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지역 주민들의 건강 파수꾼으로 자리매김
당뇨병은 익히 알고 있듯이 암이나 뇌질환보다 더 무서운 병이며, 10년 후면 당뇨 대란이 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모든 사람들이 당뇨의 심각성을 알지만 현시점에서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충주에서 ‘당뇨 발견 사업’이란 이색적인 사업을 추진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놀라운 성과 때문이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당뇨 발견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많은 성과를 얻어 타지역과 의료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충주시 보건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당뇨 발견 사업의 현장을 직접 취재해보았다.
당뇨 이기기! 충주 ‘당뇨발견사업’
충주시 보건소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는 당뇨 발견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은 물론 다른 지역에 좋은 귀감을 보여주고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카톨릭의대와 협약을 맺어 4개년 계획 연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당뇨 발견 사업은 3년 차를 맞은 올해까지 8,487명을 대상으로 당뇨 조기발견 검사를 실시한 결과 당뇨 992명, 내당능장애 484명, 고혈압 의심 4,115명, 이상지혈증 5,207명, 신기능 이상 165명, 비만 3,512명 등 모두 1만 4,475명의 환자를 발견 관리하고 있다. 또한 당뇨 합병증 의심 환자 1,018명을 대상으로 안전검사를 실시해 195명의 망막 합병증 환자를 찾아냈다.
충주시 보건소 건강증진과 안명숙 건강증진담당자에 따르면“읍·면지역 4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당뇨 발견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당뇨 환자를 조기 발견하여 치료를 유도하고, 당뇨환자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당뇨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목적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당뇨 발견 사업은 당뇨를 조기에 발견하는 검사를 실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지역 주민들은 우선 마을회관에 모여서 고밀도나 총콜레스테롤 등 5종 검사를 통해서 당뇨병 선별검사를 받는다. 그런 다음 당뇨 의심자들은 따로 2차 검진을 받는데 충주시 보건소에서 받거나 가정방문 및 지소에서 검사가 이루어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충주시의 당뇨 발견 사업은 당뇨 합병증의 예방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당뇨합병증 예방을 위해서 연 1회 안저검사 및 심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안명숙 건강증진담당자는 “합병증 검사 대상자의 50% 이상이 참여토록 합니다. 당뇨환자나 가족의 50% 이상이 연 1회 이상 집단 교육이나 이벤트에 참석토록 해서 당뇨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라고 말한다. 특히 검사 결과 의심자의 90% 이상은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치료토록 도와준다.
이렇듯 충추시 보건소의 당뇨 발견 사업은 당뇨병의 발견에서부터 합병증까지 모든 것을 관리해주는 멀티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건강 파수꾼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농촌 지역민들이 보다 손쉽게 보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충주시 보건소의 당뇨 발견 사업은 자못 큰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충주 당뇨발견사업’으로 당뇨합병증 이겨내고 있는 서정희 씨 체험담
“보건소의 도움으로 새생명을 얻었어요”
충주시 신니면에 살고 있는 서정희 씨는(73) 17년 전에 당뇨병을 진단받고 충주시 의원과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 당뇨 진단 후에 남편 박기선(74)씨와 함께 여러 가지 식이요법과 생활요법으로 합병증 예방에 힘쓰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4년에 충주시 보건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당뇨합병증 검사’에서 백내장을 진단받고 무료수술까지 받았다. 그 후 그녀는 충주시 보건소로부터 당뇨병환자 관리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 당뇨합병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당뇨합병증 발견…무료로 백내장 수술도 받아
1989년 신석증으로 서울에 있는 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서정희 씨는 당뇨병을 진단받게 되었다. 가족력도 없었던 터라 반신반의했지만 여러 가지 초기 증상과 진단결과를 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 후 그녀는 서울에서 신석증 치료를 받고 충주에 있는 병원에서 당뇨 치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기운이 없고 어지러움증이 심했어요. 그러더니 갈증도 심해지고 눈이 가물가물 하더니 이상하더라구요. 그냥 몸이 안 좋아진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는 당뇨라고 하는 거예요. 그때 당시에는 당뇨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때라서 많이 놀랐습니다.”
당뇨 진단을 받은 후 서정희 씨는 차츰 여러 가지 증상을 겪게 된다. 간혹 발이 시리고 저리는 것을 느껴서 이상하다 싶어서 알아봤더니 당뇨병은 발의 합병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그녀는 특별히 발관리에 신경을 썼다. 우선 집에서는 항상 양말을 신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족욕을 했다. 또한 앉아 있을 때는 발을 비틀고 주무르고 발바닥에 자극을 줬다.
그러면서 몸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면서 지내던 그녀에게 다시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눈에 합병증이 찾아온 것이었다. 처음 알게 된 것은 충주시 보건소의 ‘당뇨발견사업’으로 인해서 알았다. 즉, 당뇨합병증 검사에서 서정희 씨는 2004년 6월에 안과질환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받게 되었고 그때 백내장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 백내장 진단이 내려졌어요. 심전도는 심하지 않아서 좀더 두고 보자고 했지만 양쪽 눈의 시야가 흐려지고 영 안 좋아지더니 백내장이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겁도 많이 났지만 시골에서 일할 욕심이 있지 누가 많이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을 가겠어요. 그래서 미루다 미루다 결국은 눈이 안 좋아져서 충주시 보건소에서 무료케이스로 선정돼 2005년 1월에 백내장 수술을 했어요. 하지만 고추 농사를 하면서 흐르는 땀과 고추의 매운기 때문에 계속 수술한 눈에 지장을 주고 결국은 왼쪽 눈이 녹내장이 돼서 다시 수술을 받게 되었어요.”
때마침 충주시에서 행하는 당뇨합병증 검사에서 그녀는 합병증이 발견됐고 65세 이상 경로가정은 백내장수술을 무료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부여돼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남편의 지극한 사랑과 충주시 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당뇨 판정 후에 서정희 씨에게 많은 의지와 도움이 되었던 것은 바로 남편 박기선 씨였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충주로 시집와서 한 번도 남편과 충주를 떠나 본적이 없다는 그녀는 벼농사를 지으면서 2남 2녀의 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냈다.
지금은 외지에 자식들이 다 나가있지만 남편하고 지내는 하루 일과는 그녀에게 행복하기만 하다.
“제가 당뇨를 판정받고 남편이 많이 도와줘요. 음식도 채식 위주만 먹는데 절대 마다하지 않고 주는 대로 잘 자셔요.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같이 운동도 하고 말동무도 해줘요.”
이렇듯 박기선 씨는 아내가 당뇨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좋은 운동벗이 되었다. 식단도 자신이 먼저 바꾸고 운동도 함께 곧잘 따라한다. 또한 하루 일과도 부부가 비슷하게 생활한다. 우선 저녁 10시부터 잠자리에 든 서정희 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가볍게 물 한 잔과 함께 반신욕을 즐긴다. 그리고 새벽 5시가 되면 공복에 당뇨약을 먹고 불공을 드린다. 불공이 끝나면 혈액순환을 위해서 손뼉을 크게 100번을 치고 남편과 함께 새벽 걷기 운동에 나선다.
“남편과 함께 이웃 마을까지 빨리 걷고 뒤로 걷는 것을 반복해줘요. 이제는 뒤로 걷는 것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대략 50분 정도 운동이 끝나면 아침 준비를 하고 바로 일을 하러 나가요. 이제는 경운기에서도 펄쩍 뛰어내릴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어요.”
이 외에도 부부의 아침 식단은 단출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밥상이다. 우선 현미밥을 먹는데 찹쌀, 일반미, 흑미, 콩을 넣어서 먹는다. 까칠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좋아서 오랫동안 씹어서 먹는다. 그리고 반찬은 민들레로 김치를 만들어 먹고 쇠뜨기 나물과 쌈들을 먹는다. 주로 채식 위주로 산나물, 상추, 총각김치, 가지 등을 직접 채취해서 먹는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꺾어온 보리싹을 즙을 내서 먹거나 돌나물을 갈아서 마신다. 식사는 되도록 양을 줄이는데 천천히 적게 먹는 것이 원칙이고 밥이 내려간 듯 싶으면 우유를 마신다.
더불어 그녀는 충주시보건소에서 나눠준 ‘생활습관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당뇨병 운동요법과 식사요법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아프면 자신이 스스로 몸을 관리해야 해요. 저는 제가 관리하는 것도 있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남편과 보건소사람들이 관심을 써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 정말 건강은 뒷전이고 일밖에 모르는 저희들에게 많은 신경을 써주고 이것저것 챙겨줘서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신경 써주는 곳도 충주보건소밖에 없을 거예요.” 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처럼 서정희 씨 외에도 충주시보건소의 관리로 인해서 많은 충주 시민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병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충주시 보건소의 이러한 건강증진 사업이 전국적으로 퍼져서 질병 없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