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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말 많고 탈 많은 상조업체 똑똑한 활용법

2010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명호 106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이필도 교수】

지난 3월 상조업계 1위인 보람상조 최철홍 회장 일가가 300억 원대 상조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근 유죄판결이 내려지며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망자의 눈물 젖은 돈을 빼돌린 죗값을 단단히 치르게 된 셈이다. 국내 최대 회원인 72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보람상조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불편하다.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어서 상조에 가입했다는 송상학 씨(69세ㆍ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는 “국내 1위인 업체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니 믿고 맡길 수 있겠습니까?”라며 불안해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상조, 그 현주소를 짚어 본다.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풍조 늘어

보험이나 저축으로 오해하기도 하는 상조업, 정확히 무엇일까?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이필도 교수는 “상조업이란 미래에 발생할 관혼상제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미리 받아두고, 사유가 생기면 행사에 필요한 용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즉 선불식 할부거래 형태의 사업이다. 상조相助는 서로 돕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전통 협동문화인 두레 같은 품앗이 문화가 현대사회의 비즈니스로 발전한 것이다. 혼례라든지 다른 행사의 경우 살아있을 때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장례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장례서비스가 주된 사업 영역이 되었다. 웨딩, 회갑, 돌잔치 등의 사업을 부수적으로 수행한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1982년 부산상조(주)가 개업한 이래 주로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발전했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화 된 것은 5년 전부터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400여 개의 업체가 영업 중이다.

강제 법률 없어 피해 잇따라… 9월부터 구제 법률 시행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체 관련 불만이나 피해 상담 건수는 2005년 219건에서 2009년 2446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상조회사에 가입하는 회원 대부분은 서민이다. 목돈 들어가는 자식들의 장례부담을 어떻게든 줄여볼까 생각해서 가입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내 최대 상조업체라는 보람상조에서 거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터졌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필도 교수는 “우리나라 상조업체의 문제점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 지금까지 법적인 제도정비 장치가 없었다는 점이다.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다. 상조업은 상법 제329조에 따르면 5000만 원의 자본금만 있으면 아무나 설립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따라서 영세한 업체도 우후죽순 돈이 된다는 생각 하에 뛰어들어 결국 전국에 400여 개 업체가 난립하게 되었다.

전국에 서비스망을 두고 상조업을 유지하려면 5000만 원으로는 불가능하다. 별 준비 없이 설립한 업체들은 서비스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이를 알아채고 불입을 중단하면 지금까지 낸 금액만큼의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업체가 도산하면 고스란히 가입한 소비자가 돈을 떼이는 일이 반복됐다. 억울해도 개인이 상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없다. 떼인 돈보다 소송에 드는 비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둘째, 애초에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도 문제다. 계약 해지 시 환급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아예 가입 당시 약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셋째, 가입할 때 약속했던 서비스나 용품이 실제 장례서비스가 일어났을 때는 달라지는 경우가 잦다. 물가상승률이나 기타 조건이 달라졌다며 지나치게 추가 금액을 요구하거나 상품의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있다. 장례식에 쓰는 물품이 원가의 몇 배나 부풀려진 경우도 허다하다. 그보다 더 황당한 문제는 실제 장례를 치러야 할 때 회사가 도산해 없어지는 사태다.

이필도 교수는 “수년 전부터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결국 법이 제정된 것은 보람상조 사건이 터져 논란이 된 후”라면서 “지금이라도 마련돼서 다행이고, 정착할 수 있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3월 제도권 사각지대에 있는 상조업체를 할부거래법으로 규율토록 하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9월 18일부터 시행한다. 법률에 따르면 영세 업체의 도산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조업체는 자본금 3억 원 이상을 확보해야 설립할 수 있다. 재무 상태와 선수금 보전 방법 등을 공개, 소비자에게 미리 받은 돈의 일정비율(50%)을 예치해 소비자의 청약 철회 및 계약 해제권을 신설토록 규정했다.

똑똑하게 가입하는 방법은?

이필도 교수는 “상조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 게 사실이지만,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이 시대에 필요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현재 상조를 둘러싼 문제가 많다고 금기시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상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이필도 교수는 “모든 상조업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오해”라면서 “건실한 업체도 있다.”고 말한다. 다만 어느 회사가 건실한지 소비자가 알기란 쉽지 않다. 정부의 기술표준원에서 얼마 전부터 장례식장서비스 KS인증제를 시작했다. 상조업체도 그처럼 정부 차원의 인증이나 옥석을 가릴 기준이 필요하다.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가입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을 소개한다.

? 가장 먼저 따져 볼 점은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사적인 개인사업체가 아니라 체계적인 서비스와 전문 인력을 보유했는지 따져본다.

? 업체의 전국망 여부다. 업체가 작다고 해서 무조건 부실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국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가입했지만 대구에서 장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가입한 업체가 서울에서만 가능하다면 제휴한 대구의 업체에 고객을 넘긴다. 이때 그대로 넘기는 곳은 거의 없다. 보통 불입금의 일정 수치(30% 정도)를 떼고 나머지(70% 정도)만 다른 업체에 넘기게 된다. 그러면 낸 액수의 70% 밖에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돼 손해다.

? 너무 과대 홍보를 하는 곳도 피한다. 홍보비나 과도한 가입 선물에 비용을 남발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불량할 우려가 있다. 그뿐 아니라 상조를 마치 투자 상품처럼 유인하거나 심지어 두 명 모집해 오면 본인은 무료로 해 준다는 둥 피라미드식 영업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그 외에 현실적인 장례비용과 비교해 너무 싼 곳은 한 번 더 의심해 봐야 한다. 상조업은 자선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한다. 이필도 교수는 “잘못된 선택으로 가입자가 피해를 떠안을 수도 있으니 가입 전에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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