강조한다.
산패한 견과류는 ‘독’… 자연 그대로 먹어라
견과류는 되도록 자연 그대로 먹어야 좋다. 방부제, 향신료, 색소제, 소금, 설탕 등이 섞이면 효능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다만 땅콩은 콩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살짝 볶거나 삶는 게 낫다.
껍질을 까지 않은 상태에서 밀봉해 냉동 보관하면 오랫동안 둘 수 있다. 일주일 분량씩 밀폐용기에 담아 식탁에 뒀다가 먹으면 된다. 산패한 견과류는 독약과 같다. 습기 있는 곳에 저장해선 안 된다. 땅콩 곰팡이의 아플라톡신은 발암물질이다. 조금이라도 맛이 변했거나 곰팡이가 핀 것은 먹지 않는다. 신선할 때 먹어야 좋다. 갈아 먹을 때도 먹기 직전 갈아 먹는다.
견과류는 열량이 높고 포만감도 크다. 주식 대용 식품이다. 그런데 밥 따로, 견과류 따로 먹으면 어떻게 될까?
칼로리 과다 섭취로 비만이 촉진된다. 하루 70kcal 섭취가 적당하다. 견과류는 미리 양을 정해놓고 먹는 게 좋다. 호두는 하루 3알, 땅콩은 15알 정도 먹는다. 특히 은행은 6알 이상 먹지 말아야 한다. 청산이란 맹독성물질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미된 견과류는 건강에 좋지 않다. 임경숙 교수는 “견과류는 아침에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그 이유는 단단한 견과류를 씹어 먹으면 침샘이 나오고 소화기관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혈압, 동맥경화증 환자에게도 견과류는 도움이 된다. 당질 지수가 낮기 때문에 당뇨환자의 혈당을 빨리 높이지 않고, 인슐린 분비도 자극하지 않는다.
Chapter 2. 견과류 4대 식품 A부터 Z까지
견과류의 백미 호두
주로 신장과 폐에 작용한다. 발기력 저하, 조루, 소변이 시원하지 않을 때, 밤에 소변을 자주 볼 때 효과적이다. 정력제로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신장이 약해지면서 생긴 요통, 다리에 힘이 없는 하지무력감을 치료한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머리카락도 검게 해준다. 몸이 찬 사람이 기침, 천식을 앓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호두의 기름기는 대장과 피부를 좋게 한다. 만성변비, 노인의 습관성 변비, 피부 건조에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선 신장이 튼튼해야 뇌가 튼튼하다고 본다. 호두의 속모양은 뇌와 비슷하다. 그래서 뇌를 보강하고 노화를 방지해준다. 치매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다. 다만 몸에 열이 많을 때, 대변이 묽거나 설사가 날 때, 감기 초기, 정신집중을 해야 할 때는 먹지 않는 편이 낫다. 애주가도 마찬가지다.
☞호두 활용법 Yes or No
정력을 키우려면 부추와 함께 먹는다. 신장을 돕고 뇌를 보강할 때, 변비를 치료할 땐 검은깨와 같이 먹는다. 폐를 보강할 땐 잣, 배와 함께 먹는다. 몸이 찬 사람은 잣, 몸이 더운 사람은 배와 함께 먹는다. 열이 더 많은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술, 닭고기가 대표적이다. 술안주도 피해야 한다. 기침을 하거나 심하면 피를 토할 수 있다.
몸이 냉한 노인에게 좋다. 몸이 뜨겁고 열이 많은 노인은 먹지 않는 편이 낫다. 자주 먹을 땐 하루 1~2개 먹는 게 좋다. 어린이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 호두가 맞지 않는다. 수험생이 많이 먹으면 양기가 치솟아 정신 집중이 힘들다.
호두 60g, 부추 150g을 준비해 호두부추볶음을 만들어보자. 호두를 기름에 볶은 뒤 부추를 넣고 조금 더 볶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 하루 2번, 15일간 먹는다. 양기를 따뜻하게 하고 신장을 돕는다.
건강식인 호두검은깨강정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다. 호두 250g, 검은깨 250g을 함께 살짝 볶은 후 가루를 내어 설탕물에 넣고 끓인다. 엿처럼 덩어리를 만든 후 깨 먹으면 된다. 매일 10?15g 하루 3번씩 15일간 먹는다. 신장을 돕고, 뇌기능을 높여준다. 치매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머리카락을 검게 만든다.
고소함이 솔솔~ 잣
몸이 허약하고 마른 사람에게 좋다. 오장을 살찌우고 윤택하게 한다. 기름기가 있어 폐를 윤택하게 한다. 잣죽이 회복식인 이유다. 만성기침, 만성기관지염에 효과적이다. 대장을 윤택하게 하므로 장이 건조해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특히 허약한 노인의 무력성 변비와 출산 후 변비에 좋다. 피부가 거칠고 겨울에 잘 트는 사람에게도 딱 좋다. 관절이 마르고 아픈 데에도 효과가 있다. 다만 대변이 묽거나 묽은 가래가 있는 사람은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지나치게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다. 몸에 습기와 담이 많은 경우는 피한다.
☞잣 활용법 Yes or No
밤과 같이 먹으면 만성기관지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잣죽을 끓일 때 밤을 3?5톨 잘게 썰어 넣고 익혀 먹는다. 잣 10g, 검은깨 10g을 같이 볶은 뒤 흑설탕을 조금 넣고 갈아 하루 한 번씩 먹어보자. 몸에 진액이 부족해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며 머리카락이 일찍 하얘질 때 효과적이다.
맛있는 원기 보양제 밤
신장이 허약해 허리, 다리에 힘이 적고 무릎이 시큰할 때, 소변을 자주 볼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비위가 허약해 구토하고 음식을 못 먹어 수척해지는 것을 치료한다. 배탈,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 좋다. 원기를 돕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비만 치료 시 식사 대용으로 쓴다. 입안에 침이 충분히 고일 때까지 씹어 삼켜야 절식 효과가 있다.
☞밤 활용법 Yes or No
돼지고기 요리에 넣어 먹으면 신장과 폐를 좋게 한다. 대추와 함께 먹으면 비위를 건강하게 하고 신장을 돕는 효과가 뛰어나다. 어린이는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계속 먹을 경우 하루 1~2톨이 적당하다. 노인은 하루 5?10톨 먹는다.
생것은 소화가 어렵고 완전히 익힌 것은 체하기 쉽다. 불에 반쯤 익힌 게 가장 좋다. 평소 오래 씹어 먹도록 습관을 들인다. 배가 부르고 속이 더부룩할 땐 좋지 않다.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한다. 감기로 발열이 있거나 변비가 있는 사람, 출산 후엔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노란 영양제 은행
가래가 많은 기침, 천식, 소변이 잦거나 찔끔거릴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폐, 신장이 허약한 노인에게 좋다. 어린이는 야뇨증 외엔 되도록 먹지 않는다. 가래가 많고 잔기침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이런 증상이 없을 땐 먹지 않는 편이 낫다. 하루 5?10알 구워 먹으면 좋다.
굽거나 요리한 후 바로 먹는다. 오래 두면 딱딱해져 먹기 힘들다.
☞은행 활용법 Yes or No
은행, 호두, 밤을 함께 달여 먹으면 기침, 천식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 속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생강, 대추를 넣고 달여 먹으면 좋다.
은행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은행을 먹고 중독되면 참기름을 많이 먹고 토해내거나 감초 달인 물을 먹고 해독해야 한다.
감기초기엔 먹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순환장애를 일으킨다. 어린이가 많이 먹으면 정신이 혼란하고 경기를 일으킨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중독이 되기 쉽다. 알레르기 피부염, 두통, 발열, 구토, 호흡곤란, 근육 뒤틀림 등 부작용이 생긴다.
상지대 한의대 최병갑 겸임교수는 “견과류는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많이 먹고 나서 대변이 물러진다면 양을 줄이거나 기름기가 적은 다른 종류로 바꿔야 한다.”며 “기름기가 많은 땅콩, 잣, 호두, 깨를 먹을 때 기름기가 적은 밤, 도토리를 함께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견과류는 소화가 쉽지 않은 식품이므로 오래 씹어 삼켜야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