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음악의 아버지인 요한 세바스챤 바하(Bach, Johann Sebastian 1685~1750)의 형제는 10명이나 되었는데 모두 90세 이상 장수하며 유명한 업적들을 남겼다고 한다. 한편 영웅 나폴레옹은 일찍 죽었다. 어쩌면 그의 운명에는 이미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이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 형제, 남매들은 거의 모두 위암 또는 장암으로 사망하였다. 그 역시 위암으로 떠나갔다.
필자의 친구인 C 사장은 형제 중 3명이 위암으로 사망하였고 백부들과 고모들도 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위암, 간암, 자궁암 등이 많고 흑인에는 임파암, 유태인은 백혈병, 미국인은 대장암과 유방암이 많다. 그러면 암이라는 것이 민족적 또는 유전적^가정적 성향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증거가 아닐까?
그렇다. 암은 분명 가족적^유전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거의 모든 동물들은 이미 암 발생 유전자(cancer developing gene)를 갖고 태어난다. 이것이 인간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반드시 암에 걸리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유전자 자체가 곧 암세포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밥솥과 밥이 똑같은 것이 아님과 같은 이치다.
또한 세포 속에는 암 발생을 제어하는 암억제인자(cancer suppressive gene)라는 것을 함께 갖고 있어서 암 유발 인자를 항상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암이 그리 쉽게 표현되지 못하도록 장치돼 있다. 즉 암 발생 유전자를 가졌다는 사실이 곧 암에 걸리게 된다는 공식은 아니다.
모든 질병이 유전적 성향(genetic predisposing factor)과 관계가 있겠지만, 그것은 그 유전자의 형질이 발현될 수 있는 기회(機會要因 triggering faactor)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표현형(Phenotype)으로 변형되지 못한다. 발현인자가 억제인자를 능가할 수 있는 기회를 실어 줄 때에만 병과 암은 표현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치로 억제인자가 발현인자를 능가할 수 있는 시기에는 병과 암이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발현기회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각 개개인이 자신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의해서 자신에게 시시각각으로 부여하고 있는 생활태도를 말한다.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수면부족, 과로, 과음, 과식, 편식, 흡연, 기호식품, 불결한 습관, 약물 오남용, 공해, 환경호르몬들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암 유전자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기회들이 그것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표현되지 못한다. 또한 이제 현대의학은 그 유전적 성향과 기회요인을 검출해 내어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