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서병성 교수】
올 한 해 전국을 강타하며 건강 아이콘으로 떠오른 음이온 열풍! 남녀노소를 포함한 범국민적인 음이온 액세서리는 올 한 해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다. 젊은층에겐 패션으로, 중·장년층엔 건강으로 받아들여진 음이온 액세서리. 과연 그 열풍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지금부터 음이온 열풍을 되짚어보도록 하자.
음이온, 과연 몸에 좋을까?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에서 대대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패션 아이콘, 건강에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르신들의 습성, 몸에 좋다면 무조건 맹신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근성(?).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세대 공감’이 바로 2005년을 강타한 음이온 열풍이다.
음이온은 기분안정 및 고조효과가 있다 하여 일본에서 그 열풍이 시작되었다. 그 열풍이 바다 건너 한국에 상륙하자마자 핵폭풍으로 변모했다. 음이온을 맹신하는 풍토 때문에 대한민국은 지금 ‘음이온 천하’다.
음이온이란 말 그대로 음전하를 띄고 있는 원자, 즉 알갱이이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듯 모든 자연체도 양전하와 음전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서병성 교수는 “농촌이나 공기 좋은 곳에 가면 양이온보다는 음이온이 많이 나옵니다. 공기가 좋다는 것 자체는 나무도 많고, 물도 많이 흘러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죠. 폭포수나 바다처럼 물방울이 많이 나오는 곳에 특히 음전하, 음이온이 많습니다. 음전하는 양전하를 띄고 있는 우리 몸과 결합해 약알카리화 시켜줍니다. 그 결과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세포기능이 활성화되면서 면역기능이 재생될 수 있죠. 따라서 분명 음이온 자체는 좋은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음이온 제품의 효능·효과
최근 문제시 됐던 활성화산소도 양전하를 띤 산성화 물질이다. 쉽게 말하면 음식을 먹거나 공기를 마시고 난 다음의 찌꺼기이다. 이런 활성화산소를 알칼리화, 중성화 시켜주는 것이 바로 음이온이다. 그러니 너도나도 음이온을 맹신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공기 중에 음이온이 700여 개 정도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참고하세요! 음이온 발생률 높은 실내 식물 베스트 4
·심비디움 – 서양 난. 950～1,030여 개의 음이온 발생
·팔손이나무 –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자생식물. 910～1,020여 개의 음이온 발생
·산세베리아 – 수입되는 원예식물. 670～790여 개의 음이온 발생
·숯 – 500여 개의 음이온 발생
지난 봄 결혼시즌. 한 예비부부 사이에 작은 다툼(?)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자기야, 에어컨은 음이온이 나오는 걸로 사자. 응?”
이런 신부의 말에, “음이온 공기청정기도 샀는데 굳이 에어컨까지 그럴 필요가 있어?”라는 신랑의 말.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음이온 가전제품 구입에 전격 합의했다.
올해 웰빙 트랜드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음이온 가전제품. 그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새집 증후군을 날려버린다는 음이온 벽지, 음이온 숯, 음이온 청소기, 음이온 공기청정기 등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전자파의 덩어리로 치부됐던 컴퓨터 모니터와 TV, 전자렌지도 음이온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음이온 액세서리는 패션과 접목해 올 한 해를 독식한 대표주자이다. 지난해 열린 아테네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스포츠 목걸이나 팔찌를 착용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레저용, 패션용, 건강용으로 젊은 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세대 차이(?)를 훌쩍 뛰어넘어 애용되었다. 말 그대로 애-어른 할 것 없이 열광하고 있다.
음이온 액세서리는 티타늄이나 토르말린, 게르마늄 등 광물을 주요 소재로 한다. 여기에 특수 가공처리로 원적외선이나 음이온을 방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음이온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음이온 액세서리의 효능·효과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도시와 같이 환경오염이 많은 대기 중에는 음이온이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액세서리에서 얼마 만큼의 음이온이 나오는지도 의문이죠. 설사 음이온이 나온다하더라도 공기 중에 양이온이 더 많아 결합해버려 인체에 흡수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서병성 교수는 말한다.
서병성 교수의 음이온 Q&A
● 음이온 제품, 과연 믿어도 될까요?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습니다. 그 효능·효과를 떠나 과하면 금물이겠죠?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음이온 효과를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 음이온 팔찌와 목걸이에서 정말 음이온이 발생되나요?
-음이온 팔찌에는 음이온을 방출하는 광물질이 3% 정도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물질과 섞이거나 코팅되어 방출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 음이온 공기청정기와 음이온 발생기는 효과가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득’보단 ‘실’이 많습니다. 강한 전압으로 강제로 음이온을 방출시킨다는 원리인데, 양이온과 결합해 중화되거나 먼지에 부착되어 버립니다. 더욱이 공기정화의 목적인데 다량의 ‘오존발생’으로 환경문제를 일으키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이 음이온 천국!
올해를 강타한 ‘음이온 천하’는 바로 이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공기 중의 음이온이 양이온보다 3.5배 많아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 결국 각 제품에서 소량의 음이온이 나온다 해도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공기 중의 양이온을 능가할 만한 울트라 파워 음이온이라면 몰라도.
결국 음이온 열풍은 ‘유행’과도 같은 것이다. ‘비타민 공화국’이라 불렸던 1980년 비타민 열풍을 떠올려보라. 피부미용에 좋고 생활에 활력이 넘치는 등 미인의 필수 아이콘이었던 비타민. 결국 음이온 열풍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트랜드에 부합한 유행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옛날에는 어디 환경오염이라는 게 있었던가? 자동차 대신 튼튼한 두 다리로 걷던 시절이니 내 집 앞마당이 음이온 놀이터요, 음이온 천국이었다. 고가의 음이온 제품이나 액세서리로 치장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연을 찾는 것이 백배는 낫다.
음이온, 알고 마시자
● 자연 그대로를 즐겨라!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인으로 사는 법을 고수해보라. 폭포수가 있는 계곡, 수풀이 우거진 산림 등을 충분한 음이온을 들이마시자.
● 집에서도 마음껏 마셔라!
-실내식물은 음이온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관엽식물이나 꽃 등 식물을 통해 가정 속의 자연공간을 꾸며보는 것도 좋다. 단, 실내 청소와 환기를 자주 해준다.
● 음이온을 먹어라!
– 녹황색 채소나 야채는 음이온의 보고이니 마음껏 섭취하도록 한다.
음이온 열풍에 대해 서병성 교수는 이렇게 당부한다.
“옛날에는 음이온 자체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위 환경 자체가 양이온이나 활성산소, 산성비 등이 아예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음이온 팔찌를 차고 다닐 이유가 없었죠. 우리는 늘 알게 모르게 음이온을 마시고 있습니다. 단지 도시화, 공업화, 산업화로 인해 그 양이 줄었을 뿐이죠. 결국 자연에서 음이온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고 좋은 방법입니다. 올해 음이온 열풍은 유행을 쫓는 군중심리의 일환이니까요.”
이제 더 이상 음이온을 맹신하는 맹한(?) 태도에서 벗어나자. 제 아무리 유행이 좋고, 몸에 좋은 성분이 있다한들 어디 자연 만한 것이 또 있으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