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지영아 기자】
【도움말 | 세브란스병원 이명식 신경과장】
약물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중증 파킨슨병이나 난치성 통증, 간질 등 이상운동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그 치료와 증상개선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 치료가 어려운 간질ㆍ파킨슨병에 비정상적인 뇌신호를 차단하는 뇌심부 자극술이 효과적이라는 임상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획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간질ㆍ파킨슨병 전기자극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운동장애나 심한 통증, 집착 등을 일으키는 환자의 뇌신경 회로에 전기자극을 주면 증상의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1980년대 후반에 밝혀졌다. 이에 따라 1990년대 들어 뇌 속에 전기자극을 주는 전극을 심고, 갈비뼈 아래쪽에 전기자극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심는 뇌심부 자극수술이 확산됐다. 뇌신경 회로를 아예 절단해버리는 과거의 수술에 비해 훨씬 안전하면서도 환자의 증상과 정도에 따라 전기 자극술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수술의 장점이다.
간질ㆍ파킨슨병, 약물 치료 한계 보여
뚜렷한 원인이 없는 희귀성 난치병인 파킨슨병 그리고 간질 등 이상운동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해왔다. 약물치료는 1960년대 후반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파킨슨병의 증상 개선에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인정받는 레보도파(Levodopa)를 주로 이용한다.
세브란스병원 이명식 신경과장은 “파킨슨병 발병 초기에는 레보도파를 하루에 1∼2알 정도를 먹어도 충분하지만 병이 점점 진행되면서부터는 약을 먹어도 그 지속시간이 몇 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을 자꾸 늘리게 되는데 그럴 경우 온몸이 뒤틀리는 운동장애나 헛것이 보이는 등 심한 부작용이 동반됩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레보도파의 약효를 지속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용량으로 복용하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
이런 이유와 함께 최근 기저핵의 기능 및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뇌수술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시상하핵에 병변을 만들거나 전기자극을 가하여 시상하핵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면 무운동증과 강직 등의 파킨슨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심부 자극술 85%가 효과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진우ㆍ이명식 교수팀은 지난 2000년 2월 국내 처음으로 파킨슨병환자에게 뇌심부 자극술을 시행한 이후 최근까지 근긴장이상증,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 난치성 간질 등 다양한 난치성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100여 명에게 시술한 결과 좋은 예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이명식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이 생겨 장치를 제거해야 했던 환자는 2명에 불과했으며, 85% 이상의 환자에게서 좋은 수술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명식 교수팀은 지금까지 파킨슨병 73회, 본태성 수전증 16회, 근긴장이상증 8회, 난치성 강박장애 2회, 난치성 신경성 불인통 1회, 난치성 간질 1회 등에 뇌심부 자극술을 시술해 성공한 바 있다.
실제로 파킨슨병으로 고생을 하던 45세 남자는 수술 전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나 수술 후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뇌심부 자극수술에서 이처럼 100회가 넘는 시술 성적은 미국과 같은 의료선진국들에서도 일부 전문병원에서만 있는 드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의 복귀 정도, 운동이상의 회복 여부, 약물 복용의 감소 등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 치료 예후 역시 외국의 결과에 비교하여 손색이 없게 나타났다.
약물사용 줄이고 조절 시행할 수 있어
뇌심부 자극술은 1980년대 후반에 밝혀진 운동장애나 심한 통증, 집착 등을 일으키는 환자의 뇌신경 회로에 전기자극을 주면 증상의 조절이 가능하다는 데 기인했다. 1990년대 이후 뇌 속에 전기자극을 주는 전극을 심고, 갈비뼈 아래쪽에 전기자극을 발생시키는 장치를 심는 방법이 고안되어 뇌심부 자극술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미국 FDA에선 2002년 이 수술을 정식 승인했다.
이 교수는 “뇌심부 자극술은 볼펜 심 정도의 가는 전극을 뇌의 병소 부위에 삽입해 컴퓨터 프로그램된 자극장치를 이용하여 지속적인 전기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신경회로를 복원하여 떨림증, 강박장애, 통증, 간질 등 다양한 신경계 증상을 소멸시키는 치료법입니다. 이 수술법을 통해 중증의 정신질환 환자의 80%∼90%가 다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심각한 부작용도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뇌심부 자극술이 모든 파킨슨병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약이 듣지 않는 심각한 파킨슨병에는 소용이 없으며 뇌심부자극술 후에도 대부분 환자들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물론 수술 후에는 약의 복용을 30%로 줄이며 약을 복용했을 때 가장 좋았던 상태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다.
특히 뇌심부 자극술은 뇌조직을 제거하는 기존의 전기응고술에 비해 뇌를 손상시키지 않고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자극만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잇다.
“따라서 이제는 환자의 증상과 정도에 따라 의사가 필요에 따라 전기 자극술을 조절 시행할 수 있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뇌심부 자극술 장비의 가격은 대당 1,200만∼1,300만 원 선으로 보통 두 개를 이식해야 하는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장비 값 2,500만원과 수술비용 500만원을 합쳐 3,000만원 정도 높은 비용이 들었었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진행된 파킨슨병, 난치성 간질, 난치성 통증, 본태성 진전증(수전증),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한 진전증, 근긴장이상증, 강박장애 등 정신질환 등에 대해 보험이 적용되어 장비 값의 2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장비 값 500만원과 수술비용 500만원 등 1000만원 정도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어 환자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 뇌심부 자극술의 몇 가지 장점】
● 운동장애 등 약물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
● 약물복용을 30% 줄여준다.
● 약물치료시 최대한의 효과와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
● 환자의 증상과 정도에 따라 전기 자극술을 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