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
영양 과잉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풍요 속 빈곤도 공존한다. 비타민과 미네랄 이야기다. 먹을 것이 풍족하다 보니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먹는다. 편하게 칼로리만 높은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으로 배고픔을 달랜다. 규칙적으로 먹지도 않는다. 먹을 수 있으면 먹고, 못 먹으면 안 먹는다.
결과는 예상되어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점점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병이 생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암이 생기는 매커니즘도 영양 결핍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넘쳐서도 안 되고, 부족해서도 결코 안 되는 미량 영양소 비타민과 미네랄! 나이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똑똑한 섭취 가이드라인을 소개한다.
종합영양제가 최선이 아닌 이유
우리는 이제 이쯤은 안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살려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필수라는 것을.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되면 원활한 신체 기능을 방해하고 심할 경우 질병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긴 할 것 같은데 그것을 알아보는 데는 관심 없다. 누군가는 선물해준 종합영양제 한 통을 다 먹으면 이제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몸에 좋다고 하는 영양제는 죄다 사들여 몇 가지씩 한꺼번에 입에 털어 넣기도 한다.
약이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이니까 이렇게 대충 먹어도 괜찮을까? 너도나도 부족하다고 하니까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는 “나이, 성별, 영양 상태와 현재 앓고 있는 질병, 복용 중인 약을 고려해 중복되는 성분이나 상호작용을 일으킬 만한 성분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밝히고 “종합영양제를 복용할 경우 각 성분에 대한 하루 권장량을 꼼꼼히 따져보고 복용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간혹 몇몇 영양소가 권장량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는 영양제가 있다. 일일 권장량을 무시하고 과량 섭취하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영양학회가 발표한 한국인 일일 영양 권장량을 기준으로 할 때 100~150% 정도의 비타민 함량을 갖춘 것을 고르면 된다.
나이별 비타민 & 미네랄 보충법
내 몸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나이별로 보충하면 좋을 비타민&미네랄을 참고하자.
1.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는…
청소년기는 뼈 성장과 두뇌 발달을 위한 영양소가 많이 필요한 시기다. 칼슘,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는 비타민 D, 뼈의 구성 성분인 비타민 K가 도움이 된다. 에너지 생성을 도와 성장 발달에 좋은 영향을 주는 비타민 B군, 아연, 마그네슘도 중요하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생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철분이 필요할 수 있고 공부로 인해 눈이 피로할 때는 비타민 A를 권장한다.
2. 20~30대 젊은 남성은…
학교 및 직장 생활, 잦은 술자리와 회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20~30대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에 도움을 주어 긴장을 완화하고 간 기능에도 좋은 비타민 B군, 비타민 C, 마그네슘, 아연 등의 영양소가 도움이 된다.
3. 20~30대 젊은 여성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20~30대 여성에게는 피부 건강을 위해 비타민 A, 비타민 B군, 비타민 C를 추천한다. 가임 연령이므로 엽산,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D도 필요하다. 30대가 되면서 여성은 노화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뼈도 약해지므로 미리 칼슘과 비타민 D를 복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4. 40~50대 중년 남성은…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50대부터는 갱년기가 올 수 있다. 이때는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영양 성분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비타민 C, 비타민 E, 코엔자임큐텐과 남성호르몬에 도움이 되는 아연, 셀레늄 등이 대표적이다. 비타민 A는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5. 40~50대 중년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갱년기 증상과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올라가기 쉽다. 뼈 건강을 위해 칼슘, 비타민 D, 비타민 K, 마그네슘 섭취가 도움이 된다. 노화로 인한 활성산소를 없애는 비타민 C, 비타민 E, 셀레늄, 코엔자임큐텐 등의 항산화 성분도 도움이 될 수 있다.
6. 60대 이상 노년은…
60대 이상이면 위산 분비가 줄어들어 소화 기능이 약해지고 치아가 약해져 육류 섭취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칼슘, 철분, 아연, 비타민 B12가 부족할 수 있다.
또한 거동이 자유롭지 않으면 햇빛에 노출되는 일도 적고 체내에서 비타민 D의 합성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비타민 D 부족 상태다. 따라서 칼슘, 아연, 비타민 B12, 비타민 D 섭취는 필수적이며 빈혈도 같이 있으면 철분제제도 함께 복용해야 한다.
동맥경화증 등의 혈관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비타민 B6, 엽산 등을 권한다.
식탁 위 비타민제, 긴급점검
이미 수많은 영양제를 식탁 위에 두고 매일 먹고 있다면 점검해보자. 내가 먹고 있는 비타민 영양제가 내 건강을 위협하고 있을 수 있다.
권길영 교수는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 D, E, K는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수용성 비타민보다 부작용이 더 흔하게 나타난다.”고 조언한다.
비타민 A를 과다 섭취하면 간 독성이 올 수 있고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비타민 D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갈증, 눈 통증, 구토, 설사, 혼미한 정신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비타민 E를 과다 섭취하면 메스꺼움, 설사, 습진, 피부병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의 경우도 드물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비타민 B6의 경우 과다 복용하면 햇빛 과민반응, 구역, 구토, 졸음 등이 생길 수 있다. 엽산을 하루에 15㎎ 이상 복용하면 수면 변화, 집중력 부족, 과잉 행동, 과민성 흥분, 우울증, 혼돈, 판단력 장애 등 중추신경장애를 초래할 수 있으며 식욕부진이나 구토, 구역, 부종, 체중감소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권길영 교수는 “흔히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비타민 C를 과다 복용하면 신장결석, 설사, 속 쓰림, 구토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길영 교수는 노인병, 영양, 피로, 대체의학, 백신접종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임상노인의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