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암 진단을 받았거나 암 투병 중인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일깨우는 작업은 아주 중요하고도 치유의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비록 사선을 넘나드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50년 넘게 일기를 써 온 셰퍼드 코미나스(Sheppard B. Kominars) 박사는 그의 책 <WRITE FOR LIFE>에서 “글쓰기는 부서진 마음을 회복시키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힘과 용기를 준다.”고 하였다. 단순한 이 말은 지금 이 시간에도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치유의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때 기교를 부려서는 안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조건 없이 쏟아내야 한다. 부끄러운 것이든 자랑할 것이든 관계없다. 마음속 밑바닥까지 내려가 남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동안 남의 이목을 의식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그동안의 관심사였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래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긋남으로써 발생했던 스트레스, 즉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야 한다.
이 글은 셰퍼드 코미나스의 <WRITE FOR LIFE, Healing Body, Mind, Spirit Through Journal Writing>의 글을 참고로 쓴 것이다.
1 글쓰기 이점은?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꼭꼭 감추어 놓은 고민이 있다. 그러한 고민을 털어내지 못하고 하나둘씩 쌓아가면 병이 된다. 조사에 의하면 내성적인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 이는 마음의 짐을 풀지 못하고 쌓아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 환자 중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착한 사람’이 많은 것이다. 밖으로 풀어내지 못한 채 안으로 안고 들어가는 성향의 환자는 반드시 이를 풀어줄 비상구가 필요하다.
이 비상구가 바로 ‘글쓰기’이다. 암 환자들은 비상구인 글쓰기를 통해서 아름다운 세상을 열 수 있다. 이를 말로 쏟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그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쉽게 실천할 수 없으며 신앙을 통해서 해소할 수도 있다.
글쓰기는 마치 우리가 매끼 식사를 하듯 그렇게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소화작용을 촉진시킴은 물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아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건강을 유지해 갈 수가 있다.
글쓰기는 또 늘 새롭게 자신을 탄생시킨다. 실타래 같이 엉켜있는 삶을 정리할 수 있고, 또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반성하고 하루하루를 새로운 시간들로 채워나갈 수도 있다.
‘새로운 치료법마저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지? 너무 두렵고 무섭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더욱 가중되고 희망은 점점 꺼져만 간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글쓰기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 막연한 두려움이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는 것이 투병 중 글쓰기를 한 환자들의 이구동성 경험담이다.
인터넷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직접 펜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을 매우 귀찮아할지도 모른다.
편리한 생활을 하다가 마치 문명의 혜택을 덜 받는 사람처럼 종이 위에 한 자씩 써 내려간다는 사실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생각을 깨끗이 바꾸어야 한다.
여러분이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는 종이와 펜, 책상, 장소, 시간이 고작이다. 컴퓨터를 살 돈이 없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살아도,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진실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종이는 예쁘고 좋을 필요가 없으며 값이 싼 종이나 재생지로도 충분하나 그것은 노트형식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낱장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펜은 볼펜이나 연필을 사용할 수 있다. 볼펜은 여러 색깔을 준비해 두고 기분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로 글을 쓸 수도 있다.
장소는 특정한 곳에 구애받지 말고 아이디어나 생각이 순간순간 떠오르면 기차역에서도 쓸 수 있고 버스 속에서도 쓸 수 있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도 잠시 정차한 후 쓸 수도 있다. 희망이란 단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좋다. 다만 생활 중에서 힘들어 한 경험이 있는 곳이거나 아픈 기억이 있는 장소는 제외한다.
시간 또한 특정한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면 족하다. 아침에 시간이 나는 사람, 저녁에 시간이 나는 사람, 또한 낮에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이 있으므로 어느 시간에 쓰는 것이 좋다고 하는 정답은 없다. 다만 하루 중 적어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할 때 반드시 종이를 사용하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게 되면 쉽게 편집할 수 있어 내면의 진실함과 만나기보다는 멋진 글, 아름다운 글 등 외적인 시각에 의존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자신의 진솔한 내면을 글로써 쏟아내는 것이 글쓰기의 주목적이지 격식을 차린 글은 죽은 글이며, 그런 글쓰기는 별로 얻는 게 없다. 절대적 자유공간으로 종이를 선택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처음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암 진단을 받고 쓸 수 있는 글은 온통 부정적인 내용밖에 없어요. 분노와 증오, 우울증, 불안감 등…. 처음에는 왜 이런 글을 써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뭔가 자신감이 생기고 대안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쓴 글을 읽어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이런 거구나.”
글쓰기를 한 후 바로 다시 읽지는 않는 것이 좋다. 다시 좀 더 멋진 표현으로 수정하고 싶기 때문이다. 절대로 한 번 적은 글은 수정을 하지 말자. 또한 글쓰기를 할 때는 철저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타인을 의식하고 글을 쓴다면 자신의 내면과 만날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자신과 화해를 할 수도 없다. 즉 자신이 유일한 독자가 되어야 한다.
몸과 마음, 영혼 사이에 매몰되어 있는 연결고리를 재생하는 일은 암 치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2 무엇을 쓸 것인가?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이다 보니 주로 투병에 관한 글쓰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투병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좋다.
오랫동안 필자와 소통을 하던 환자 한 분이 계셨다. 그 분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쓰셨는데 컴퓨터를 통해 공개하면서 써 내려갔다. 문학을 하시던 분이라 글도 잘 쓰셨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러나 다른 환자와의 소통은 성공했을지라도 정작 본인과의 화해나 소통은 부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처럼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은 다른 사람에게는 감동을 줄 수 있을지라도 자신의 내면과의 소통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바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수식어가 붙기 때문이다.
타인이 읽을 글이므로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점이 바로 여러분의 경우는 독자가 오직 자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간밤에 꿈을 꾸었다.
●?동료 환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저것 좋다는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검사받기가 너무 힘들다.
●?오늘 나는 사소한 일에 감동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느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생애 마지막 때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쓰레기로 가득 찬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소금과 물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있다.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치유와 관련된 일은 물론 일상의 사소한 것까지도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한다. 특히 암 환자나 가족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암 진단 직전에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사건까지, 많은 사례를 경험하게 된다.
부부간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자녀나 부모의 사망, 실직, 채무관계, 교통사고 등 극도의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를 경험하게 되고 더불어 스트레스로 칭칭 감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러다가 심한 우울증까지 겪은 데다가 암? 진단을 받고 공황장애까지 오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완화되겠지만 감정의 찌꺼기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채 가슴에 묻어두고 생활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었다. 특히 말기 암 환자는 죽음이라는 극도의 긴장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나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두려움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글쓰기를 통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그 두려움을 걷어내야 한다.
여러분의 어깨 위에 놓인 짐들은 삶을 병들게 하는 독버섯이다. 그 짐들은 당신 스스로가 만든 것들이다. 진정한 치유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말기 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말기 암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쓸 것인가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격려하라.
●?당신을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누군가와 대화하듯 글쓰기를 하라.
●?당신의 삶에서 스승이나 제자, 혹은 감사해야 할 사람에게 서신형식으로 써라
●?당신을 사랑하는 관점에서 글을 써라.
●?투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결코 암과의 싸움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암을 병으로 인식해서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나의 내면에서부터 생활습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임을 깨닫는다면 여러분의 투병은 두려움에 떨지도, 힘들지도 않을 수 있다.
나와의 진정한 소통은 치유 글쓰기에서부터 시작되며, 나의 내면에 감춰진 많은 문제점을 쏟아내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너무도 어리석어 병의 근본원인을 알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모는 치료에 몰두하고 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지금부터라도 진실로, 내 내면의 문제부터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곧 기쁨이요, 그 기쁨은 암 치유의 열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