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도움말 | 건양대학교 제약공학과 조성완 교수】
두통이나 몸살감기가 있을 때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 진통제는 약방의 감초처럼 긴요하게 쓰인다. 대부분 일반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진통제도 알고 먹어야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진통제마다 효능과 부작용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늘고 있는 진통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각각 진통제의 효능과 부작용, 복용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나눌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몰핀과 관련되는 약물로 진통작용이 가장 강력하지만 계속 사용할 경우 습관성이 큰 문제가 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효력이 마약성 진통제보다는 약하지만 습관성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성 약물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여기에 속한다. 비마약성 진통제 중 특히 우리가 약국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일반 의약품으로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그리고 게보린, 사리돈 등 복합제제가 있다.
타이레놀과 아스피린은 다르다!
진통제의 대명사로 군림하는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이 두 진통제를 사용할 때도 구별해서 써야 한다. 약효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나고, 부작용면에서도 그렇다.
간에 치명적인 타이레놀
타이레놀의 주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두통, 치통, 관절통 같은 통증에 사용된 다. 통증을 치료하거나 어린이들을 해열시키기 위한 액제로도 투여되며 정확하게만 복용을 한다면 모든 진통제 중 가장 안전한 것 중의 하나이다.
이처럼 타이레놀은 위를 보통 자극하지 않고 알레르기 반응도 드물지만, 간에서 해독이 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먹거나 간이 좋지 않은 사람은 과량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건양대학교 제약공학과 조성완 교수는 “타이레놀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어서 중독이 되더라도, 처음 12∼24시간까지는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24시간이 지나면서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며 몹시 괴롭고, 혈액검사도 이상을 보이면서 서서히 간과 콩팥의 기능이 망가지게 됩니다.”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이 약을 하루 4g 이상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허용치를 2g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에서 발생하는 급성 간독성의 주요한 원인이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위궤양 환자는 금물 아스피린
타이레놀과 진통제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아스피린은 통증을 없애기 위해 또는 열을 내리기 위해 사용된다.
아스피린은 염증조직에서 나타나는 부종이나 통증을 일으키는 물질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염증을 감소시킨다. 또한 아스피린은 두통, 치통, 경미한 관절통, 인후통 및 열병이 일으킨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고 정기적으로 투여하면 만성 류마티스성 관절염의 통증과 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아스피린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위산으로부터 위장을 보호하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위염, 위출혈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위궤양 환자들에게는 사용되지 못합니다.”
특히 아스피린의 결정적인 흠은 100만 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어린이에게 뇌와 간의 손상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레이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조성완 교수는 조언한다.
최근 영국 정부는 아스피린 허용 연령을 기존 12세에서 16세로 상향 조정했으며, 어린이라면 가급적 아스피린 대신 타이레놀 같은 다른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타이레놀과 아스피린(표)
성분 효능 부작용
타이레놀 아세트아미노펜 진통, 해열 작용 간에 안 좋음
아스피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진통, 해열, 소염 작용 위장에 안 좋음
아스피린 항암효과 맹신은 금물
여러 부작용이 있던 아스피린이 1980년대 들어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발병 가능성을 낮추어 주고 장기간 복용 시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도 감소시키는 등의 새로운 효과가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최근 낮은 용량(100mg)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중·장년층에서 복용이 늘고 있다.
조성완 교수는 “최근 런던에서 열린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에 관한 회의에서는 아스피린이 뇌졸중, 심장마비 위험이 높은 사람의 경우 그 위험을 3분의 1로 줄여주며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증거들이 제시되었다.”고 밝히고 “특히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는 아스피린이 위암을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탁월한 효능이 있다면 그 안에 숨겨진 부작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스피린이 처음으로 시판된 때는 1899년이고 그 이전에는 아편에서 추출한 모르핀이 진통제로서 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모르핀의 마약성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아스피린으로 대치해 사용되었으며, 아스피린 역시 약 100년 간 사용되어 오면서 많은 부작용이 밝혀졌다. 현재는 그것을 대신하고 더 우수한 효과를 내기 위한 해열 진통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암 발생에 관련된 새로운 부작용이 몇 년 안에 새로 알려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의 매일 복용이 권장 받으려면 그것에 따른 부작용 정도도 어느 정도인지가 확실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조성완 교수는 충고한다.
복합제제 진통제는 부작용 특히 주의
복합제제인 사리돈, 게보린, 암씨롱 등 시판중인 진통제는 기본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과 피린계 약물을 함유하고 있어 효과가 뛰어난 반면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과민반응을 들 수 있다. 알레르기처럼 체질적으로 이들 진통제에 포함된 피린계 화합물에 민감하게 반응해 드물지만 구토나 복부통증, 졸음, 경련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복합 진통제나 또는 다른 감기약, 해열진통제를 사용하여 천식이 나타난 적이 있는 사람도 복용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이들 진통제에는 자체적으로 각각 한 알에 50mg 정도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진통제와 더불어 커피나 녹차, 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손 떨림과 가슴 두근거림 등 카페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럴 때는 복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지만 특히 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위와 장이 나빠지기도 하며 신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한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통제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면 같은 약의 사용은 피해야 한다.
조성완 교수는 “진통제의 부작용은 각각의 약마다 다르므로 효과가 좋다고 한 가지 약을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 장기가 심하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약의 계속적인 사용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또한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는 대부분 비슷해 보이지만 성분별로 해열효과, 소염작용, 부작용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진통제 구입시에는 약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확실히 말한 후에 복용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