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허미숙 기자】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최면을 걸면 암세포도 움찔해요”
시작은 감기였다.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어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약 먹고, 주사 맞으면 길어야 일주일 가던 감기가 좀체 낫지를 않았다. 한 달이 되었을 때 일이 커졌다. 응급실에 실려갔다. 기도폐쇄가 왔던 것이다. 그 후의 일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감기에서 천식, 그리고 폐암까지…
줄줄이 이어진 병마가 발목을 잡으면서 처절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아직도 그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아슬아슬 생사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몸 이곳저곳에 암세포로 의심된다는 하얀 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나친 욕심 부리지 않고, 생명에 대한 무모한 집착도 경계하며,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쥔 암세포까지도 기꺼이 즐거운 동행자로 받아들이는 사람!
전남 장흥의 편백나무 우거진 숲에서 자연 속의 한 점으로 살아가고 있는 조동춘 씨(66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병원에서 정기검진 받으러 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을 때만 비로소 암환자라는 생각이 든다는 그, 그런 그가 암환자라는 사실조차 잊고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과연 뭘까?
감기 뒤끝에…
25세 때 조동춘 씨는 결심했다. ‘앞으로 25년간만 열심히 농사를 짓고 그 후에는 편히 살자.’
그래서 죽을 둥 살 둥 일만 했다고 한다. 하루 4시간 자고 일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벼농사, 야채농사, 축산까지 하려니 그 이상은 잘 수가 없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논으로 밭으로 축사로 하루 종일 동동거리며 살았다. 그렇게 지독하게 열심히 산 훈장처럼 그의 머리에는 원형탈모증도 생겼다.
“정말 25년간 그렇게 살았더니 50세 이후부터는 일을 안 하고 살 수 있게 됐어요. 자식들 다 커서 독립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서 놀고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5년 동안 놀고 먹으면서 편하게 살아가던 2003년 5월 어느 날,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것이 좀체 낫지를 않았다. 약을 먹어도 주사를 맞아도 소용이 없었다. 한 달 동안 이어졌을 때 일이 터졌다.
“갑자기 기도 폐쇄가 되면서 응급실에 실려 갔으니까요. 죽는 줄 알았어요. 실제로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기도 했으니까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이때부터 조동춘 씨는 고질병 하나를 얻었다. 천식이었다. 수시로 숨이 턱턱 막혀오는 천식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병이었다.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갖은 애를 다 써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니 어쩌겠어요? 이때부터 매일매일 천식약을 먹기 시작했죠. 그런데 천식약이 스테로이드제여서 참 독했어요. 약을 먹은 뒤에는 입안을 헹구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혓바닥부터 목까지 곰팡이가 피는 증상이 나타났다. 칸디다균이라고 했다. 한 번 생기면 좀체 없어지지 않으면서 고통스럽게 했다. 약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조동춘 씨에게 씻을 수 없는 화근을 남기게 된다. 그는 “오랫동안 먹어온 천식약의 부작용이 결국 암을 만든 것 같다.”고 믿고 있다. 곰팡이 균이 독소를 발생시켜 암을 유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그는 건강검진에서 “폐렴 증상으로 보이나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비록 암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언급돼 있지 않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 앞에 생략된 말은 ‘암’이었다. 폐암이었다. 2.5cm 크기의 폐암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비교적 초기여서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수술대 위에 올랐다는 조동춘 씨.
병원에서는 로봇수술을 권했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한 달이 지나도 퇴원하라는 말을 안했다.
“수술한 부위에서 계속 핏물이 나오는 거예요. 한 달 정도만 피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너무 이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인턴이 했던 말은 지금도 조동춘 씨에게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병실에 들어왔던 인턴이 제 차트를 보더니 ‘수술이 잘못됐네요.’ 하더군요. 로봇수술을 하면서 잘라내지 않아도 되는 지방샘선을 잘라버린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계속 지방이 흘러나온다는 거였다. 그 후 인턴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었지만 그는 미뤄 짐작하고 있다. 의료사고였다고.
그러나 한 마디 항의도 하지 못했다. 두 달이나 피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했고, 주사를 하도 맞아서 온몸의 핏줄이 다 터져나가고,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심지어 물도 마시지 못하고, 그래서 포도당 주사와 간혹 알부민 주사에 의지해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들었지만 끝끝내 수술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소송요?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너무도 잘 알았어요. 이래저래 아픈 환자만 힘들 뿐이죠.”
결국 두 달 반 만에 재수술을 하고서야 핏물은 잡혔고, 일주일 후 퇴원을 했다. 병원에 들어간 지 꼭 3개월 만이었다.
비록 예전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만신창이 몸이 돼 있었지만 그래도 기뻤다. 링거를 꽂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2010년 8월 조동춘 씨는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병원문을 나섰지만 그에게 허락된 기쁨은 너무 짧았다.
다시금 재발…그래서 결심하다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2011년 1월 어느 날 정기검진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담당의사가 “우측 폐의 하엽 부분에 하얀 점이 6개 정도 보인다면서 수술을 해서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또 다시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몸서리쳐지도록 싫었다. 그러나 어쩌랴! 또 다시 수술대 위에 올랐고, 하얀 점 5개를 떼어냈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듣기로 두 개가 암세포였다고 했다.
2차 수술 후에도 피가 안 멎어 갖은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퇴원은 할 수 있었다. 제발 더 이상의 재발은 없기를 빌고 또 빌며 병원문을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바람은 정확히 2년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2013년, 두통이 너무 심해서 MRI를 찍었는데 머리에 종양처럼 보이는 게 4개 정도 있다고 하대요. 수술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라서 감마나이프 수술을 했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는 암의 역습! 조동춘 씨는 비로소 알았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구나.’ 그래서 결심했다.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가자.’ 2013년 11월 그는 아내와 단둘이 전남 장흥으로 향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행복하게 하루하루~
전남 장흥에 있는 억불산 기슭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 조동춘 씨. 그런 그는 지금 모든 걸 내려놓은 자리에서 자연의 한 점으로 산다. 자연을 닮은 생활을 하고, 자연의 먹거리를 먹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최고의 축복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몸도 마음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500미터 억불산을 종주할 수 있는 몸이 됐고, 암환자라는 사실도 잊고 살기 일쑤다.
“3개월,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다니는데 병원에서 정기검진 날짜를 알려주는 문자가 오면 그제서야 제가 암환자라는 걸 떠올립니다.”
아무런 증상 없이, 통증도 없이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 그런 그가 밝히는 그의 하루 일과는 단순하지만 절도가 있다.
1 아침에 야채범벅 주스 2잔 마시기
텃밭에서 가꾼 당근 + 각종 채소에 사과 + 귤 등을 넣고 갈아서 만든 야채범벅 주스를 아침에 일어나서 두 잔을 마신다. 채소와 과일은 그때그때 나는 제철 채소, 제철 과일로 하고, 건더기까지 함께 먹는다.
특히 여기에 쏘이프로라는 콩발효 유산균 생산물질을 50ml씩 타서 마시는 방법을 1년째 고수 중이다. 건강보조식품으로는 유일하게 먹는 것이다. 장을 건강하게 하고 몸에 활력이 생기게 해주는 것 같아 빼놓지 않고 먹고 있다.
2 편백나무 숲에서 명상하기
오전에는 집 가까이에 있는 편백나무 우거진 숲에서 복식호흡을 하면서 명상을 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배를 부풀리고 숨을 내쉬면서 배를 들인다.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서 오로지 복식호흡 하는 것만 생각하면 잡념이 사라지면서 머리가 시원해지고 맑아진다.
3 하루 두 끼는 무지개색 야채 한 접시와 현미밥 조금 먹기
점심과 저녁에는 다양한 종류의 야채 한 접시와 현미밥 1/3량으로 식사를 한다.
야채 한 접시는 상추, 브로콜리, 파프리카, 비트 등 다양한 색깔의 컬러푸드를 썰어서 샐러드처럼 먹는다. 여기에 올리브유 + 흑초 + 견과류 + 마늘 간 것 조금 + 청국장가루도 뿌려서 먹는다. 밥은 현미식을 꼭꼭 씹어서 소량을 먹는다.
4 500m 억불산 오르기
점심식사 후에는 매일매일 집 뒤에 있는 억불산을 오른다. 비가 오지 않는 한 꼭 오른다. 천식에 습기는 적이어서 비가 오는 날만 제외한다. 왕복 2시간 코스로 오르면서 땀을 흘린다. 산을 오르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참 많다. 봄에는 산나물도 뜯고, 가을에는 밤, 도토리도 주워가면서 산의 품에서 운동을 한다.
5 밤 11시 이전에는 꼭 자기
저녁식사 후에도 30분 정도 집 뒤 숲속을 걸으면서 운동을 하고 11시 이전에는 꼭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아침 6시에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자연의 시간과 함께 사는 조동춘 씨.
아직 폐에도, 뇌에도 하얀 점으로 남아있는 암으로 의심되는 징후들은 여전하다.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폐, 머리, 뼈 스캔을 해보면 하얀 점들은 요지부동 상태로 체크된다. 크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정지상태로 있다는 게 의학적 진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이나 걱정은 그의 몫이 아니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최면을 걸면 암세포도 움찔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차피 공생할 수밖에 없는 사이임을 그도 알고 암도 잘 알 것이기에 되도록 즐겁게 동행하길 원한다.
그런 그가 이번 기회를 빌어 꼭 전하고 싶다는 메시지는 하나다. 암에 걸려서야 바꿀 생각 하지 말고 암에 걸리기 전에 꼭 자연을 닮은 생활을 하라는 당부다.
깊은 내막은 잘 모르지만 병든 몸을 회복하는 데 자연의 품이 최고의 치료제 같다는 게 그의 깨달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