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경동약업사 이승구 대표】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가 말린 상태인 건재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도 한약재의 맛과 향이 일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이번호에서는 제철 한약재에 대해 알아보자.
마트에서 구입하는 사과는 구입 시기에 따라 맛이 다르다. 9월에 먹는 사과와 3월에 먹는 사과는 맛이 다르며 당연히 9월의 제철 사과가 맛이 좋다. 한약재도 마찬가지다. 한약재 역시 농산물로서 수확기의 한약재가 맛과 향이 제일 좋다. 그리고 효능도 좋다.
대부분의 열매류 한약재는 가을에 나온다. 오미자, 구기자, 대추, 산사, 헛개열매, 개다래열매, 모과, 산수유, 치자 등이 그것들이다. 다만 복분자는 딸기철인 5~6월에 나온다. 뿌리 한약재도 가을에 주로 나온다. 인삼, 도라지, 더덕, 갈근(칡뿌리), 당귀, 생지황, 둥굴레, 작약, 산약(마), 우슬, 잔대, 천궁 등은 가을에 나오며, 생맥산의 재료로 유명한 맥문동은 봄에 나온다.
잎을 이용하는 한약재는 봄과 초여름 경에 나온 것들이 좋다. 어성초의 경우 생육 시기별 퀘르세틴(quercetin) 및 탄닌(tannin)함량은 생육 초기인 4월 중순에 채취하였을 때 각각 0.72, 2.1%로 가장 높다.
제철의 한약재를 사용하려면 위와 같은 정보를 알고 있으면 유용하다. 한약재 유통업체들은 한약재 출하 시기에 대량으로 구입한 후 냉장창고에 보관하여 연중 판매를 한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5도 안팎의 냉장창고에 보관하며, 시설이 여의치 않은 경우 실내에 보관하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약재의 수분 함유도와 정유성분 등이 조금씩 변한다. 따라서 생산시점에 맞춰 한약재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늦가을의 대추만큼 단맛이 좋은 대추도 없다.
독자분들이 오해할까봐 덧붙이자면, 한약재를 써야 하는데 제철이 아니라고 해서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냉장시설이 없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지금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한약재의 품질은 매우 좋다. 제철 한약재를 이용할 수 없다면, 냉장보관이 잘 되어 있는 한약재를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